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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술
관 미국 최초의 현대미술관
필립스 컬렉션
Phillips Collection위치 | 1600 21st St., NW, Washington D.C. 20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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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일 | 월요일 |
이용 시간 | 화~토요일(10:00~17:00) / 목요일(10:00~20:30) / 일요일(10:00~18:00) |
워싱턴 D.C. 미술관의 자존심
워싱턴 D.C.의 듀퐁 서클(Dupon Circle)은 두 얼굴을 지닌 곳이다. 워싱턴 패션을 주도하는 젊은이들의 거리이자, 각 나라의 대사관들이 밀집해 있는 ‘외교의 거리’이다. 듀퐁 서클의 매사추세츠 에비뉴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세계 각 나라의 대사관 및 영사관들은 대부분 석조 건물로 이루어져 제각각 네오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워싱턴 D.C.의 숨은 진주 필립스 컬렉션(Phillips Collection)은 고색창연한 건물이 즐비한 21가 부근에 위치한다. 아담한 규모의 붉은색 벽돌 건물이 인상적이다. 스미스소니언, 워싱턴 국립미술관 등 기라성 같은 미술관들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번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필립스 컬렉션의 마니아가 될 만큼 매력이 많다. 사실 필립스 컬렉션만큼 수식어가 많은 미술관도 드물다. ‘미국 최초의 현대미술관’, ‘조지아 오키프를 키운 미술관’, ‘미국 최초의 하우스 뮤지엄(개인 미술관)’ 등 자랑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비록 규모는 소박하지만 빼어난 인상주의 미술과 근현대미술 작품들은 관람객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개인 저택을 개조한 탓에 방문객들은 거실과 나선식 계단을 오를 때마다 클레, 오키프, 고야, 엘 그레코의 명작을 만나는 색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마치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개인의 은밀한 편지를 읽는 듯한 친밀감을 준다. 워싱턴의 다른 미술관에서 느끼기 어려운 독특한 경험이다. 물론 각 갤러리마다 경비원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미술 전공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작품의 의미와 작가의 영향력에 중점을 둔 독특한 컬렉션
필립스 컬렉션이 탄생할 수 있었던 데는 기업가 던컨 필립스(Duncan Phillips)의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 그는 예술은 인간의 영혼을 살찌우며 지역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힘을 지닌다고 믿었다. 무엇보다 필립스에게 있어 예술은 개인적인 위안이기도 했다. 그는 일 년 사이에 부모와 동생이 연이어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하여 이들을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1918년 기념관을 설립했다. 훗날 그는 “당시 나는 슬픔에 질식돼 죽을 뻔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림에 애정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기념관을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방으로 꾸미고 싶었다. 1920년 예술가 마조리 액커와 결혼한 필립스는 컬렉션을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1921년 이들 컬렉션을 자신의 집 조지안 리바이벌(Georgian Revival)에 전시해 워싱턴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이는 뉴욕 현대미술관보다 8년이나 앞선 것이다. 필립스 컬렉션이 ‘미국 최초의 현대미술관’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기 손에 꼽을 정도의 회화로 시작한 기념관은 거의 미술평론가 수준에 가까운 필립스 부부의 심미안으로 소장품을 꾸준히 확장해갔다.
결혼생활 50년 동안 두 사람은 무려 2천 점이 넘는 예술 작품을 수집했다. 그들은 필립스 컬렉션이 수세기가 지난 뒤에도 후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했다. 이 같은 신념에 입각해 두 사람은 필립스 컬렉션의 기준을 작품의 의미와 작가들의 영향력에 두었다. 가령 엘 그레코는 ‘정열적인 표현주의자였기 때문에’, 장 시메온 샤르댕은 ‘모든 화가가 인정하는, 예를 들면 18세기 정물화의 대가이기 때문에’, 에두아르 마네는 ‘고야와 고갱, 마티스를 잇는 핵심적인 연결고리이기 때문에’ 같은 이유에서 작품을 사들였다. 게다가 작가들의 작품을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에서도 미술사조를 중시했다. 유럽 화가들과 미국 화가들의 작품을 나란히 배열하는 것이다. 이는 경계를 뛰어넘는 작가들 사이의 ‘대화’를 듣고자 함이었다.
