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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 Adolf Hitler)

ⓒ Bundesarchiv/위키피디아 | CC BY-SA 3.0

『나의 투쟁(Mein Kampf)』은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제목으로, 히틀러의 성장 과정과 초기 정치 활동, 홀로코스트의 바탕이 된 반유대주의적 사상을 담고 있다. 1925년 출판되었다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독일에서 출판이 금지되었다. 저작권을 갖고 있는 독일 바이에른주가 히틀러가 사망한 1945년 이후 70년이 되는 2015년까지 출판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2008년 독일 사학자들은 바이에른주 정부 입장에 반발하며 『나의 투쟁』의 재출간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나치즘 확산에는 반대하지만 『나의 투쟁』의 저작 과정을 연구하는 작업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바이에른주는 사학자들의 요청을 묵살해왔지만 저작권 소멸 시효가 다가온 2014년 1월 그간의 입장을 바꿔 학술적인 목적의 주석본 출판은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해 여름 독일 연방 정부와 16개주 법무 장관들도 모임을 갖고 원칙적으로 독일 내에서 『나의 투쟁』 출판 · 판매를 금지하되 2016년 이후엔 비판적 주석이 더해진 학술용 출판은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히틀러 사상의 위험성을 알리는 한편 책에 대한 과도한 신비화를 없애고 신나치 세력이 『나의 투쟁』을 멋대로 해석해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것을 막겠다는 차원의 결정이었다.

『나의 투쟁』 재출간을 추진한 뮌헨시에 있는 현대사연구소(IFZ)는 “우리는 히틀러를 포위하고 싶다”며 “우리가 내놓을 작품은 반히틀러 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홀로코스트 생존자 등 유대인 공동체는 ‘나치 바이블의 재출간’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나의 투쟁』 재출간은 대학살의 악몽을 되살리고 신나치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베를린에 있는 ‘반유대주의 반대를 위한 유대인포럼’ 대변인은 “어떻게 악마를, 히틀러 같은 사람을 설명할 수가 있나? 주석을 단다고 해도 재출간은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했다. IFZ는 2016년 1월 총 2,000쪽 분량의 책을 출간할 예정인데, 『나의 투쟁』 원문은 780쪽가량이고, 나머지 1,220쪽 정도는 약 5,000개에 달하는 연구자들의 주석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한다.

재출간을 두고 독일에서는 논란이 일었지만 국가가 나서서 『나의 투쟁』을 선물하는 곳도 있다. 북한이다. 2013년 『워싱턴포스트』는 탈북자들이 만든 매체인 『뉴 포커스』 기사를 인용해 김정은이 지난 1월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고위 간부들에게 『나의 투쟁』을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뉴 포커스』는 김정은이 간부들에게 『나의 투쟁』을 선물한 배경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이 짧은 시간 동안 경제를 부흥한 비결을 배우라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