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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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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0.14% 사람들이 가진 자산만으로 세계 인구의 40%가 24년 동안 살 수 있다. 매시간 유아 1250명이 사망하고, 밀림 1500헥타르가 벌목으로 사라지고, 식물 4종이 멸종되고 있다. 최빈국과 선진국의 1인당 GDP 격차 비율은 1970년 1:19에서 지금은 1:96으로 악화되고 있다.

지구 남쪽 대륙 원시림에 있는 나무들이 잘려 나가면, 지구 북쪽 지역의 산소 호흡은 끊기고 만다. 핵폭탄이 지구 동쪽에 투하되면, 폭탄 잔해는 지구 서쪽에 떨어진다.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한 국가로 흘러들면, 부유한 나라 국민들이 누려 온 안락함은 곧 사라져 버린다. 부자들이 지구를 혹사시키면, 가난한 사람들은 길거리에 떠도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 이 하나뿐인 세계를 서로 손잡고 보존하는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당연한 사실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모든 이들이 지키는 글로벌하고 보편타당한 규정을 정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무엇일까? 모든 이들을 위한 교육과 건강을 돌보는 기구, 세계무역을 위한 공정한 경기 규칙을 감독하는 기구, 어느 곳에서든 환경 및 사회 표준을 실천케 하는 기구 들은 어째서 만들어지지 않는 걸까? 요약하면, '글로벌한 문제들을 위한 글로벌한 책임'이 더 시급한 것이다.

1992년, 동서 간 냉전 체제가 극복되자 머지않은 시대에 이처럼 순박한 꿈이 실현될 기회를 얻은 듯 보였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에서 어젠다21이 가결되면서 '하나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인권, 인구 및 여성, 사회, 식량 등의 의제를 다룬 회의와 후속 회의가 연이어 열렸다. 그러나 정의와 복지를 위한 전 지구적인 공식 투쟁은 1994년 4월 15일 자로 끝나고 말았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 출범을 선포하고 이듬해 이 기구가 공식 출범함으로써 전혀 다른 세계가 등장한 것이다. 그때부터 자유로운 세계무역이 모든 일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탈규제화, 자유화, 민영화, 이 세 단어로 요약되는 화음이 그때부터 국제 계약서라는 모든 악보를 채우게 되었다. 그 어떤 국가도 외국 공급자와 벌이는 강력한 경쟁으로부터 수입쿼터제로 취약해진 자국 경제를 보호할 수 없게 되었다. 한번 무너진 무역장벽은 다시 강화될 수 없었다. '보호무역주의'는 부끄러운 욕이 되었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사회적 의무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치부되었다.

식수와 교육 같은 공공재도 민간 경쟁에 맡겨져야 했다. 극단적으로는 교육과 식수 공급을 위한 국가의 재정지출마저 경쟁을 왜곡하는, 절대 허용할 수 없는 국가보조금이라고 선포되기까지 했다. 선진국의 의약품 특허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약품을 공급하는 것보다 중시되었다. 숲과 마실 물 그리고 토지가 개인 투자자의 손에 맡겨졌다. 게다가 사기업들은 세계 전역에서 인류 공동의 자연 유산에 대한 특허권(식물 및 동물 유전자 특허권)을 소유하게 되었다.

"시장이 모든 것을 조절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동등한 조건!" 그러나 이런 말들은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 관계에 있는 파트너 사이에서는 현실을 왜곡할 뿐이다. 세계 구석구석에 퍼진 독점기업들과 전능한 세계무역기구 중재위원회는 민주적 방식에 따른 통제 요구를 조롱하고 있다. 그사이 통상조약은 일체의 국제법상 협약보다 우위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반대 사례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정의와 인권을 위한 투쟁을 펼치는 것이 가치 있음을 보여 준다.

공정무역의 한 예를 들어 보자. 국제공정무역상표기구(FLO, Fairtrade Labelling Organizations International)는 개발도상국 생산자가 생산품을 장기적으로 직접 북반구 선진국 시장에 실어 내도록 연결해 주고 있다. 고객들은 제품이 아동노동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고 인간적인 조건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사이,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제품의 매출액은 20억 달러나 많아졌다. 공정무역을 위한 단체 독일 트랜스페어(Transfair Deutschland)의 매출액만도 2004~2006년에 2배나 늘어나 1억 1,000만 유로에 이르렀다. 라틴아메리카산 커피와 화훼, 아프리카산 카카오와 와인, 아시아산 차(茶) 등 전 세계적으로 100만 이상의 농가와 노동자 가정이 공정무역으로 이익을 얻었다.

개인에게도 많은 일이 생겼다. 대표적인 인물이 카일라시 사티아르티(Kailash Satyarthi)는 인도 남자로, 그는 높은 카스트 신분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수십 년 동안 아동노동에 맞서 성공적인 투쟁을 펼쳤다. 1980년부터 그가 이끄는 인도의 남아시아아동노동반대연대(South Asian Coalition on Child Servitude 또는 Bachpan Bachao Andolan/BBA)는 카펫 공장과 채석장, 성냥 공장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키고 아동노동 착취자들을 법정에 세웠으며, 아이들에게 일상의 삶을 되돌려 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사티아르티는 아동노동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카펫 인증 개념을 생각해 냈다. 러그마크각주1) 재단은 유럽과 미국에 있는 국제 원조기구의 도움으로 이 일을 관철해 나갔다. 사티아르티는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학비가 전혀 들지 않으면서 질적으로 우수한 초등학교를 만드는 운동을 펼치는 글로벌교육촉진협회(Global Campaign for Education)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도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 심지어 미국 공화당 출신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는 자동차 산업과 정면대결을 벌여 캘리포니아 주에서 배기가스 제한규정을 관철시켰다.

이러한 사례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폭력과 억압 그리고 환경 파괴와 타협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계 질서의 모자이크 속에서 빛나는 작은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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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알브레히트 이멜 집필자 소개

저자 카를 알브레히트 이멜은 1950년에 태어난 이멜은 개발정책 분야에서는 독일에서 가장 정평이 나 있는 언론인이다. ‘독일 언론인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아동구호 단체 ‘인간의 대지(Ter..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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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세계화 교과서
숫자로 보는 세계화 교과서 | 저자알브레히트 이멜 | cp명현실문화 도서 소개

식량, 교육, 인구, 빈곤, 환경, 전쟁, 인권 등의 주제를 두루두루 다루며 미국과 서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부터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까지 살펴 세계화를 제대로 바라보고..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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