필립스는 예술을 하나를 연속체(continuum)로 보고 작가들의 작품을 배치했다. 즉 방 하나를 인상파 화가 폴 세잔의 〈정물이 있는 풍경〉, 큐비즘 창시자 조지 브라크의 〈레몬과 냅킨 고리〉, 장 시메옹 샤르댕의 〈자두가 있는 풍경〉 등 온통 정물화로 진열했다. 관람객들이 정물화의 변천 과정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특히 그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각각의 그림이 거대한 예술 구조의 부속이 아니라 작가들의 독특한 시각과 상상력의 산물임을 인식하도록 했다.
또한 필립스는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작품들만을 수집하는 독특한 컬렉션을 가꾸었다. 그의 컬렉션에는 초현실주의나 다다이즘 계열의 작품은 매우 적은데, 이는 이들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스며 들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미술관은 오노레 도미에, 에드가 드가, 파울 클레, 앙리 마티스,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그리고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작가와 후기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르누아르와 함께 점심을
1923년 필립스는 인상주의 회화의 걸작인 르누아르의 〈선상 위에서의 점심〉을 미술중개인으로부터 12만 5천 달러에 구입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인상주의의 절정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파리 센 강의 사토 섬에 정박한 푸르네즈 선의 식당 테라스.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친구들이 모처럼 모여 오붓하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 르누아르와 그의 후원자인 구스타브 카유보트가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고, 르누아르의 전속 모델이자 훗날 부인이 된 알린느 샤기고는 앞쪽 테이블에서 작은 개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그 뒤에는 노란색 모자를 쓴, 푸르네즈 선의 주인 푸르네즈가 테이블 건너편의 사람들을 느긋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다른 작품에서와는 다르게 르누아르는 발코니로 들어오는 빛을 화면 가득 실어 밝게 표현했다. 르누아르 인물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의 활기찬 동세와 우아한 표정이 싱그러운 여름 햇빛을 받아 더욱 돋보인다. ‘인생의 행복이 뭐 별것인가. 마음 맞는 사람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일상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지’라고 일깨워주는 듯하다.
시간이 넉넉지 않은 방문객이라면 〈선상 위에서의 점심〉에서 ‘마크 로스코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만을 한자리에 모은 미국 최초의 갤러리이다. 휴스톤의 ‘마크 로스코의 예배당’과 더불어 로스코의 예술혼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1960년 설계된 마크 로스코의 방은 어두운 조명과 기다란 벤치가 마치 교회 예배당을 연상케 한다. 화선지에 먹물이 스며드는 것 같은 로스코의 색상들은 관람객의 마음까지 빨아들인다. 로스코 역시 이 방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워싱턴에 있는 동생을 만나러 올 때마다 몇 시간씩 이 방에 머물며 사색의 시간을 보냈다.
필립스 컬렉션은 유럽 작가들뿐 아니라 미국 작가들의 작품에도 많은 관심을 두었다. 윈슬로 호머, 토머스 에이킨스, 모리스 프렌더개스트,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그리고 앨버트 라이더의 작품들이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피에르 보나르와 에두아르 뷔아르의 유백광 감도는 작품들과 한 갤러리에 나란히 걸려 있다.
