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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르세 미술
관에서 꼭
봐야 ...
폴 세잔

〈세잔 부인과 커피포트〉

요약 테이블
저작자 폴 세잔(Paul Cézanne, 1839~1906)
제작시기 1895년경

세잔은 파리에서 만난 마리 오르탕스 피케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져 동거에 들어가고 아들까지 하나 낳았지만, 그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경제적 능력이 없었던 세잔은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혹시라도 생활비 지원을 멈출까 걱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둘은 정식 결혼에 이르지만, 말년의 부부 관계는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도 훗날 아버지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았을 때 아내가 넉넉한 생활을 할 정도의 경제적 지원은 했다고 하는데, 그 역시 은둔과 고독을 즐기던 세잔이 일체의 감정싸움에 자신을 소모하지 않기 위해 취한 방편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런데도 세잔은 아내를 모델로 마흔 점이 넘는 유화 작품을 비롯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데생과 수채화를 남겼다. 이는 그녀 말고는 누구도 초인적인 인내를 발휘해야 하는 그의 모델 역할을 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과 하나를 그려도 그 사과가 썩어나갈 때까지 공을 들이던 그에게 정물만큼이나 미동도 않고 오랜 시간 동안 모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아내뿐이었던 것이다.

폴 세잔 〈세잔 부인과 커피포트〉

캔버스에 유채 / 130.5×96.5㎝ / 1895년경 제작 / 오르세 미술관,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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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게 그린 〈세잔 부인과 커피포트〉에서는 오르탕스의 미화된 아름다움, 성품, 또는 그녀와 화가 사이의 친밀함 등 전통적인 초상화가 추구하는 그 어느 것도 발견할 수 없다. 나란히 수직으로 그려진 왼쪽 벽지의 장미 문양, 꼿꼿하게 앉아 있는 오르탕스의 몸, 찻숟가락이 꽂힌 찻잔, 커피포트, 그리고 탁자의 모서리는 수직선을 강조한다. 오르탕스의 머리 가르마에서 시작된 수직선은 콧날을 타고 내려와 가슴을 관통한 뒤 치마의 주름에까지 정확하게 내려온다. 한편 문짝의 수평선들은 그녀의 양 눈, 입술, 허리께와 평형을 이룬다.

그녀의 팔뚝은 커피포트의 원통과 흡사하게 그려져 있다. 그러고 보면 둥근 팔, 삼각형을 이룬 원피스의 아랫자락, 사각형 무늬로 된 배경의 문짝은 기하학적인 모양새를 이루고 있다. “자연을 원뿔, 원통, 구로 해석하라.”고 하던 세잔의 주장이 이 초상화에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세잔의 그림 속 사과가 ‘먹기 좋은 사과’라기보다는 둥근 형태와 강렬한 색감을 가진 그저 ‘그림 속의 사과’에 불과하듯, 오르탕스 역시 커피포트나 찻잔, 그리고 탁자나 배경의 문짝, 장미 문양의 벽지 등과 동급인, 정물화의 한 구성 요소로 그려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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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집필자 소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그림수다>, <현대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산책> 등 미술관련 서적을 20여 권 저술하여 대중이 미술에 쉽게 접..펼쳐보기

출처

오르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오르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 저자김영숙 | cp명휴머니스트 도서 소개

오르세는 곧 인상파 회화로 통한다. 1900년 세계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기차역을 개조하여 1986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이곳은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드가,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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