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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술
관 컨벤션 사업의 최강 뮤지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위치 | 111 South Michigan Avenue Chicago, Illinois 60603-6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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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일 |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1월 1일 |
이용 시간 | 월~수요일(10:30~17:00) / 목요일(10:30~20:00) / 금요일(10:30~17:00) / 토~일요일(10:00~17:00) |
타임머신을 타고 5천 년 전의 시간 속으로 떠나는 여행
미국 중서부 제1의 도시 시카고는 하늘을 찌를 듯한 최첨단 고층 건물의 스카이라인이 인상적이다. 1871년 일어난 대화재로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시카고는 빼어난 건축미와 독창성을 뽐내는 마천루들의 경연장이 됐다. 이후 약 20여 년간 도시 재건에 매달려온 시카고는 1893년 열린 ‘세계 컬럼비안 박람회(World Columbian Exposition)’를 통해 문화 도시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시 당국이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도서관 등 주요 문화 시설들을 도시 곳곳에 세운 것이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이하 시카고 인스티튜트)’는 1893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정식 개관했다. 만약 미술관도 고유의 성격이 있다고 한다면,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는 매우 균형 잡혀 있고 외향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보자르 양식의 미술관이지만 내부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우선 시카고 인스티튜트는 접근성이 뛰어나다. 대부분의 미국 미술관이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지만 시카고 인스티튜트만큼 찾기 쉬운 곳도 없다. 미시간 에비뉴를 따라 걷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면 만나게 되는 곳이 바로 시카고 인스티튜트다. 몇 개의 계단을 오르면 번잡한 도시에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5천 년 전의 세계로 훌쩍 날아간 듯하다. 인근에 밀레니엄 공원, 미시간 호수 등을 끼고 있어 시카고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라이어슨 가문의 기부가 컬렉션 모태
1913년 시카고 인스티튜트는 아모리 쇼를 유치해 일약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아모리 쇼는 고야부터 입체파 작가에 이르기까지 아방가르드 계열의 유럽 회화와 조각 634점을 전시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 전시회를 통해 미국 대중들은 유럽의 진보적인 미술을 접하였으며, 이는 개인 소장가들의 컬렉션에도 영향을 미쳤다. 1924년부터 1925년 사이 인스티튜트의 컬렉션에도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시카고 인스티튜트가 기업가들의 기부 덕분에 19세기 인상파 작품들을 소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육류 산업으로 거부가 된 팔머 가문과 제강 산업으로 부를 일군 라이어슨 가문의 기부는 컬렉션의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들은 유럽 회화를 사들인 뒤 시카고 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평생 모은 작품들을 미술관에 쾌척하였다. 여기에는 렘브란트, 엘 그레코, 드가, 로댕, 쇠라, 르누아르 등 인상파 작가들의 수작들이 포함되어 있다.
1924년 베타 아노르 팔머가 52점의 미술품을 시카고 인스티튜트에 기증했으며, 1925년에는 헬렌과 버치 바틀렛 부부가 자신들의 헬렌 버치 바틀레트 메모리얼 컬렉션(Helen Birch Bartlett Memorial Collection) 이름으로 그 유명한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쾌척했다.
인상주의 미술 걸작품으로 유명한 미술관
시카고 인스티튜트는 그리스 · 로마 조각작품부터 일본의 다색목판화인 우키요에(ukiyo-e), 미국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5천 년 인류 역사의 변천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총 27만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연평균 관람객만 약 200만 명에 이른다. 특히 인상파 컬렉션은 프랑스를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일정이 빠듯하더라도 인상주의 미술만큼은 꼭 둘러봐야 한다. 시카고 인스티튜트의 인상주의 미술은 유명 작품들로 엄선돼 있다. 특히 모네의 컬렉션은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인상주의 미술은 인스티튜트에서 인기가 많다. 특히 수많은 걸작 가운데 점묘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와 구스타프 카유보트의 〈비오는 날의 파리 거리〉는 관람객들이 빠지지 않고 찾는 대표 작품이다.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르누아르, 세잔, 드가 등 인상주의 회화 기법과는 다른 신인상주의의 시대를 연 작품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쇠라는 인상주의 회화기법을 바탕으로 색채가 시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과학 이론을 연구, 순수한 색채를 규칙적인 작은 점들로 찍는 점묘기법으로 새로운 화면을 연출했다.
