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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이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들이 자신들을 부르는 말이다. 작가지만 글을 쓰는 일보다 잡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조어로, 막내 작가들의 비애가 담긴 말이라 할 수 있겠다. 잡가(雜家)에서 잡(雜)은 (비하의 뜻을 가지는 몇몇 명사 앞에 붙어) ‘막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통상적으로 방송국에서 일하는 작가는 프로그램의 전부를 책임지는 메인 작가, 프로그램의 꼭지를 만들기 시작하는 서브 작가, 일을 처음 시작하는 ‘보조 작가’로 구성되는데, 보조 작가가 흔히 말하는 막내 작가다.
2008년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가 투신자살하면서 주목을 받은 이들의 노동 환경은 이렇다. 한 막내 작가에 의하면, “막내 작가의 일이란 것이 정확한 업무 분장이 없다. 메인 작가나 PD의 수발을 드는 일은 다 해야 한다.” 기획회의 참여, 자료조사, 촬영구성안 작성, 섭외, 아이템 선정, 예고 구성, 홍보문안 작성, 프리뷰(촬영 테이프 전부 보기), 편집구성안 작성 등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된 일과 자료 대출, 복사, 공문 발송, 커피 심부름, 출연료 지급 등의 잡무는 물론이고 시간이 많이 들거나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자신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공중파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업체의 막내 작가 생활을 1년째 해오고 있다는 한 막내 작가는 “지난 1년간은 인간의 삶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2014년 이른바 ‘열정 페이’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막내 작가들의 삶은 다시 주목받았는데, 시간이 10여 년이나 흘렀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내 작가 대부분은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매월 80~120만 원을 받는 ‘열정 페이’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4대 보험 혜택도 누리지 못할 뿐더러 잦은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신분은 프리랜서지만 매일 출근을 해야 했으며, 야근 수당이 없는 경우도 많고 버스가 끊겨도 교통비를 못 받는 경우도 여전했다.
이들이 하는 일도 과거와 비슷했다. 한 막내 작가는 “언니(작가)들의 밥 챙기는 것이 중요 업무였다. 일주일 동안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고르고 메신저를 통해 의향을 물어야 한다. 겹치는 메뉴가 있으면 혼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작가는 “담배 심부름도 했고, 메인 작가가 오기 전에 커피를 책상에 놔둬야 했다. 메인 작가의 집에 가서 청소하고 아이와 놀아준 적도 있다”고 했다. 인격적 모욕을 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 막내 작가는 방송사 부장 피디의 이른바 ‘갑질’에 시달린 적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막내 작가는 “막내 작가는 동네북이다. 메인 작가뿐 아니라 피디, 출연자, 심지어 조연출까지 모든 불만을 막내한테 쏟아내지만 이 바닥이 너무 좁고 소개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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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남지은, 「자네 방송작가로 일해 볼 텐가 ‘헐. 값. 에’」, 『한겨레』, 2015년 4월 6일.
- ・ 최영진, 「[문화] 방송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위클리경향』, 2008년 9월 23일.
- ・ 임지선, 「공룡에게 먹힌 꿈, 막내 작가 무한노동: 방송국 최하층 계급 ‘막내 작가’, 계약서 한 장 없이 벌어지는 노동착취 현장」, 『한겨레21』, 2008년 11월 6일.
- ・ 남지은, 「스타는 웃지만 나는 슬픕니다···방송국은 ‘비정규직 백화점’」, 『한겨레』, 2015년 5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