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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대표하는 조각가 후안 무노즈는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4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천재 예술가이다. 열네 살 때 미술비평가였던 산티아고 아몬에게서 라틴어를 배우며 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프랑코 정권 시절이던 1970년 당시 열일곱살이던 무노즈는 암울한 사회 분위기에 반발해 영국 런던으로 건너갔으며 영국 의회의 장학생으로 판화 제작을 전공했다. 이후 일 년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머물던 그는 좌익 성향의 친구들을 사귀는 동시에 우익 성향의 정치인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1982년 풀브라이트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뉴욕 프랫 대학교에서 드로잉을 수학한 그는 틈틈이 전시장과 도서관은 물론 도심을 걸어 다니며 자신만의 이미지 작업을 찾는 데 주력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특정 건축적 환경에 맞춰 설치한 인물상 작업으로 ‘드라마틱한 조각설치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특히 그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모습을 실제 형상보다 작게 만들고, 여기에 ‘이야기(narrative)’를 끼워 넣는 독특한 화법으로 전통적인 조각 방식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종종 자신의 직업이 스토리텔러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가공과 실제 세계 사이를 밀고 당기는 긴장감을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현대사회 속의 고독한 군중이다. 대표작으로는 〈여러 번〉, 〈마지막 대화〉, 〈벽위의 두 사람〉, 〈프롬프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