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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전 세계적으로 8억 5000만 명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굶주림의 원인은 식량 부족이 아닌 빈곤 때문이다. 시장은 굶주림과의 싸움이 아닌 시장법칙이나 시장점유율을 둘러싼 암투에 이끌리고 있다. 식량은 오래전부터 일반적인 교역 상품이 되어 버렸다.
인류는 72억 인구가 먹는 데 필요한 양(1인 하루 기준 동물성 단백질 30그램을 포함한 2,800킬로칼로리)보다 훨씬 많은 식량을 수확하고 있다. 전체 곡물 생산량을 사료로 쓰지 않고 직접 식량으로 사용한다면, 한 사람이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식량은 3,600킬로칼로리나 된다.
그러나 현재의 식량 분배 자체가 너무 불평등하고, 식량을 충분히 먹기에는 가난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 굶주리는 사람이 지난 몇 년 전부터 다시 늘고 있다.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사람은 현재 무려 8억 5,000만 명에 이른다.
식량은 오래전부터 일반적인 교역 상품이 되어 버렸다. 시장은 굶주림과의 싸움이 아닌 시장점유율을 둘러싼 암투에 이끌리고 있다. 그동안 예외 없는 산업 집약화의 추세에 따라 극소수 다국적기업이 모종(씨앗)과 비료, 살충제부터 세계 전역에서 수확된 식량의 유통과 재가공 그리고 최종적으로 소매상을 상대로 한 판매에 이르기까지, 식량과 관련한 교역 전반을 통제 · 조종하고 있다.
스위스의 신젠타(Syngenta), 미국의 몬산토(Monsanto), 듀폰(DuPont), 독일의 바이엘(Bayer) 등 4대 거대기업이 전 세계의 모종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유전자 및 식물 특허권을 통해 배양과 유통에서 독점권을 합법적으로 보장받고, 수많은 소규모 모종 기업을 인수했다. 또한 이 '빅 4' 기업은 궁극적으로 경작지에서 재배 가격 결정권도 갖고 있다. 몬산토와 듀폰, 단 두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전통 옥수수 모종의 65%를, 콩 모종의 절반을 독점하고 있다. 몬산토는 현재 재배하고 있는 전 세계 유전자 식물의 90%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네 기업은 또한 세계 살충제시장의 3/4을 독일의 바스프(BASF, 글로벌 화학 회사), 미국의 다우(DOW, 종합 화학 기업 — 이상 옮긴이 : 서정일) 등 두 기업과 나눠 갖고 있다.
세계 곡물 거래 역시 극소수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누구에게, 어떤 가격에 곡물을 팔 것인지는 주로 미국의 ADM(다국적 농산품 복합기업), 번지(Bunge), 카길(Cargil), 독일의 퇴퍼(Toepfer, 곡물 기업으로 ADM이 90%의 지분을 갖고 있음 — 이상 옮긴이 : 서정일), 프랑스의 루이스 드레퓌스(Louis Dreyfus) 같은 기업에 의해 결정된다. 이들은 기름식물 씨앗과 섬유식물 시장도 지배하고 있다. 카길은 콩 경작지를 조성하려고 무자비한 벌목을 자행함으로써 브라질의 밀림을 마구 파헤쳐 놓고 있다.
수확된 곡물 대부분은 산업용으로 가공되는데, 식량 가공 시장 역시 소수의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스위스의 네슬레, 자회사 크래푸트 푸즈(Kraft Foods)를 거느린 미국의 아트리아(Atria), 네덜란드의 필립모리스(Philip Morris), 영국의 유니레버(Unilever), 미국의 펩시콜라(Pepsi Cola)와 코카콜라(Coca Cola), ADM, 타이슨푸즈(Tyson Foods), 카길(Cargil), 마즈(Mars) 등이 바로 그 기업들이다.
이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 선 사람들은 이 기업들이 움켜쥔 시장권력이 생산가격을 억누르고 무수한 농민들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식품 및 음료 제조업체 네슬레는 무책임한 광고(과장된 유아용 분유 광고)와 문제 투성이 인권 기준으로 비난받고 있다.
완제품 식품을 누구에게, 어디서, 어떤 가격에 팔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 역시 소수의 '글로벌 플레이어'의 몫이다. 거대 대형마트 그룹들이 시장을 자기들끼리 나눠 갖고 식품업계에서 세계 전체의 상품 유통을 결정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 기업인 월마트(Walmart)의 연간 매출액은 3,000억 달러를 넘는데, 제멋대로 가격을 결정하는 월마트의 횡포 앞에 온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현재 거대 대형마트 그룹들은 중국, 인도, 러시아 같은 장래성 있는 시장을 차지하려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월마트와의 경쟁에 끼어든 기업들은 프랑스의 까르푸(Carrfour), 독일과 스위스의 메트로(Metro), 영국의 테스코(Tesco) 등이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독일의 알디(Aldi), 레베(Rewe) 같은 회사도 이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모두 최근 15년 동안 수많은 경쟁 기업을 인수하면서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다('수평적 집중화'). 또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다른 분야의 식품업에서 활동하던 기업들을 집어삼키기도 했다('수직적 집중화').
이 시장권력은 엄청난 정치적 영향력도 서서히 함께 키워 나갔다. 곡물기업 카길의 전 부사장 대니얼 암스튜츠(Daniel Amstutz)가 유명한 사례다. 미국이 제시한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농업협상 제안서가 바로 그의 펜 끝에서 나온 것이다. 이 와중에 암스튜츠는 이라크 농업 재건 업무를 총괄했는데, 그의 성공작 가운데 하나가 이라크 정부로 하여금 미국산 쌀을 수입하도록 하는 협약서에 서명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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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독일중앙농업연구센터(Bundesforschungsanstalt für Landwirtschaft) 2004 - 포르크하르트. 이세르마이어(Folkhard Isermeyer, Hrsg.): 농업2025(Ackerbau 2025)
- ・ 유엔식량농업기구(FAO) - 세계식량불안현황(The State of Food Insecurity in the World) 2006
- ・ 피앙(FIAN: FoodFirst Information and Action Network), 2006 - 가난한 사람들과의 거래(Der Handel mit dem Hunger)
- ・ 소매분석(Retail Analysis) 2006 und 2007 - 통계(diverse Statistiken)
글
저자 카를 알브레히트 이멜은 1950년에 태어난 이멜은 개발정책 분야에서는 독일에서 가장 정평이 나 있는 언론인이다. ‘독일 언론인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아동구호 단체 ‘인간의 대지(Ter..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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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교육, 인구, 빈곤, 환경, 전쟁, 인권 등의 주제를 두루두루 다루며 미국과 서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부터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까지 살펴 세계화를 제대로 바라보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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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식량문제 – 숫자로 보는 세계화 교과서, 알브레히트 이멜, 현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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