도시 사람들이 일요일 오후를 강변의 공원에서 한가롭게 보내는 장면을 캔버스에 담기 위해 쇠라는 1884년부터 1886년까지 매일 아침 강변에 나갔다. 대상을 단순화한 형태감과 기하학적인 구도, 점묘기법이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그림은 비록 서른한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했지만 쇠라를 인상파의 거장으로 불리게 한 세기의 명작이 됐다.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20세기 미국 현대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미국인들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이른바 ‘미국 정경회화’의 선두주자인 호퍼는 쓸쓸한 모텔 방, 외딴 주요소 등 평범한 장소에 시적인 통찰력을 불어넣어 도시의 고독을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뉴욕 그린위치의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의 주인공들은 밤늦은 시각임에도 상념에 빠진 채 전혀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호퍼는 레스토랑의 세부적인 표현을 과감히 생략, 익명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독과 단절을 강렬하게 그려냈다.
유럽 · 미국 현대미술 갤러리(Gallery of European and American Contemporary Art)에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살바도르 달리, 윌렘 드 쿠닝, 잭슨 폴록, 앤디 워홀 등의 그림과 조각 및 혼합매체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방문객들은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들이 갤러리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며 놀라곤 한다. 19세기 중엽 유리로 만든 서진(책장이나 종이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눌러두는 물건)들을 볼 수 있는 아서 루블로프 컬렉션(Arthur Rubloff Collection)과 15세기부터 19세기의 유럽 무기류와 갑옷 컬렉션도 미술관이 자랑하는 볼거리이다. 유럽 무기 컬렉션은 갑옷과 말 장비, 검과 단검, 철퇴 등 약 1,500여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아’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아이오와 사람들을 성나게 한 〈아메리칸 고딕〉
〈아메리칸 고딕〉은 아이오와 주 시골 마을 시더 래피즈 출신인 화가 그랜트 우드가 자신의 여동생과 치과의사를 모델로 그린 것으로, 미국 대중문화 역사상 가장 많이 패러디된 그림이다.
1930년 아이오와 주의 엘던을 여행하던 그랜트 우드는 19세기 고딕 건축의 시골집을 발견하고 ‘왠지 평소 상상해왔던 사람들이 살 것만 같은 집’이라는 영감을 얻었다. 비록 작은 시골집이지만 미 중서부 고딕 건축의 전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우드는 여동생 낸을 불러 19세기 미 식민지 시대의 전통적 문양이 장식된 에이프런을 입게 하고 모델로 세웠다. 그림 속 남자는 자신의 주치의였던 치과 의사 바이런 맥키비이다. 당시 맥키비는 오하이오 주 시더 래피즈에 살았다. 남자가 들고 있는 삼지창은 그가 입고 있는 작업복과 고딕 양식의 창문, 길쭉한 얼굴과 함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드는 모델인 두 사람을 집 앞에 세우지 않았을뿐더러 나란히 포즈를 취하게 하지도 않았다. 두 모델과 집을 따로 그린 다음 재구성했다. 그림 속의 두 사람은 당시 미국 사회의 전통적인 남녀상을 나타낸다. 농부가 들고 있는 쇠스랑은 힘든 노동을 상징한다.
1930년 우드는 시카고 인스티튜트에서 열린 제43회 미술전시회에 〈아메리칸 고딕〉을 출품했으나 당시 심사위원들로부터 ‘엽기적인 커플’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시카고 인스티튜트 후원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심사위원이 우드에게 동메달과 함께 부상으로 300달러를 지급하도록 입김을 넣었다. 또한 심사위원들에게 이 작품을 구입하도록 요구했다. 그 결과 오늘날 〈아메리칸 고딕〉이 시카고 인스티튜트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다.
〈아메리칸 고딕〉은 〈시카고 이브닝 포스트〉를 시작으로 뉴욕과 보스턴, 캔자스시티, 인디애나폴리스 등의 주요 신문들을 통해 미 대중에게 선보였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 작품이 ‘중서부 시골의 삶을 미국적 가치로 그린, 가장 미국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동부 지역 엘리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들은 중서부 사람들의 편협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완벽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아이오아 주를 중심으로 한 중서부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폄하한 그림’이라며 맹비난했다.
〈아메리칸 고딕〉이 아이오와 주의 〈시더 래피즈 가제트〉 신문에 실리면서 우드에 대한 비난은 절정에 달했다. 아이오와 주 사람들은 “(모델들의 얼굴이) 가난에 찌들고 험상궂으며 청교도 신자들처럼 묘사해 자신들을 모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여성들의 반발이 거셌다. 아이오와 여성들은 입술을 꽉 문 그림 속의 여성이 자신들을 퉁명스럽고 음울한 사람들로 조롱했다면서 항의했다. 실제로 한 여성은 그림 속 여자 모델인 낸에게 “당신의 얼굴은 맛이 변한 우유 같다”고 편지를 보냈고, 한 농부 부인은 우드의 귀를 깨물겠다는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우드는 “난 아이오와 주 사람들의 캐리커처를 그린 게 아니라 미국인들을 묘사했다”면서 한발 뺐다.
