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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3 Beekman Street Beacon, NY 12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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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일 | 개관일 이외의 날 |
이용 시간 | [4월 16일~10월 9일] 목~월요일(11:00~18:00) / [10월 22일~11월 9일] 목~월요일(11:00~16:00) / [11월 13일~이듬해 4월 12일] 금~월요일(11:00~16:00) |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만난, 세상에서 가장 큰 현대미술관
뉴욕을 여행 중인 관광객들에게 하루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디아비컨 미술관(Dia:Beacon)을 둘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디아비컨으로 가는 길은 아름다운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수많은 인파와 자동차들의 경적 소리로 가득한 맨해튼에서 잠시 벗어나 고즈넉함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움직이건 맨해튼 그랜드센트럴 역에서 기차를 타건 허드슨 강을 따라 흐르는 자연의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린 미국의 허드슨강파가 이 지역에서 태동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다.
맨해튼 브루클린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약 한 시간쯤 달리다 보니 소박한 간판의 디아비컨에 도착했다. 미술관에 대한 첫인상은 솔직히 말해서 실망스러웠다. 뉴욕 현대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실망은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경이로움으로 바뀌었다. 밖에서 보면 미술관은 2층 규모의 낮은 건물이지만, 그 안은 총면적 8,400여 평에 이른다. 디아비컨은 천장이 높아 일반 미술관에서 전시할 수 없는 대형 설치작품들의 공간으로 더할 나위 없다. 천장이 높은 것은 원래 인쇄 공장으로 사용됐던 곳이기 때문이다.
루이즈와 레오나르도 리지오의 기념비적인 기증으로 탄생한 미술관
그 중에서도 미술관의 컬렉션은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관람객들을 압도한다. 2008년 한 해만 약 44만여 명이 다녀갔다. 1974년 맨해튼 첼시에 설립된 디아 재단은 2003년 5월 이 건물을 1960년대부터 21세기까지의 현대 미술 작품들을 소장하는 현대미술관으로 리모델링했다. 방대한 양의 소장품을 재단에 기증한 루이즈(Louise)와 레오나르도 리지오(Leonard Riggio)를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디아비컨 미술관을 리지오 갤러리(Riggio Galleries)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아 재단은 설립 이후 평면, 퍼포먼스, 설치미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를 위해 디아비컨 미술관은 거대한 스케일의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전시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일반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대규모의 작품들이 마치 맞춤옷을 입은 듯 제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만난 앤디 워홀의 〈그림자〉는 전시장 하나에 102개의 패널이 연결되어 있는 설치 작품. 다른 미술관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림자〉는 앤디 워홀이 1970년대 〈평온한 삶〉 드로잉 연작, 〈해머와 낫〉 연작과 함께 열정을 가지고 매달린 작업으로 작업실에 드리워진 그림자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한 개의 패널은 193×132센티미터이며, 아크릴과 실크스크린 기법 등으로 제작됐다. 또한 무채색에서 화려한 네온 색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102개의 패널은 거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작품에 대해 앤디 워홀은 “여러 개의 퍼즐로 완성된 하나의 추상화”라고 설명했다.
지하에 자리하고 있는 조각가 리처드 세라의 〈큰 쇠시리와 구의 결합〉과 〈회전하는 타원〉은 현대조각계를 이끌고 있는 거장의 분신이라는 점에서 미술관의 품격을 높여준다. 특히 그의 기념비적인 설치작 〈회전하는 타원〉은 적당히 부식된 철판 구조물이 미로를 연상케 한다. 투박하면서도 육중한 분위기가 관람객들의 숨을 멎게 할 정도다. 세라의 조각품들이 그렇듯 이 작품을 외부에서 보는 것은 하나의 시각적인 경험일 뿐, 그것을 통과해서 걸을 때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마치 대형 선박을 연상케 하는 외형에선 내부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고, 내부에서도 바깥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좀 더 이해하려면 관람객이 직접 작품 사이로 걸어 들어가야만 하는 수고로움이 뒤따른다.
천국과도 같은 예술 공간
하지만 앤디 워홀이나 세라의 작품들은 디아비컨에서 보면 극히 일부이다. 사실 미국 미술관을 둘러본다는 것은 육체적으로 힘들다. 한두 시간 정도로는 넓은 전시장과 수많은 작품을 도저히 다 둘러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가도 가도 끝이 없을 정도로 넓다. 댄 플래빈, 솔 르윗, 온 카와라, 도널드 저드, 로렌스 와이너, 리처드 스미슨, 아그네스 마틴, 요셉 보이스, 게르하르트 리히터, 브루스 노먼 등 그야말로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며 관람객들을 맞는다.
