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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위해 애써 쌓은 경력이나 스펙을 과감히 버리거나 감추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서 높은 조건을 내세우기보다 회사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서라도 일단 취직하고 보자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스펙 디스카운트는 취업 적령기로 통하는 만 23~27세를 넘긴 이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시기를 넘어서면 한국 사회에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나이 제한에 걸리기 때문이다. 한 취업 준비 생은 2015년 2월 “학교 다닐 때 각종 동아리와 대외 활동으로 바쁘게 지냈고 졸업 후에도 눈코 뜰새 없이 일만 했는데 아무것도 인정 받지 못하다니 허무하다”며 “이제는 경력을 다 버리고서라도 어디든 정규직으로 빨리 들어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른바 ‘하향 취업’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대졸자가 고졸 자리를 넘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2014년 2월 지방대 인문계를 졸업하고 지원서 학력란에 ‘고졸’이라고 적어 보안 관련 대기업에 취업한 A 씨(27)는 “같은 회사에 대졸자로 지원했었지만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며 “해당 업무를 하는데 고졸이든 대졸이든 차이가 없어 고졸을 선호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방대 경영학과를 나와 고졸만 뽑는 자동차 제조업체 생산직에 학력을 속이고 지원한 김 모(28) 씨는 “고졸로 이 업체 생산직에 원서를 낸 대학 인문계 학과 출신이 주변에 꽤 된다”고 했다.
스펙 디스카운트 현상은 이직 시장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연봉이 줄어들고 그간의 경력이 공허하게 사라지지만 원하는 직장으로 옮겨가기 위해 스펙 디스카운트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2015년 2월 온라인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입사 2년 미만의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이직을 위해 경력을 포기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펙 디스카운트를 이른바 ‘달관 세대’의 특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적 양극화, 취업난, 주택난 등에서 비롯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헛된 욕망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사는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달관 세대라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오는 분노와 절망의 심리를 현실 안주로 치환한 세대라 할 수 있겠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구정우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이들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부족하기 때문에 취업을 위해 눈높이를 낮추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성세대와 현 제도권, 불합리한 사회 구조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표현하는 시위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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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이서희 외, 「취업적령기 넘겨서···취직했지만 업무 불만족으로···」, 『한국일보』, 2015년 2월 26일.
- ・ 김재은, 「교육 · 건축 등 석 · 박사 과잉 학력 넘쳐난다···131만 명 하향 취업」, 『이데일리』, 2014년 11월 20일.
- ・ 김성탁 · 김기환 · 김영민, 「취업난에···고졸로 학력 세탁 하는 대졸」, 『중앙일보』, 2014년 10월 22일.
- ・ 김창훈 외, 「취업 위해서라면···‘스펙 디스카운트’ 시대」, 『한국일보』, 2015년 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