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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을 말하다
대작 드라마의 실패와 불거지는 드라마 산업 거품론
MBC의 〈주몽〉은 상업적으로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이 얼마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주몽〉은 9개월 동안 모두 450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으며 일본과 대만, 홍콩,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8개 나라에 수출됐다. 또 세트 제작에 따른 경제적 효과나 지자체의 관광객 수입 등을 고려하면 〈주몽〉이 거둔 경제적 효과는 1000억 원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중문화 평론가 강명석은 〈주몽〉은 "한국 드라마 산업의 또 다른 질적 변화"라고 평했다.
〈주몽〉의 엄청난 성공은 대작 드라마 제작 경쟁의 연료가 됐다. 2007년 드라마 업계 최대 화두는 단연 '대작 드라마'였다. 방송가엔 대박을 터뜨릴 만한 킬러 콘텐츠를 갈망하는 분위기가 고조됐고 〈히트〉, 〈에어시티〉, 〈엔젤〉, 〈카인과 아벨〉 등 막대한 비용이 투여된 드라마가 경쟁하듯 제작에 시동을 걸었다. 보통 미니 시리즈 회당 제작비가 1억 2000만 원 수준이었던 비해 이 드라마들은 3~4억 원을 넘어섰을 만큼 대단히 파격적이었다. 대작 드라마였기 때문이었을까? 이들 역시 스타 파워를 내세워 선투자 금융 기법으로 대규모의 제작비를 조달하고, 방영에 앞서 대규모 홍보 행사로 바람몰이를 했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에 기초한 할리우드 제작·판매 방식과 비슷했다.
하지만 대작 드라마들의 성적은 약속이나 한 듯 신통치 않았다. 특히 톱스타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들의 경우 애초 기대에 못 미치거나 바닥을 칠 정도로 형편없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스타의 상품성에만 기댄 까닭이었을까? 대작 드라마의 파행적 제작도 논란거리가 됐다. 예컨대 2007년 5월 SBS에서 방송된 2부작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에는 모두 37억 원이 투입됐다. 이는 회당 제작비가 7000~8000만 원에 불과한 지상파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액수였는데, 외주 제작사는 톱스타 이효리와 현대자동차를 주연으로 삼아 홍보와 제작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 때문에 각종 간접 광고가 화면을 가득 채웠는데, 시청자 게시판에는 '드라마가 아닌 두 시간짜리 CF'라는 혹평마저 쏟아졌다.
대작 드라마의 연이은 실패는 드라마 산업 거품론까지 불러일으켰다. 2007년 5월 KBS 드라마 PD 정성효는 "지금까지 드라마 제작업계의 분위기는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명목으로 대작 드라마 제작을 부추겨왔다. 그러나 규모와 수익 늘리기에 집착하다가 잔뜩 기대만 높여 놓고 일거에 시장을 무너뜨리는 거품 형국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했다.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타급 연기자의 출연료만 보아도 급격한 거품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2000년 연기자들이 받는 회당 최고 출연료는 200~300만 원 수준이었지만 2006년에는 5000만 원, 올해는 1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 연기자가 있다는 소문이다. 이처럼 부풀려진 드라마 제작비 때문에 앞으로 드라마 판은 투기 자본과 시장의 교란으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자칫 대박 콘텐츠에 대한 기대가 콘텐츠 산업 전체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타와 규모에만 의존하고 새로운 드라마의 기획과 투자에는 인색하다면 제작비가 상승해도 드라마의 완성도와 제작 환경은 개선되지 않는다. 드라마의 실패가 예견됐음에도 또다시 스타에 의존해 시청률을 올리려 하는 악순환 구조가 거듭되고 있다. 이러다가 시청자들이 드라마 자체를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만의 지나친 걱정이었으면, 기우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드라마 산업의 위기를 알리는 적신호가 곳곳에서 켜졌기 때문이다. 우선 해외 수출액이 크게 줄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5년 1억 162만 달러까지 치솟은 수출액은 이듬해 8589만 1000달러로 줄었다. 2000년대 접어들어 드라마 수출액이 감소하기는 이게 처음이었다. 국내 시청률 감소는 또 다른 악재였다.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007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2004~2005년만 해도 평균 시청률 20퍼센트를 넘긴 드라마가 11편에 달했지만, 2006년에는 6편, 그다음 해에는 7편으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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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김민호, 「주몽 해피엔드로 내일 막 내린다」, 『국민일보』, 2007년 3월 5일, 24면.
- ・ 남지은, 「'주몽' 대박 마케팅 비밀은?」, 『한겨레』, 2007년 3월 3일, 3면.
- ・ 정성효, 「드라마 '판' 키우다 쪽박 찰라」, 『한겨레』, 2007년 5월 27일.
- ・ 최승현, 「치솟는 제작비…… 수출은 뚝…… 한국 드라마 '한류(寒流)': 특A급 개런티 회당 3000만 원 "지상파 방송사 횡포도 여전"」, 『조선일보』, 2007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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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드라마사면서 드라마로 보는 사회문화사! 한국인은 왜 이토록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를 말한다.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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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대작 드라마의 실패와 불거지는 드라마 산업 거품론 –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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