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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
뉴욕의 페미니즘 아이콘

브루클린 미술관

Brooklyn Museum
요약 테이블
위치 200 Eastern Parkway, Brooklyn, New York 11238-6052
휴관일 월 · 화요일
이용 시간 수~금요일(10:00~17:00) / 토요일(11:00~18:00) / 일요일(11:00~18:00) / 매주 첫 번째 토요일(11:00~21:00)

어둠의 도시를 문화 특구로 탈바꿈시킨 ‘브루클린 효과’

평소 미술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빌바오 효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쇠락해가는 스페인의 탄광 도시 빌바오에 글로벌 미술관인 구겐하임 분관을 유치해 매년 100만 명이 찾는 세계적 관광 도시로 되살려낸 기적 말이다.

빌바오나 영국의 게이츠 헤드만큼은 아니더라도 브루클린 미술관 역시 ‘미술관의 힘’을 입증한 대표적인 곳이다. 뉴욕 시의 5개 자치구 가운데 하나인 브루클린은 한때 어둡고 낡은 건물들로 인해 ‘우범 지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브루클린은 2004년 이후 생동감 넘치는 문화 특구로 변신했다. 10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루클린 뮤지엄 오브 아트’가 브루클린 미술관으로 간판을 바꾸고 새롭게 문을 연 것이다. 무려 2년의 공사 기간이 소요된 리모델링에는 6,300만 달러의 예산이 소요됐다. 약 1만 6천여 평의 보자르 양식 건물인 미술관에는 매년 전 세계에서 5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다.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30분 거리, 브루클린 다운타운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하며, 인근에는 식물원 등이 조성돼 있다.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브루클린 미술관 전경

ⓒ 브루클린 미술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보자르 양식의 5층 건물로 이루어진 브루클린 미술관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미술관 리모델링 공사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뮤지엄 정문과 분수대 그리고 뮤지엄 밖의 공원과 휴식처를 겸할 수 있도록 새롭게 꾸민 뮤지엄 플라자이다. 이 때문에 칙칙했던 브루클린이 생동감 넘치는 광장으로 변신했다.

우선 미술관 정문이 모두 유리로 설치돼 마치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미술관 정문 밖 중앙에는 200미터 높이의 물줄기가 치솟는 분수대가 설치돼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봄철 야간에는 뮤지엄 플라자 인근에 활짝 핀 목련꽃이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져 지역 주민들의 쉼터로도 인기가 많다.

브루클린 브리지

ⓒ Sarah_Ackerman | CC BY

브루클린 미술관은 뉴욕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소장품은 고대 이집트 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약 150만 점에 이른다. 브루클린 미술관의 컬렉션은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in), 헐버트 스핀덴(Herbert Spinden), 윌리엄 헨리 굿이어(William Henry Goodyear) 같은 걸출한 큐레이터들과 수많은 개인 컬렉터들의 열정 덕분에 수십 년 사이에 급속히 확장됐다. 컬렉션은 크게 고대 이집트 · 중동 미술, 아프리카 · 태평양 미술, 미국 미술, 이슬람권 미술, 아시아 미술, 중남미 미술, 현대미술, 장식미술, 유럽 미술, 사진, 엘리자베스 A.새클러 페미니스트 아트센터(이하 새클러 센터)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 가운데 미국 미술에는 존 싱글턴 코플리의 〈실베스터 가디너 여사의 초상화〉, 길버트 스튜어트의 〈조지 워싱턴〉, 존 싱어 사전트의 〈야외 작업〉, 윌리엄 윌리엄스의 〈데보라 홀〉 등이 눈에 띈다.

존 싱글턴 코플리 〈실베스터 가디너 여사의 초상화〉

1772, 캔버스에 유화, 128×101.6cm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길버트 스튜어트 〈조지 워싱턴〉

1796, 캔버스에 유화, 244.5×153cm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윌리엄 윌리엄스 〈데보라 홀〉

