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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
하늘과 대지가 소통하는 그린 갤러리

스톰킹 아트센터

Storm King Art Center
요약 테이블
위치 Old Pleasant Hill Road, Mountainville, NY 10953
휴관일 월 · 화요일 / 동절기(11월 16일~3월 31일)
이용 시간 [4월 1일~10월 31일] 수~일요일(10:00~17:30) / [11월 1일~15일] 수~일요일(10:00~17:00)

규모와 컬렉션 면에서 가히 독보적인 야외 조각공원

번잡한 뉴욕 맨해튼을 벗어나 동쪽으로 한 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마운틴 빌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평상시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지만 주말이나 방학 시즌엔 피크닉 가방을 멘 뉴요커뿐 아니라 입소문을 듣고 미 전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분주해진다. 스톰킹 아트센터(Storm King Art Center)를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일상에 찌든 뉴요커들에게는 ‘에덴동산’과 같은 곳이다.

스톰킹 아트센터의 전경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폭풍우의 왕’인 이곳은 이름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은 한적한 야외 조각공원이다. 미국에는 크고 작은 야외 조각공원이 수없이 많지만, 스톰킹 아트센터는 규모와 컬렉션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보적이다.

스톰킹 아트센터를 찾는 방문객은 자동차를 타고 매표소를 지나는 순간부터 거대한 스케일에 압도된다. 마치 호주의 대평원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빽빽한 숲과 확 트인 시야, 그리고 푸른 잔디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61만 평이 넘는 푸른 초원을 캔버스 삼아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있는 130개의 조각작품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공간 연출의 미학을 자랑한다.

스톰킹 아트센터의 전시장은 푸른 하늘과 녹색 대지가 전부이다. 그 흔한 화려한 조명도 이곳에서는 보기 어렵다. 일반 갤러리처럼 벽면의 제약이 없는 확 트인 야외 전시장은 조각품들에게는 최적의 공간이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예술로 담아낸 야외 조각공원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허드슨 하일랜드(Hudson Highlands, 일종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야외 조각공원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이곳에 전시된 조각작품들은 그 어떤 인공적인 연출로부터 자유롭다. 오로지 햇볕의 밝기와 기후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설령 이곳을 여러 번 찾았더라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계절의 변화로 연출된 새로운 감동을 가슴에 품게 된다.

조각계 거장들의 경연장

스톰킹 아트센터는 1960년 랠프 E. 오젠과 H. 피터 스턴에 의해 설립되었다. 오젠은 원래 19세기 미국의 아름다운 풍광을 주로 그린 허드슨강파의 전문 미술관을 건립하려고 했다. 하지만 1961년 호주 여행에서 대리석 채석장을 방문한 뒤 조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초기 구입한 대리석 작품들은 이 조각공원의 외곽에 설치되어 있다).

