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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자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
제작시기 1868년

쿠르베는 그림 속 누드를 완벽한 몸매를 가진 이상적인 여인상으로 과장하지 않았다. 덕분에 항간에는 나폴레옹 3세가 너무나 육중하고, 그래서 볼품없는 쿠르베의 나부를 보고 격분해 그림에다 채찍질을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소문까지 있다.

대체로 서양의 누드화는 조각상에 피부색만 입힌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추구한 ‘이상적인 인체상’을 모범으로 삼던 고전주의의 당연한 결과라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완벽한 인체를 재현하기 위해 실제 모델의 단점은 최대한 감추려 했고, 심지어 신상(神像)을 제작할 때는 눈이 가장 아름다운 모델, 코가 가장 반듯한 모델, 입술이 가장 도톰한 모델 등을 선정한 뒤, 그를 조합하여 완성하곤 했다. 당연히 몸매 또한 8등신, 9등신 등의 수학적인 비율을 고려했다. 그들은 어느 시대, 어느 공간의 사람이라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미, 보편적인 미, 고전적인 미를 추구했다.

귀스타브 쿠르베 〈샘〉

캔버스에 유채 / 128×97㎝ / 1868년 제작 / 오르세 미술관, 파리

ⓒ 휴머니스트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쿠르베의 누드화는 철저히 사실주의를 추구한다. 〈샘〉에서 등을 돌린 채 한 손을 흐르는 물에 맡긴 여인은 얼핏 신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지만, 펑퍼짐한 엉덩이나 두터운 허벅지 등은 비너스가 아니라 동네 목욕탕에 온 ‘이웃집 아줌마’를 떠올리게 한다. 즉 현실 속 그녀가 등장한 것이다.

쿠르베는 자신의 사실주의를 두고 “리얼리즘은 이상을 거부하는 것이고, 이상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잔뜩 이상화된 누드화는 어떤 개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린 것이라기보다는 ‘자고로 여자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라는 기준과 표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포토샵을 통해서, 혹은 뼈를 깎는 성형의 고통으로 만들어진 연예인들의 완벽한 신체가 현대 여성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생각하면 그가 말하는 사실주의가 이해된다. “이 정도 몸은 되어야!”라는 무언의 요구에 개인은 자신의 몸을 ‘이상적’으로 정형화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먹고 쉴’ 자유를 스스로 빼앗는다. 돈이 많거나 멋진 몸매를 타고난 사람들이 더 쉽게 성공하는 현실은 엄밀한 의미에서 비민주적이라는 점에서 그의 사실주의가 왜 민주주의의 쟁취와 결부되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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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집필자 소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그림수다>, <현대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산책> 등 미술관련 서적을 20여 권 저술하여 대중이 미술에 쉽게 접..펼쳐보기

출처

오르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오르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 저자김영숙 | cp명휴머니스트 도서 소개

오르세는 곧 인상파 회화로 통한다. 1900년 세계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기차역을 개조하여 1986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이곳은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드가,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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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샘〉오르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김영숙,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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