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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때문에 삼포세대로 상징되는 젊은 층은 연애 · 결혼 · 출산을 포기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른바 ‘연애 스펙’을 쌓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연애를 포기하긴 했지만, ‘연애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이상한 시선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애상담강사 김영수는 “사람들이 대학교 3, 4학년이 됐는데도 ‘애인이나 이성친구가 없다’고 하면 그 사람의 인간관계를 조금 의심하는 경우가 있다”며 “연애라는 것도 인간관계의 한 부분이다 보니 이성친구가 취업을 준비할 나이가 될 때까지도 없다면 ‘사람을 대할 때 어색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애를 하지 못한 사람은 ‘모자란 사람’ 취급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연애가 무리를 해서라도 이루어야 하는 과업이 되자 대중문화 시장에는 연애 담론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예컨대 대형 서점에는 심리상담가, 전문 연애코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연애에 관해 쓴 책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으며, 텔레비전 역시 연애 상담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와 관련 양성희는 2015년 3월 “현실 속 연애는 어려워지는데 연애 담론들은 넘쳐난다. TV에선 각종 연애 코칭 프로들이 인기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청자들이 ‘이것도 사랑일까’ 물으면 전문가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연애의 노하우를 일러준다. 일부 연애 코치들은 연예인급 인기를 누린다. 그 자신이 성적 매력, 화술 등을 갖춰 연애 시장의 최상등급에 속하는 ‘연애 능력자’들이다. 이들의 주요 역할은 의뢰자의 사연이 사랑인지 아닌지, 또 사랑이라면 어떤 사랑인지 품평하는 것이다. 사랑을 판별하는 기준으로는 스킨십의 진도, 선물이나 기념일 챙기기 등이 포함된다.”
연애 프로그램들이 연애 경험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대리 경험을 제공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예컨대 김선영은 “이들 내용이 하나같이 처세법을 알려주는 ‘팁’으로 구성돼 있고, 연애보다 그 직전의 감정인 ‘썸’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프로그램이 알려주는 ‘유혹의 기술’은, 실은 유혹당하지 않기 위한 지식이며, 소위 ‘어장 관리’에 희생당하지 않기 위한 ‘방어의 기술’이다”고 했다.
연애 코칭을 명분으로 내건 문화 상품이 획일화된 연애만 강조해 정상의 사랑과 문제적 사랑을 구별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박홍근은 “자본에 의해 만들어지고 미디어에 의해 유포되는 낭만의 기호들을 소비하지 않는 사랑을 문제적 사랑으로 전락시키고, 그 연애 스타일을 도마에 올린다”며 “이제 사랑은 코칭 프로가 제시하는 매뉴얼에 적힌 정답을 풀어가는 식으로 전개되고, 다른 연애를 상상하는 상상력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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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이화섭, 「만남에 서툰 세대 연애도 배워야 하나」, 『매일신문』, 2014년 4월 26일; 김자현, 「연애, 마침내 ‘스펙’이 되다」, 『한겨레21』, 2014년 2월 27일.
- ・ 양성희, 「[분수대] ‘연애도 스펙’ 시대를 사는 한 방법」, 『중앙일보』, 2015년 3월 7일.
- ・ 김선영, 「[문화와 삶] 이토록 쓸쓸한 연애담」, 『경향신문』, 2014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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