6년 뒤 오젠은 자신의 고향인 뉴욕 주 볼턴 랜딩의 야외 광장에 설치된 데이비드 스미스의 작품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스톰킹 아트센터로 돌아온 오젠은 데이비드 스미스 재단으로부터 작품 13점을 구입했다. 이후 마운틴 빌의 풍광과 조화를 이루는 조각작품들을 소장하기 시작했다. 각각의 조각은 주변은 물론 원거리의 풍경들을 아우르며 독특한 예술적 프레임을 연출한다. 이는 상당수의 미술관이 소규모 조각공원을 거느리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이들 미술관의 조각공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데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일 년 내내 다양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1972년부터 스톰킹 아트센터는 스케일이 큰 대형 조각작품들을 속속 구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영구 소장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운틴 빌의 경치, 스톰킹 아트센터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작품인가가 컬렉팅 제1 조건이다. 1974년 오젠이 세상을 떠난 뒤 피터 스턴이 그 뒤를 이어 스톰킹 아트센터의 회장과 이사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스톰킹 아트센터의 본 건물은 버몬트 해치(Vermont Hatch)의 자택이었던 곳으로, 건축가 맥스웰 킴볼(Maxwell Kimball)이 프랑스 노르망디 스타일로 설계했다. 건물의 주재료인 화강암은 허드슨 강이 내려다보이는 뉴버그(Newburgh)를 거의 100년 동안 지켜온 에드워드 암스트롱의 자택 댄스카머에서 1834년 가져온 것이다. 5개의 이오니아식 기둥은 스톰킹의 상징이 되었다. 호두나무 벽면과 오크 마루로 마감된 빌딩 내부는 9개의 전시장과 기념품 숍 그리고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스톰킹의 방문객들은 직접 걸어 다니거나 셔틀버스에 올라타 거장들의 작품을 마치 보물찾기 하듯 발견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특히 아트센터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이곳저곳을 누비다 보면 그린 갤러리만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 백화점에 진열된 옷을 아이쇼핑하는 것 같은 여느 조각공원과 달리, 마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해 꼭꼭 숨어 있는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내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체험을 통해 방문객들은 자연을 예술로 받아들이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스톰킹 아트센터를 운행하는 셔틀버스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스톰킹 아트센터의 컬렉션은 196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 조각가들의 추상 조각작품이 대부분이다. 설립자인 오젠에게 큰 감명을 준 데이비드 스미스의 13점 작품을 필두로 하여 알렉산더 칼더, 헨리 무어, 루이스 네벨슨, 탈 스트리너,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 마크 디 수베로, 로버트 그로스브너, 이사무 노구치, 루이즈 부르주아, 알렉산더 리베르만, 조지아 리키, 리처드 세라, 앤디 골드워시, 백남준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앤디 골드워시(Andy Goldsworthy)의 〈스톰킹 담〉

ⓒ jmenard48 | CC BY-SA

알렉산더 칼더 〈5개의 검〉

1976, 금속에 빨간색 페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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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칼더 〈아치〉

1975, 철에 검정색 페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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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무 노구치 〈모모타로〉

1977~1978, 화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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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리키 〈2개의 면〉

1970, 스테인리스스틸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마크 디 수베로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최상의 갤러리

마크 디 수베로는 전후 미국 조각사상 가장 두드러진 역할을 한 조각가이다. 대중문화와 현대 사회의 대량 생산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산업 현장의 재료들을 이용해 추상표현주의의 웅장한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쇠막대기, 자동차 타이어, 쇠끈, 의자 그리고 건축 재료 등 산업 현장과 쓰레기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폐자재들을 혼용하여 조각을 제작했다. 웬만한 소형 빌딩 크기와 맞먹는 그의 작품들은 전통적인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이 때문에 스톰킹 아트센터는 마크 디 수베로의 작품을 일반 관람객들이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최상의 갤러리라 할 수 있다.

마크 디 수베로 〈몽페 몽페〉

1973~1975,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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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수베로는 추상표현주의의 시대를 열었다. 1950년대 말부터 조각 작업을 선보인 그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호주 등 국제적으로 인지도를 넓혀갔다. 볼티모어, 달라스, 텍사스, 미시간 등 웬만한 미국 미술관은 그의 작품을 한 점 이상씩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조각가이다.

산업 현장의 폐자재를 재활용하는 그의 독특한 미학은 〈어머니의 평화〉에 잘 나타나 있다. 마치 가을날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 위에 두 손 벌리고 있는 허수아비를 보는 듯 친근하다. 스톰킹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 작품은 반전(anti-war)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구를 가장 신랄하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상징한다.

마크 디 수베로 〈어머니의 평화〉

1969~1970, 철에 페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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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잔디를 밟으며 마음의 여유를 한껏 만끽할 무렵 맞닥뜨리게 되는 리처드 세라의 〈슈네문크 포크〉의 첫인상은 편안하지 않다. 차가운 강철 소재와 날카로운 느낌의 직각형 구조는 주변 풍광에 이완되어 있는 관람객의 마음을 기습적으로 파고들어온다.

