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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복잡하고 상호 연관성이 높아 겹겹의 안전장치를 둘러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사고를 일컫는 말이다. 아무리 효율적인 안전장치를 동원해도 피할 수 없고, 누구의 잘못이라고 딱 부러지게 지적하기 어려운 사고라 할 수 있겠다. 찰스 페로 미국 예일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1979년 3월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분석하면서 내놓은 개념이다. 사고는 원래 비정상적인 것이지만 페로는 사고가 비정상적인 상태의 결과가 아니라 정상적인 상태의 결과로 일어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정상 사고’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시스템 사고’라고도 한다.
페로에 따르면, 정상 사고는 흔히 발생하지는 않지만 한 번 발생하면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산업 기술, 자동화 장치들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정상 사고는 불가피하며, 사고를 줄이기 위해 고안해낸 장치들이 오히려 큰 재앙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원전, 핵무기, 석유화학공장, 위험물을 실은 항공, 우주 탐사, 유전자 재조합 등에서 발생하는 사고 등이 바로 정상 사고에 해당한다. 해운 산업도 정상사고가 발생하는 분야다. 그래서 2014년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세월호 사건을 정상 사고 차원에서 바라보는 견해도 있다.
흔히 큰 사고가 났을 때 ‘인재(人災)’라는 표현을 쓰지만 페로는 대형 사고를 무조건 ‘인재’로 돌리는 시각에도 반대한다. 그래서일까? 페로는 정상 사고는 시스템 그 자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시스템의 문제를 간과한 채 ‘인재’를 운운하며 희생양을 찾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고의 책임을 사람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다른 사고를 예방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 사고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페로는 고위험 속성을 3가지로 나누면서 폐기할 기술은 폐기하고 개조 가능한 기술은 재설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페로의 주장은 이렇다. 첫째, 핵무기와 원전처럼 합리적 편익보다 불가피한 위험이 더 큰 시스템은 폐기해야 한다. 둘째, 반드시 필요하거나 편익이 큰 해상 운송이나 DNA 재조합 같은 시스템은 상당한 노력을 들여서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 셋째, 화학공장, 항공운송, 광산, 화력발전소, 고속도로 같은 시스템은 일정한 내부 교정과 적절한 노력을 기울여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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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오상도, 「복잡한 안전 시스템이 대형사고 위험 키운다」, 『서울신문』, 2013년 7월 6일, 18면.
- ・ 이윤미, 「대형사고는 인재 아닌 시스템 사고?」, 『헤럴드경제』, 2013년 7월 5일.
- ・ 이규대 · 조유빈, 「“평소에도 심하게 기울어 화물 내리기 힘들었다”」, 『시사저널』, 2014년 5월 1일.
- ・ 김도연, 「이중삼중 안전장치가 되레 ‘참사’ 부를 수 있다」, 『문화일보』, 2013년 7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