당황스럽기는 여자 모델도 마찬가지였다. 우드의 동생 낸은 많은 사람이 남자 모델인 치과 의사 맥키비와 자신을 실제 부부로 생각한다는 데 몹시 속이 상했다. 이유는 치과 의사인 맥키비의 나이가 자신보다 두 배나 많았기 때문이다. 낸은 사람들에게 “그림 속의 남자와 여자는 아버지와 딸이다”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그림을 그린 우드는(동생의 말이 옳다고 거들지 않고) 침묵했다.
1990년 세상을 떠난 낸은 한 인터뷰에서 “만약 오빠가 〈아메리칸 고딕〉을 그리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무미건조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그랜트 우드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녀는 부동산 투자가인 에드워드 그래함과 결혼했지만 슬하에 자녀가 없었다. 말년에 시력을 상실하고 한 양로원에서 생을 마감한 그녀는 그랜트 우드의 작업을 재평가하는 미술사가로 활동했다.
〈아메리칸 고딕〉을 가장 처음 패러디한 사람은 1942년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고든 파크(Gordon Parks)였다. 우드의 작품에 우호적 견해를 피력한 유명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과 크리스토퍼 몰리는 “〈아메리칸 고딕〉은 미국의 소박한 시골 생활을 재기 발랄하게 풍자한 걸작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우드의 그림은 문학과 광고, 영화, 대중문화 등에서 패러디의 단골 소재로 인기를 끌었다.
시카고 인스티튜트를 더욱 빛내는 교육 프로그램과 컨벤션 사업
시카고의 문화 허브로서 시카고 인스티튜트는 광범위한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예술적 소양을 살찌우고 있다. 특히 교육부서는 시민들과 학교, 지역 사회와 경제 단체 그리고 시니어 그룹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매년 시카고와 일리노이 주 전역의 약 2천 개 학교에서 8만 2천여 명의 학생이 시카고 인스티튜트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시카고 인스티튜트는 미래 고객인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를 펼친다. 12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는 무료 입장 혜택을 제공하는 등 이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크래프트 교육센터(Kraft Education Center)는 어린이들이 직접 전시 기획에 참여할 수 있는 ‘쌍방향 전시(interactive exhibition)’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린이들은 유럽과 미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거실과 침대 등 생활상을 미니어처로 재현한 ‘톤 미니어처 룸(Thorne Miniature Rooms)’에 탄성을 자아낸다.
시카고 인스티튜트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자산은 바로 카페테리아와 레스토랑이다. 이곳은 일 년 내내 강연회, 영화 상영, 특별 강연회 등을 열어 미술관의 수익 사업에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경영 전문가와 이벤트 전문가들을 고용해 미술관을 일반인 및 기업들의 회의나 파티, 모임 공간으로 빌려주는 컨벤션 사업으로 고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100~300명의 인원이 동시에 모임을 가질 수 있는 7개의 공간에서 일 년 내내 크고 작은 회의와 모임이 열린다.
특히 밸런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는 미술관 내 레스토랑과 연계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벌여 짭짤한 수입을 얻는다. 지역민과 밀착된 마케팅은 15만 명의 일반인을 미술관 회원(멤버십)으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술관이 자랑하는 또 다른 콘텐츠는 청소년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중 · 고등학생들과 55세 이상 노인들을 겨냥한 미술관학(Museology)과 엘더호스텔 등의 차별된 내용으로 짜여 있다.
미술관학의 경우 매주 수요일 시카고 시내 공립학교 고등학생들을 초대해 미술사를 주제로 권위 있는 강사진들이 이론 수업을 제공한다. 매주 참가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기 위해 전시장뿐 아니라 도서관, 미술관 아트숍, 레스토랑 등 다양한 장소에서 흥미롭게 진행된다.
엘더호스텔은 시카고 인스티튜트의 간판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이다. 유스호스텔의 개념에서 착안한 이 프로그램은 55세 이상의 노인들이 5박 6일 동안 미술관, 공연장, 도서관 등을 투어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비싼 참가비(1인당 100만 원선)에도 불구하고 신청자들이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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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인스티튜트는 쌍방향 전시와 엘더 호스텔 등 다양한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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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 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관, 박진현,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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