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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에서 꼭
봐야 ... 폴 고갱
〈타히티의 여인들〉 외
저작자 |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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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
〈타히티의 여인들〉 1891년 제작 〈하얀 말〉 1898년 제작 |
고갱에게 타히티는 부르주아들의 위선적인 일상으로부터벗어날 수 있는 곳이었다.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그 모든 폭력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 원시 상태로 살아가는 타히티에서의 삶은 자신의 예술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하는 파리 화단의 맹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안식과 휴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1891년 고갱이 처음 도착했을 때의 타히티는 진부한 서양 문화를 벗어난, 새롭고 독창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원시 그 자체가 아니었다. 이곳 역시 이미 여러 해 동안 영국의 식민 치하에 놓여 문명의 이기를 듬뿍 취하고 있었다.
〈타히티의 여인들〉에는 타히티 전통 의상을 입은 왼쪽의 여성과 서양의 선교사 중 누군가가 가져온 게 분명한 분홍빛 원피스의 여성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전통 의상은 속살을 편히 드러내 보이는 데 비해 분홍 원피스는 몸을 가릴 수 있을 만큼 가리고 있다. 마치 원시와 문명의 충돌처럼 보이는 이 두 사람의 표정은 생기를 잃고 우울함이 감돈다. 지극히 화려한 색상과 검붉은 구릿빛 피부, 자연색을 벗어난 배경의 평면적인 바다는 고갱 특유의 화법이라 할 수 있다. 분홍빛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고갱이 타히티를 처음 방문해 머무는 동안 그의 연인이었고, 당시 열네 살이었다.
〈하얀 말〉은 두 번째이자 삶의 마지막까지 머물던 타히티의 북서쪽 마을에서 그린 그림이다. 이 작품은 마을의 약사가 주문하여 제작했지만, 막상 그림이 완성되자 도저히 제대로 그린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목은 ‘하얀 말’이지만 초록빛이 더 강한 말을 보는 것부터 이상했을 것이다. 이는 고갱이 대상의 자연색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환상과 심리, 그리고 색과 색의 조화를 위해서만 물감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화면 속 여러 대상은 상식적인 원근법을 완전히 벗어나 있어 그 크기가 뒤죽박죽이고, 그림 전체가 양감이라곤 없이 그저 납작한 평면처럼 보이는 것도 주문자의 수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도발이었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가 아니라 그 세계 너머 아득한 그 무엇인가를 은근히 암시하는 이 독특한 그림이 같은 화가들에게는 혁신 그 자체였겠지만, 보통 사람들 눈에는 수준 이하의 작품으로 여겨지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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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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