이들 가운데 독일 출신의 신표현주의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6개의 회색 거울〉이 유독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마치 넓은 전시장을 돌아보느라 다리가 아픈 관람객을 배려한 것처럼 안락한 의자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거장의 작품인 줄 모르고 의자에 앉았다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이라고 쓰인 안내판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리히터는 전후 현대미술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사진이 갖는 리얼리즘적 요소와 여기에 붓질을 더해 얻어지는 추상적 요소가 결합된 새로운 회화 양식을 선보였다. 〈6개의 회색 거울〉은 4개의 전시장 벽면에 6개의 투명한 거울을 설치, 이들 거울 속에 비친 전시장의 벽면과 공간이 독특한 아우라를 풍긴다. 작품 앞에 앉으면 마치 명상의 연못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워싱턴 D.C. 필립스 컬렉션의 마크 로스코 방이 떠올랐다. 비록 작품의 표현 양식은 다르지만 사색의 여유를 안겨주는 정숙한 분위기는 비슷했다.
일본 작가 온 카와라의 〈천일과 100만 년〉은 디아비컨 미술관을 위해 설치된 작품이다. 1969년에 제작된 100만 년의 과거편은 “그동안 살다가 죽은 사람들 모두를 위하여”라는 헌사로 시작되며, 1981년 제작된 100만 년의 미래편은 “마지막 생존자를 위하여”라는 헌사로 시작된다.
일본 출신의 개념주의 미술가인 그는 1965년부터 뉴욕에 머물면서 인간 존재와 시간의 본질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이름하여 ‘날짜 그림(Date Painting)’으로 불리는 그의 작업은 자신이 만난 사람, 날짜, 한 일에 대해 기록하는 독특한 미학을 보여준다. 페인팅으로 기록된 그의 날짜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삶과 죽음에 관한 다중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작품이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과 시간의 본질, 일상 기록의 기호화, 자서전적 스토리(자신의 일상을 일일이 숫자로 기록), 인간 실존에 대한 명상 등은 다른 작가들과 차별된 온 카와라만의 조형 언어이다.
특히 댄 플래빈의 작품들은 디아비컨의 꽃이다. ‘빛의 조각가’로 알려진 플래빈은 솔 르윗, 도널드 주드 등과 더불어 미니멀리즘의 대표 주자이다. 다른 미술관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지만 특히 이곳에서는 그의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뉴욕 주 브리지햄튼의 댄 플래빈 스튜디오(Dan Flavin Art Studio)는 미국 미술 잡지 《아트뉴스》가 2004년 4월 발표한 ‘(당신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숨겨진 미술관 톱 10’에 선정된 바 있다.
이들 작가의 면면이 말해주듯 전시 작품들은 1960, 70년대 미국 미술계를 주름잡았던 작가들의 분신이다. 이 시기는 개념미술이 절정을 이루었던 때여서 상당수의 작품이 극도로 ‘개념적’이다. 이처럼 작품 중심의 전시 공간은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공간이다. 마치 작가의 스튜디오를 확대해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전시장은 갤러리나 미술관의 정형화된 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작가들은 미술 프로젝트를 시작 단계부터 보존 단계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미술관의 시스템 덕분에 예술적 상상력을 위축시키지 않아도 된다.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관람객들
그렇다면 디아비컨의 주 관람객은 누구일까? 비록 맨해튼의 유명 미술관들에 비해 늦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작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살아 숨 쉬는 작품들을 보기 위해 20, 30대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 최근에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들 연령대의 자녀를 둔 50, 60대 관람객들도 눈에 많이 띈다. 하지만 이곳의 진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관람객은 바로 젊은 예술가들이다. 작가의 끼와 예술정신이 넘쳐나는 ‘선배’들의 작업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디아비컨은 일반 관람객들과의 소통 또한 게을리하지 않는다. 작가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현대미술은 자칫 일반인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장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미술관은 초 · 중 · 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장학습과 예술 교육, 갤러리 토크, 워크숍 등을 통해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워준다.
또한 디아비컨은 지역 사회와도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고 있다.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민들을 정기적으로 초대하는 ‘커뮤니티 프리데이’가 대표적이다. 특정 토요일을 지정해 무료로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역민들이 디아비컨의 주인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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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다른나라의 역사와 정치,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한다. 현대 문화예술의 메카인 미국 전역에 있는 미술관 27곳의 탄생 배경과 전통, 변천 과정, 건축 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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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디아비컨 미술관 – 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관, 박진현,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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