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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자 폴 세뤼시에(Paul Sérusier, ?1864~1927)
제작시기 1888년

폴 세뤼시에(Paul Sérusier, 1864?~1927)는 1888년 여름에 퐁타방에 합류했다. 그의 〈부적〉은 원래 ‘사랑의 숲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 그림은 단순히 자연의 참모습을 화면으로 옮기는 일반적인 의미의 풍경화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마치 큰 얼룩처럼 이어진 색면들은 대체 무엇을 그린 것인지 그 형태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한참을 들여다봐야 그저 길의 느낌, 숲, 줄지어 선 나무들의 윤곽이 보일 뿐이다.

폴 세뤼시에 〈부적〉

목판에 유채 / 27×21.5㎝ / 1888년 제작 / 오르세 미술관,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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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뤼시에는 이 그림을 위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리려 하지 말고, 그것을 추상화하여 표현하라.”고 충고하던 고갱의 의견을 따랐다. 고갱은 세뤼시에에게 “이 나무가 어떻게 보이는가?”라고 질문했고, 세뤼시에가 초록으로 보인다고 말하면 “초록으로 칠하시오. 가장 순수한 초록으로.”라고 대답했다. “그림자가 어떻게 보이는가? 약간 푸른색으로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파랑색을 칠하라, 팔레트에서 가장 순수한 파란색으로.”라고 주문했다. 결과물은 뜻밖에도 전혀 자연스럽지 못한, 그러나 선명한 색들의 조합으로 이어졌다. 세뤼시에는 이런 방식에 따라 〈부적〉의 왼쪽 숲과 그 아래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길, 오른쪽의 제분소 건물까지를 원색으로 평평하게 그려냈다.

퐁타방에서 함께 작업하던 화가이자 평론가이기도 한 모리스 드니의 기록에 의하면 세뤼시에와 동료 화가들은 이 그림을 두고 “화가들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베껴야 한다는 관념에 시달리게 되는데, 우리는 이 풍경화를 통해 그러한 모든 멍에로부터 해방되었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한다. 모리스 드니는 퐁타방 화가들의 이 혁신적인 화풍을 두고 “회화란 전쟁터의 말이나 나체의 여인, 또는 개인적인 일화를 그리기 이전에 순수하게 근본적으로 일정한 질서에 의해 배열된 색채로 뒤덮인 평면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오로지 형태와 색채의 조화로만 나아가는 추상화의 출현을 예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세뤼시에는 파리의 줄리앙 아카데미에서 만났던 동료들에게 ‘사랑의 숲 풍경’을 보여주었고, 이는 곧 상징주의 회화의 시작을 유도하는 일종의 ‘부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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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집필자 소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그림수다>, <현대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산책> 등 미술관련 서적을 20여 권 저술하여 대중이 미술에 쉽게 접..펼쳐보기

출처

오르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오르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 저자김영숙 | cp명휴머니스트 도서 소개

오르세는 곧 인상파 회화로 통한다. 1900년 세계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기차역을 개조하여 1986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이곳은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드가,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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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부적〉오르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김영숙,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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