이와 함께 필립스 컬렉션은 필립스가 특별히 아꼈던 작가들의 작품을 광범위하게 수집해 일종의 편집 앨범 같은 컬렉션 유닛(collection unit)으로도 유명하다. 예를 들면 큐비즘의 선구자인 조지 브라크의 경우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둥근 테이블〉을 포함해 13점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파울 클레 역시 마찬가지다. 1920년대의 〈레가타의 작은 그림〉을 필두로 〈레몬의 대지〉, 〈오리엔탈 극장의 전경〉, 〈아라비아 노래〉, 〈사진으로 프린트된 시트〉에 이르기까지 13점의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 권의 그림 앨범이다. 어린아이가 아무렇게나 낙서한 듯한 클레의 그림은 편안하면서도 따뜻할 뿐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전한다. 그의 작품들을 보니 문득 이중섭의 그림이 떠올랐다. 13점의 클레 그림을 타임머신 타듯 둘러볼 수 있는 즐거움은 필립스 컬렉션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특히 던컨 필립스는 당시 예술가로서 인정받지 못한 무명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는 혜안과 용기를 지녔다. 조지아 오키프, 아더 도브, 존 마린, 밀턴 에이버리가 좋은 예이다. 제이콥 로렌스의 〈이주〉 시리즈는 던컨이 1942년 뉴욕 현대미술관의 알프레드 바(Alfred Barr)와 치열한 경쟁 끝에 손에 넣은 작품이다.
조지아 오키프를 발탁하다
필립스 컬렉션은 미국 미술관 최초로 오키프의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이다. 〈오! 그리운 레이크 조지의 시골집〉이 바로 그 작품이다. 남편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부모의 집이었던 이곳에서 부부는 매년 여름과 가을을 보냈다. 오키프는 오늘날 미국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을 한 점이라도 소장하고 싶어 하는 국민 여류 화가이다.
20세기 미국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오키프에게도 외롭고 힘든 무명 시절이 있었다. 1920년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로부터 오키프를 소개받은 필립스는 당시 무명에 가까운 그녀의 작품을 선뜻 구입했다. 오키프의 뛰어난 작품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것이다. 필립스는 스티글리츠가 이름을 떨치기 전 그의 열렬한 후원자이도 했다. 오키프는 필립스와의 만남을 계기로 미국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화려한 색채와 관능미가 돋보이는 캔버스는 우리나라 천경자 화백과 비슷하다. 특히 오키프의 큰 꽃 그림은 환상적이고 도발적인 이미지로 강한 인상을 준다. 오키프는 지난 시절의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1949년 자신의 작품 일부와 남편의 작품 등 19점을 필립스 컬렉션에 기증했다.
그녀는 필립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그림들이 당신의 집에 있으면 더욱 빛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컬렉터들의 작품 구입은 무명작가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생계를 위해 다른 일자리를 찾을 필요 없이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예술가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미술관으로부터 지원받아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필립스는 도브, 마린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들을 오랫동안 지원해왔다. 이 같은 후원을 두고 예술가와 학생들은 ‘기를 불어넣어주는 컬렉션(encouragement collection)’이라고 불렀다.
필립스 컬렉션은 개관 초기부터 다양한 예술 수업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오늘날에도 강연, 갤러리 토크, 미술 수업,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워크숍, 미술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예술 활용 능력’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이는 장애나 병으로 예술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워싱턴 D.C.의 공립학교 학생들과 예술적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을 연계시켜 미술관의 전시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예술과 가까이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필립스 컬렉션은 각 나라의 대사관 건물이 밀집해 있는 지리적 여건을 이용하여 미술관 건물을 사교 모임이나 비즈니스 장소로 제공하는 임대 사업도 벌인다. 특히 전문성을 갖춘 미술관 스태프들은 외국의 대사를 환영하는 축하 모임이나 기업들의 이사회 만찬, 경영인들의 은퇴 파티를 위한 특별 행사 등을 뛰어난 예술 작품이 전시된 분위기 속에서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한다.
대형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면 너무 많은 작품을 접해서인지 정작 기억에 남는 작품은 많지 않다. 하지만 필립스 컬렉션에서의 관람은 기대 이상이었다. 마치 상류층의 거실을 둘러보는 것 같은 친근함과 여유로 하우스 뮤지엄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마크 로스코의 방은 예술이 마음을 정화시키는 데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깨닫게 했다. 이는 스미스소니언이나 워싱턴 국립미술관 등 대형 미술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필립스 컬렉션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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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다른나라의 역사와 정치,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한다. 현대 문화예술의 메카인 미국 전역에 있는 미술관 27곳의 탄생 배경과 전통, 변천 과정, 건축 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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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필립스 컬렉션 – 처음 만나는 미국 미술관, 박진현,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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