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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라마, 한
국을 말하다

온라인 연예 매체의 경마식 시청률 보도 경쟁

인터넷의 활성화로 온라인 연예 매체가 급속하게 늘면서 치열한 연예 기사 공급 경쟁이 벌어졌다. '속보성' 때문이었다. 그런 속보성을 생명으로 한 온라인 연예 매체의 연예 저널리즘은 언론의 시청률 보도 경향에도 파란을 몰고 왔다. 몇몇 인터넷 연예 매체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실시간으로 드라마의 시청률 중계에 나서면서 이른바 '경마식 시청률 보도'가 온라인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들 연예 매체는 새 드라마가 시작되면 약속이나 한 듯 1회부터 시청률 보도에 나섰는데, 포털 역시 이들 연예 매체의 드라마 시청률 보도를 비중 있게 다뤄 경마식 시청률 보도를 확대재생산했다. 『경향신문』 2004년 12월 13일자 기사는 "'경마식 연예 저널리즘'이 문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드라마 시청률을 시시각각 중계하는 보도 양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말의 순위를 중계하듯이, 전날 방영된 드라마 시청률이 다음 날 아침이면 각 포털 사이트에 오른다. 시청률 싸움에 제작자뿐 아니라 언론과 시청자들까지 가세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하버드〉, 〈미사〉와의 격차 좁히며 맹추격」(11월 24일), 「월요일 밤의 대역전! 〈하버드〉가 〈미사〉 눌렀다」(11월 30일). 최근 KBS2와 SBS에서 각각 방영되고 있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미사)와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하버드)의 시청률 경쟁에 관한 인터넷 연예 매체 기사들이다. 이와 같은 기사들은 각 포털 사이트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첫 페이지를 장식하곤 한다. 그러나 정작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11월 30일 〈하버드〉와 〈미사〉의 시청률 차이는 불과 0.7퍼센트. 조사 방법과 편성 시간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치를 중대사인 양 과장해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청률 중계 보도 와중에 드라마의 가치는 오직 시청률의 고저에 달려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방영 2회 만에 시청률 20퍼센트를 넘어선 KBS2 〈해신〉은 '수목 안방극장 독주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13.1퍼센트의 시청률로 출발한 SBS 〈유리화〉는 '참담한 결과'를 보였다고 보도됐다. '시청률만 높으면 훌륭한 드라마'라는 상업주의 공식에 이를 견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앞장서는 양상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했던가?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1회 시청률이 즉각 보도되고 방영 2~3회 만에 경쟁 드라마 간 승패가 결정 난 것처럼 보도하는 이른바 '판세 굳히기' 보도가 대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경마식 시청률 보도'는 드라마 보도의 지배적 관행으로 굳어졌다.

양성희는 "드라마 전체의 향방을 가늠하기엔 아직 절대적으로 미약한 1회 시청률 자료만으로 전체 성패의 윤곽을 짓는 듯한 이런 보도는 전형적인 과장 추측성의 무책임한 보도지만, 시청자에게 강력하고 유의미한 사전 정보로 작용해 여론몰이의 혐의가 짙다. 또 초반 승부수가 아닌 장기적인 승부수를 노리는 드라마들은 제대로 주목받거나 평가받는 기회를 애초에 박탈당해 공정 경쟁의 기회를 잃고, 양적 평가에 불과한 '시청률'에 미디어 스스로가 과도하거나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이중성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라고 했다.

"지난해 시청률 40퍼센트를 돌파하며 인기 돌풍을 일으켰던 〈파리의 연인〉이나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대박 드라마의 신화 뒤에도 이런 즉각적인 시청률 보도와 지배적 관심사를 무한·확대재생산하는 인터넷 언론의 특성이 작용했음은 부정하기 힘들다(물론 두 드라마의 완성도를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방영 1~2회 만에 인기 드라마와 비인기 드라마가 확연히 구분되고 인기 드라마에 대한 화제를 집중적으로 생산해 인터넷을 켜기만 하면 사회적 관심이 일사불란하게 포박된 상황. 그래서 '워낙 인기라니까',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니까' 왕따 되기 싫어서라도 절로 '국민 드라마'의 시청률로 편입되는 상황. 뜨면 트렌드, 신드롬이고 안 뜨면 철저하게 묻혀버리는 시청률 경쟁의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 과연 이 상황은 시청자에게 득인가, 실인가 냉정하게 따져볼 때다."

한국인의 쏠림 문화와 인터넷 매체의 속성이 결합 효과를 발휘하면서 '경마식 시청률 보도'는 이후 더욱 큰 위력을 떨쳐 지상파의 가열 경쟁을 더욱 부추긴다. 대표적인 게 첫 회에 목숨 거는 경향으로,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미니 시리즈 첫 회 방영을 60분에서 70분, 나아가 80분까지 늘려나갔다. 지상파를 외면하고 인터넷에 탐닉하는 젊은 층에 대한 배려 때문이었는지, 훗날 온라인 연예 매체는 매회 드라마 내용까지 자세하게 전달해주는 정성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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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서병기, 「'시청률 보도 경쟁' 드라마엔 毒」, 『헤럴드경제』, 2005년 2월 28일.
  • ・ 백승찬, 「연예보도 시청률만 경마식 중계」, 『경향신문』, 2004년 12월 13일.
  • ・ 양성희, 「시청률 '경마 보도' 첫 회부터 호들갑」, 『문화일보』, 2005년 8월 3일, 22면.
  • ・ 김용습, 「드라마 방영 시간 늘리기 경쟁 시청률-광고수입 싸움이 원인」, 『스포츠서울』, 2005년 8월 2일; 윤영미, 「"시간 늘려 시청률 띄우자" 첫 회에 목숨 거는 드라마들」, 『한겨레』, 2005년 9월 8일, 34면.

김환표 집필자 소개

IT와 SNS 문화,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평론가다.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에 ‘사회문화사’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인물 포커스’를 연재하고..펼쳐보기

출처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 저자김환표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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