1766, 캔버스에 유화, 181.3×117.8cm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코플리는 미 식민지 시대 보스턴 명사들의 초상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초상화가로서 그는 모델의 실제 모습과 사회적 지위를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데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가디너 여사는 보스턴의 대지주이자 의사였던 에비게일 픽맥 가디너의 아내로 부잣집 안주인다운 도도함과 품위를 풍긴다. 그녀는 터키풍의 이국적인 의상을 입고 있는데, 이는 당시 가장 세련된 영국 패션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가디너 여사의 우아한 의상과 근엄한 자태, 풍만한 외모는 그녀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존 싱어 사전트의 〈야외 작업〉은 19세기 말 초상화가로서가 아닌 풍경화가로서 그의 비범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전트의 친구인 폴 시저 헬러우와 부인 앨리스를 모델로 했다. 작업실에서만 줄곧 그림을 그려왔던 사전트는 영국 코스월에 머물며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야외에서 모델과 풍경을 캔버스에 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존 싱어 사전트 〈야외 작업〉

1889, 캔버스에 유화, 65.9×80.7cm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윌리엄 윌리엄스는 식민지 시대 가장 뛰어난 미국 초상화가의 한 사람이다. 화가로서뿐 아니라 선원, 음악 강사, 극장 무대장식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만큼 다재다능했다. 〈데보라 홀〉의 주인공은 필라델피아 유명 인쇄업자 데이비드 홀의 딸이다. 화려한 의상과 배경의 아름다운 정원은 데이비드 가문의 부를 상징한다. 이 그림에는 모델의 정체성을 설명해 주는 몇몇 단서들이 숨어 있다. 가령 그녀가 움켜쥐고 있는 장미는 당시 사랑과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순종의 미덕을 의미했다. 즉 데이비드 홀은 이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딸이 결혼 적령기를 맞은 최고의 신붓감임을 주변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유럽 미술 역시 브루클린 미술관이 내세우는 대표적 컬렉션이다. 에드가 드가의 〈밀레 피오크레 초상화〉, 카미유 피사로의 〈오르막길〉, 찰스 에밀리 오귀스트 듀란의 〈에밀리 워렌 로에블링 초상화〉 등 수많은 명작을 소장하고 있다.

여성 작가들의 전용 공간, 엘리자베스 A. 새클러 페미니스트 아트센터

브루클린 미술관이 뉴욕의 내로라하는 미술관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여성 작가들의 전용 공간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3월 23일 개관한 엘리자베스 A. 새클러 페미니스트 아트센터이다.

새클러 센터는 페미니즘 미술의 의미와 영향력을 확산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페미니즘 미술을 위한 공간으로는 1987년 개관한 워싱턴 D.C.의 국립 여성 미술관(National Museum of Women in the Arts)에 이어 미국에서는 두 번째다.

그런데 새클러 센터가 뉴욕의 명소로 관심을 끄는 이유는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로 불리는 주디 시카고의 〈디너파티〉 때문이다. 브루클린 미술관은 개관과 동시에 미국 미술의 아이콘인 〈디너파티〉를 230평 크기의 새클러 센터 심장에 설치했다. ‘새클러 센터=디너파티’로 불리게 된 순간이다. 〈디너파티〉는 브루클린 미술관의 수많은 기획전이 열리는 갤러리뿐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용되고 있다. 건축가 수잔 T. 로드리게즈는 거대한 정삼각형 테이블 구조인 주디 시카고의 작품을 갤러리 중앙에 설계해 공간 활용을 드라마틱하게 이끌어냈다.

남성 중심의 세상에 내놓은 불온한 만찬 〈디너파티〉

새클러 센터에 잘 차려진 거대한 정삼각형 테이블의 화려한 만찬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궁금증이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냅킨을 보니 손님들의 이름이 쓰여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여신 이쉬타부터 레스보스 섬의 시인 사포, 동로마제국의 황후 테오도라, 문인 에밀리 디킨스, 화가 조지아 오키프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여성들이다. 그러고 보니 메인 음식이 놓인 도자기 접시는 영락없이 여성 성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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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너파티〉의 메인 음식이 놓인 도자기 접시는 영락없이 여성 성기 모양이다.

주디 시카고가 1979년 제작한 〈디너파티〉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여성의 시각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남성 버전이라면 〈디너파티〉는 여성 버전인 셈이다. 작가는 잔칫상을 차려놓고 여성들에게 시중은 그만두고 주인공 자리에 나와 앉으라고 부른다. 정교한 자수와 도자기는 수공예를 여성의 열등한 미술쯤으로 평가절하해온 미술사에 대한 반론이요, 성기는 작가가 선택한 여성성의 상징이다.