리처드 세라는 대형 철판으로 조형물을 만드는 미니멀리즘의 대가이다. 차갑고 무거운 금속인 철을 소재로 하여 만든 부드러운 유선형의 거대한 작품들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이다. 스톰킹 아트센터의 인근에 위치한 산 이름에서 따온 〈슈네문크 포크〉는 현대예술가들의 예술 세계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조형물이다. 약 1만 2천 평에 이르는 넓은 대지 위에 들어선 4개의 직사각형 평면 구조물은 일부가 땅속으로 파고들어가 관람객들은 단지 3분의 2만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매력은 4개의 구조물이 마치 파도치듯 독특한 지형을 연상케 한다는 점이다.

리처드 세라 〈슈네문크 포크〉

1990~1991,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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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예술의 대가, 솔 르윗의 실험적 작품을 이해하는 공간

개념예술의 창시자인 솔 르윗의 작품들도 스톰킹 아트센터의 하이라이트이다. 개념미술과 기하학적 추상의 대가인 그는 1960년대 말 이후 벽에 드로잉 작업을 하거나 구조물(structures, 르윗은 조각 대신 ‘구조물’이라는 단어를 선호했다)을 통해 일약 유명 작가가 되었다. 일찍이 〈뉴욕타임스〉로부터 “미국 현대미술의 길잡이(lodestar)”라는 평을, 비평가인 마이클 킴멜맨으로부터 “세계에서 시대를 앞서간 작가”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1960년대 중반 개념예술을 이끌며 기존 추상표현주의의 과도한 표현 양식을 거부했다.

개념미술은 작품이 반드시 논리적일 필요가 없을뿐더러 복잡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예술가의 제1 조건은 개념(idea)을 가장 훌륭하게 구현해내는 것이라고 믿었다. 또한 개념은 예술가의 손을 거쳐 대중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으며, 그 작품 자체는 누구에게나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그는 형태를 최대한 단순화한 구, 삼각형 그리고 기학적인 도형의 작업에 몰두했다. 1960년대 중반 르윗은 벽 드로잉(wall drawings)을 이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였는데, 이러한 시도는 당시 미술계에서 매우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솔 르윗 〈타워〉

1984년, 철, 덴버 피기 미술관 야외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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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스톰킹 아트센터의 간판 스타는 〈큐비21〉, 〈알바니1〉, 〈철의 여인〉, 〈5월의 자태〉 등 13점에 이르는 데이비드 스미스 컬렉션이다. 이 가운데 8점은 허드슨 하일랜드에서 내려다보이는 조각공원 요충지에 있으며, 5점은 미술관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그의 작품들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특징을 지녔다. 데이비스 스미스는 미국에서 조각작품을 제작하는 데 용접 기술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회화에서는 액션 페인팅의 잭슨 폴록, 조각에서는 데이비드 스미스’라고 할 만큼 데이비드 스미스는 추상표현주의의 양대 산맥을 이뤘다.

특히 화가들이 캔버스에 선을 그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버려진 쇠막대기를 이용해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회화와 조각을 통합시키는 ‘드로잉 인 스페이스(drawing in space)’는 데이비드 스미스의 조각 세계를 함축하는 개념이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의 미술관이 애지중지하는 최고의 컬렉션이기에 경매 시장에서 작품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그의 〈큐비〉 시리즈는 2005년 소더비 경매에서 2,380만 달러에 팔려 전후 현대 미술 작품 중 최고 경매가를 기록하였다.

스테인리스스틸로 제작된 〈큐비〉 시리즈는 데이비드 스미스가 야외 조각물에 관심이 많았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실제로 그는 날씨나 시간의 변화에 따라 조각의 색이 다양하게 바뀌는 극적인 효과를 겨냥해 〈큐비〉 시리즈를 야외에 설치하길 원했다.

스톰킹 아트센터에 꾸며진 데이비드 스미스 갤러리

〈큐비 21〉 등 5점이 전시돼 있다.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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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 집필자 소개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을 졸업하고 광주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거쳤다. 현재 편집부국장 겸 문화선임기자로 재직 중이다. 지난 25년 동안 미술분야와 광주비엔날레, 아시아 문화중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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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관
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관 | 저자박진현 | cp명예담 도서 소개

미술관은 다른나라의 역사와 정치,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한다. 현대 문화예술의 메카인 미국 전역에 있는 미술관 27곳의 탄생 배경과 전통, 변천 과정, 건축 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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