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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
박물관으로 변신한 조지 워싱턴 저택

마운트 버넌 뮤지엄

George Washington’s Mount Vernon
요약 테이블
위치 3200 Mount Vernon Memorial Highway, Mount Vernon, Virginia 22309
휴관일 연중무휴
이용 시간 4~8월(08:00~17:00) / 3 · 9 · 10월(09:00~17:00) / 9월~이듬해 2월(09:00~16:00)

폐허 위기에 처한 워싱턴 저택을 글로벌 유적지로 키워낸 저력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남쪽으로 26킬로미터 정도 내려가면 마운트 버넌 뮤지엄(George Washington’s Mount Vernon, 이하 마운트 버넌)이라는 유서 깊은 사적지가 나온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저택이다. 버지니아 주 포토맥 강변에 위치한 이곳에서 워싱턴은 재임 중에도 434일 동안 머물며 집무를 수행했다.

조지 워싱턴 저택이었던 마운트 버넌 뮤지엄 전경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평생 고향 마운트 버넌 풍경

ⓒ Dbaron | CC BY-SA

마운트 버넌은 원래 조지 워싱턴이 땀 흘려 일군 농장이었다. 워싱턴은 이복형인 로런스 워싱턴에게서 유산으로 물려받은 마운트 버넌에서 45년 동안 살았고 죽어서도 그곳에 묻혔다.

워싱턴의 마운트 버넌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 미 대륙군 총사령관을 맡아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워싱턴이 왕이 되어 달라는 일부 참모들의 권고를 뿌리친 채 총사령관직을 내놓고 달려간 곳이 바로 마운트 버넌이다. 또한 1797년 두 번의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한 번 더’를 외치는 국민들의 바람을 뒤로하고 서둘러 낙향한 곳도 이곳이다. 대통령 재임 시절인 1790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는 그가 얼마나 마운트 버넌을 아꼈는지 알 수 있다.

“친구여, 대통령 관저에서 유럽 국가 대표단들과 마주앉기보다는 마운트 버넌 고향 집에서 자네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네.”

3선 대통령의 유혹을 거부한 워싱턴의 결단은 후임 대통령들이 재선을 끝으로 퇴임하는 관행을 이끌어냈다. 마운트 버넌이 미국 대통령들의 임기를 2회 연임제로 정착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고향으로 내려온 워싱턴은 농부로 되돌아갔다. 한 국가의 번영은 세상의 변화에 밝은 농사꾼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워싱턴은 자신을 농사꾼으로 생각하며 마운트 버넌에서 새로운 품종과 농법 개발에 힘썼다.

하지만 마운트 버넌은 1799년 워싱턴이 후손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면서 서서히 쇠락해갔다. 농장을 상속받은 워싱턴 조카 존 워싱턴은 시장 환경의 변화로 더 이상 농장 유지가 어려워지자 마운트 버넌을 보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1853년 연방정부와 버지니아 주 정부에 마운트 버넌 매입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때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살고 있던 앤 파멜라 커닝햄(Ann Pamela Cunningham)이라는 여성이 ‘마운트 버넌 살리기’의 구원 투수로 나섰다.

마운트 버넌을 살린 ‘마운트 버넌 여성협회’

커닝햄은 유가족들의 관리 소홀로 방치되어가는 마운트 버넌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했다. ‘미국인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워싱턴의 저택이 사람들이 찾지 않는 쓸쓸한 곳으로 전락하자, 마치 자신의 부모님 집이 그렇게 된 것처럼 가슴 아파했다.

마운트 버넌 재건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기로 결심한 그녀는 신문에 ‘남부의 여성들에게(The Ladies’s of the South)’라는 글을 기고해 재건에 필요한 모금 운동을 벌였다. 그녀의 간절한 마음이 남부 여성들에게 전해지면서 기부금이 쇄도했다. 남부 여성들은 커닝햄을 주축으로 마운트 버넌을 지키는 모임을 결성하는 데 뜻을 모았다. 바로 ‘마운트 버넌 여성협회(Mount Vernon Ladies’s Association)’이다. 일종의 ‘워싱턴을 사랑하는 여성들의 모임’(워사모)인 셈이다. 마운트 버넌 여성 협회는 미국 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민간 단체이기도 하다.