그렇다고 〈디너파티〉가 처음부터 아이콘으로 대접받은 것은 아니다. 지금은 페미니즘 미술사에서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지만 작품이 발표되던 1979년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외설적이라는 비아냥부터 여성성을 오직 생물학적으로만 규정한다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주요 미술관들도 이 작품을 소장하기를 꺼렸다.

주디 시카고 〈디너파티〉

1974~1979, 세라믹 · 자기 · 섬유 등 혼합 재료

ⓒ 브루클린 미술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후의 만찬〉

1495~1498, 회벽에 템페라와 혼합 재료, 460×880cm,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소장

ⓒ 예담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브루클린 미술관이 이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고 손을 내밀었다. 2002년 페미니즘 미술 전용 공간인 새클러 센터의 개관을 앞두고 있던 미술관은 개관 기념으로 상설 전시 〈디너파티〉와 더불어 ‘글로벌 페미니즘’이라는 기획전을 열었다. 전 세계 80여 명의 여성 작가가 참가한 이 전시는 1990년대부터 오늘날 페미니즘 미술의 동향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페미니즘 전용 공간을 뉴욕에서 처음으로 설치한 것과 화제의 작품 〈디너파티〉를 품에 안은 것은 종종 스캔들을 일으키는 브루클린 미술관다운 선택이었다.

‘스캔들 메이커’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계기는 1999년 10월 2일 ‘센세이션’ 전시 때문이다. 당시 이 전시회에는 갖가지 충격적인 표현 방식을 선보인 작품들이 출품됐다. 그 중에서도 나이지리아 출신인 가톨릭계 영국 화가 크리스 오필리의 〈성모 마리아〉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오필리는 검은 피부의 성모 마리아 한쪽 가슴에 코끼리 배설물 한 덩어리를 얹어놓았다. 배경에는 포르노 잡지에서 오려낸 성기 사진 조각들을 잔뜩 붙였다.

전시회 개막에 앞서 VIP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뷰에서 문제의 그림을 본 당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줄리아니 시장은 “성모에 대한 모독이며, 이런 쓰레기를 예술이랍시고 미술관에 거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과 같다”며 즉각 전시회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그는 “만약 전시회를 취소하지 않으면 미술관에 대한 시청의 재정 지원금 700만 달러를 동결하는 한편 시청 소유로 되어 있는 미술관 건물 임대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종교 단체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그림 하나가 뉴욕 시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미술관과 시청의 줄다리기는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이 났다. 브루클린 미술관은 “시청의 협박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된다”면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은 미술관 가는 날

2000년 브루클린 미술관은 여름방학 기간에 13세부터 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견습 프로그램을 개설해 화제를 모았다. 이 프로그램은 미술관의 갤러리 투어를 비롯하여 주말에는 학생들의 부모를 초청해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참가 학생들은 미술관의 큐레이터들과 대화의 시간을 통해 미술관과 작품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얻는다. 특히 이들 견습생에게는 미술관 자문위원회의 학생 대표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10대 청소년 대상의 다양한 이벤트 기획에도 참여할 수 있다.

견습 프로그램과 더불어 브루클린 미술관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타깃 퍼스트 세러데이(Target First Saturday)이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면 누구나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타깃(Target) 사의 후원으로 열려 행사 명칭이 타깃 퍼스트 세러데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것과 달리 이날만큼은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미술관을 개방한다. 참가자들은 작품 감상은 물론 공예 작품들을 직접 제작하기도 하고, 라이브 뮤직과 댄스파티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구겐하임의 프라이데이 콘서트가 젊은이들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면, 퍼스트 세러데이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미술관 카페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샌드위치와 샐러드, 맥주와 와인을 판매한다.

    • 1~2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타깃 퍼스트 세러데이’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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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 집필자 소개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을 졸업하고 광주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거쳤다. 현재 편집부국장 겸 문화선임기자로 재직 중이다. 지난 25년 동안 미술분야와 광주비엔날레, 아시아 문화중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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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관
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관 | 저자박진현 | cp명예담 도서 소개

미술관은 다른나라의 역사와 정치,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한다. 현대 문화예술의 메카인 미국 전역에 있는 미술관 27곳의 탄생 배경과 전통, 변천 과정, 건축 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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