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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전은 오늘날의 프로 스포츠 경기와 맞먹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나폴레옹 3세가 권력을 장악한 제2제정 때 살롱전은 가능한 한 국민을 즐겁게 하여 복잡한 정치 문제에 공연한 관심을 두지 않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국민 마취제’ 같은 구실을 할 정도였다.

살롱전은 보통 5월 초부터 약 6주 정도 지속되었다. 어지간한 사람이면 큰 부담이 없는 낮은 입장료만 받았고, 심지어 일요일에는 무료였다. 그래서 일요일에는 5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몰려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6주 동안 관람객 수가 총 100만여 명에 이른 해도 있었다. 당시 파리의 인구가 170만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로 놀라운 숫자이다. 신문은 연일 살롱전에 걸린 작품들에 대한 평가를 속보 형식으로 전했고, 때로는 악의에 찬 독설을, 때로는 짜고 치는 고스톱 판처럼 뻔한 찬사를 늘어놓기도 했으며, 작품 앞에 선 시민들의 반응을 구미에 맞게 각색해 보도하곤 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이니만큼 잡음도 많았다. 살롱전에 작품이 걸리기만 하면 성공의 문턱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화가들이 지나치게 많은 작품을 응모하는 일도 생겼고, 결국 제출 가능한 작품 수를 세 점으로 줄이겠다는 발표까지 나오기도 했다. 혹은 전시를 격년으로 연다는 소문이 돌면 저마다 이런저런 반론을 제기하며 신문과 잡지를 뜨겁게 달구는 소동도 벌어졌다. 게다가 심사위원이 대부분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 소속이나 그 산하인 에콜 데 보자르 출신이어서 작품 선정에 대한 불공정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로스 킹의 《파리의 심판》에도 언급되어 있듯, 들라크루아 같은 화가의 눈에는 1860년대에 라파엘로를 추종하는 평균 나이 예순여덟 살의 심사위원들이 “로마만 숭배하는 잡종 라파엘로주의자”일 뿐이었다.

가끔은 진보적 성향의 비교적 젊은 세대가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지만, 살롱전은 정치판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어서 여간해서는 변하기 어려운 잣대를 완고하게 고집했다. 어찌 보면 고루한 이 심사위원들은 빼어난 미술가를 ‘발굴’하는 역할보다 ‘기죽이는’ 일에만 앞장서는 듯 보이기도 했다. 살롱전에 낙선한다는 것은 화가가 그 작품을 팔 길마저 막막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1866년에는 어느 화가가 낙선 소식을 듣고 권총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1863년의 살롱전에서는 낙선 미술가들의 원성이 그 어느 때보다 드셌다. 5,000점이 넘는 작품 중 낙선율이 거의 60퍼센트를 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심사에 대한 비난은 결국 나폴레옹 3세까지 압박했고, 급기야 그는 낙선자들을 위한 전시회 개최를 명령했다. 어찌 보면 배려이지만, 한편으로는 낙선이 당연한 결과였음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도 다분한 이 낙선전(Salon des Refusés)은 ‘추방자들의 살롱’이니 ‘이단자들의 살롱’이니 하는 조롱과 함께 실시간 중계에 가까운 신문 기사를 업고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대중은 예술적 식견이 높지 않았고, 따라서 시대를 잘못 타고난 화가들에 대한 경외감 따위는 부족했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떨어뜨린 화가나 작품들의 진가를 알아차린 대중이 심사위원 자격 운운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던 심사위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낙선전은 단 1회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 이후로도 낙선한 미술가들이 낙선전 재개최를 꾸준히 요구했지만 나폴레옹 3세는 수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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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집필자 소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그림수다>, <현대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산책> 등 미술관련 서적을 20여 권 저술하여 대중이 미술에 쉽게 접..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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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오르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 저자김영숙 | cp명휴머니스트 도서 소개

오르세는 곧 인상파 회화로 통한다. 1900년 세계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기차역을 개조하여 1986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이곳은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드가,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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