마운트 버넌 여성협회가 유가족으로부터 마운트 버넌을 구입하면서 이곳은 미술관과 부대시설, 교육센터 등을 갖춘 문화 사적지로 변신했다. 당시 마운트 버넌 여성협회가 전국적으로 모금한 금액은 20만 달러. 이 모금액으로 마운트 버넌 여성협회는 1858년 12월 마운트 버넌 저택과 인근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 만약 이 단체의 활동이 없었다면 마운트 버넌은 흔적도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협회가 저택을 매입했을 당시 워싱턴 대통령의 유물은 채 12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협회의 꾸준한 복원 노력 덕분에 분실되고 훼손될 뻔한 유품들을 보존할 수 있었다. 현재 마운트 버넌에 전시한 가구의 40퍼센트 정도가 워싱턴이 실제 사용했던 것들이다.

길버트 스튜어트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

1810, 캔버스에 유화, 61.3×74cm, 에버슨 미술관 소장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마운트 버넌은 워싱턴 대통령 생존 당시에는 저택과 농장, 정원 등 약 980만 평에 이르는 대평원이었다. 현재는 100여 만 평으로 규모가 줄었다. 워싱턴 대통령의 가족들은 1858년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당시만 해도 워싱턴 대통령이 태어난 생가와 묘지, 정원 등 마운트 버넌은 지금과는 다른 개인 저택의 모습이었다.

1960년 국가 유적지로 지정된 이후 마운트 버넌은 저택의 벽 페인트 색깔부터 가구, 심지어 스푼까지 섬세하게 복원했다. 현재 마운트 버넌에는 저택을 중심으로 농장, 정원, 온실, 묘지, 부속 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약 100만 평 면적 가운데 61만여 평 규모가 생가와 유품 등이 전시된 맨션(mansion)으로 조성돼 있다.

마운트 버넌 뮤지엄 내부 거실

ⓒ 마운트 버넌 뮤지엄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1층의 가구 대부분과 침실에 있는 가구들은 원래 워싱턴 가족이 사용했던 것들이다. 특히 1층 서재에는 소박한 의자가 전시돼 있는데, 워싱턴이 대통령 시절 사용했던 것이다. 군주제가 대세였던 시절, 워싱턴은 이 의자에 앉아 낙향을 결심했다고 한다.

당시 미국의 가정생활을 엿볼 수 있는 침실과 주방 및 거실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한편, 말년에 거동이 불편한 워싱턴 대통령이 즐겨 사용했던 우리나라의 요강 비슷한 항아리도 볼 수 있다.

마운트 버넌 뮤지엄 1층 서재 내부

ⓒ 마운트 버넌 뮤지엄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 1조지 워싱턴의 침대
    • 2조지 워싱턴의 의자

이들 가구 외에 워싱턴의 유물들은 따로 떨어진 박물관 건물에도 전시되어 있다. 저택의 양 끝에서 굽은 주랑(柱廊)이 줄지어 선 부속 건물들을 연결한다. 그늘진 차도, 보도, 정원이 있고 넓은 잔디밭이 저택을 둘러싸고 있다. 저택에서 남서쪽으로 조금 걷다 보면 워싱턴의 유해가 묻혀 있는 수수한 벽돌무덤이 나온다. 야외 전시장에는 18세기 미국 농경 방식을 재현한 자료들과 실내 장식품, 가정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방문객들은 약 200여 년 전의 정원을 직접 둘러볼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맨션 투어,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해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글로벌 랜드마크로 키워가고 있다. 한국어 등 10여 개 나라의 언어로 관광 안내 지도가 제작될 정도이다. 2008년 한 해 동안 마운트 버넌을 찾은 관광객은 130만여 명. 이곳이 일반인에게 본격 공개된 1860년대부터 계산하면 총 방문객은 약 7,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마운트 버넌 뮤지엄을 찾은 관광객들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미 연방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입장료와 기념품 매장, 연회장 대여 등의 수익금으로 450명의 직원과 400명의 자원봉사자를 거느리고 있다.

마운트 버넌은 미국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의 삶과 업적을 살펴볼 수 있는 유적지라는 점에서 미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무엇보다 마운트 버넌은 폐허 위기에 몰린 사택을 글로벌 유적지로 키워낸 미국인들의 저력을 볼 수 있는 생생한 현장이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마운트 버넌에는 매일 수십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이 해설사와 경비원 등 ‘문화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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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 집필자 소개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을 졸업하고 광주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거쳤다. 현재 편집부국장 겸 문화선임기자로 재직 중이다. 지난 25년 동안 미술분야와 광주비엔날레, 아시아 문화중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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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관
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관 | 저자박진현 | cp명예담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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