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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건축으로서 철물 건축을 이끈 건축가는 프랑스의 루이 오귀스트 부알로(Louis Auguste Boileau, 1812~96)와 앙리 라브루스트(Henri Labrouste, 1801~75)였다. 두 사람 모두 18세기 구조 합리주의를 이어받아 구조 효율성이 강한 선례 양식을 철물 건축에 접목해 새로운 모습으로 해석해내는 작업을 벌이며 19세기 구조 합리주의를 탄생시켰다.
19세기 후반에는 비올레르뒤크(Viollet-leDuc)가 이 흐름을 받아 집대성해서 20세기 철골 건축으로 넘겼다. 이런 접근은 공학적, 산업적 성격이 강한 철물 건축이 자칫 삭막한 단순 구조물만 양산할 수 있는 위험성을 차단하고 예술성을 더하겠다는 의도였다.
구체적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부알로는 고딕 구조의 다발 기둥과 데가주망 공법을 철물의 접합식으로 번안했다. 고딕 구조와 철물 구조 모두 여러 개의 작은 부재들을 접합해서 이루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둘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타당성이 있었다.
철물은 주물을 떠서 사용하기 때문에 섬세한 장식을 만들기에 좋다는 추가적 특징이 있었다. 부알로가 판단한 철물의 건축적 가능성은 이 둘을 합한 것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고딕 성당을 철물로 재해석해서 19세기에 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현해내는 일을 평생의 작업으로 진행했다. 이런 자신의 건축관에 대한 이론 연구도 병행해서 두 권의 저서를 남겼으며 '합성 성당'이라는 명칭도 만들어 사용했다(도 9-55).
생퇴젠(St.-Eugene, 파리, 1854)이 대표작이었다. 외관은 고딕 양식을 기본 소재로 삼아 추상적 분위기로 단순화했다. 뾰족아치의 윤곽을 날카롭게 지켰으나 장식이나 돌출 등의 건축 처리를 전혀 하지 않은 단순 평활면이 전체적 분위기를 주도했다. 실내는 '합성 성당'의 내용을 잘 보여준다. 주철 기둥과 회반죽 볼트를 주요 구조로 사용한 고딕 리바이벌 양식이었다. 볼트도 윤곽까지는 주철로 짰다(도 9-56).
실내 골격을 가는 철물 기둥으로 짜면서 시각적 차원에서는 석재 구조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고딕 구조를 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실내는 철물 건축 특유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여전히 고딕 성당의 조도에 머물렀다. 구조 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고 기둥만 얇게 하면 조도 향상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역사주의와 신건축 운동 양 진영에서 모두 비판을 받았다.
라브루스트는 선례 모델을 비잔틴건축의 돔 구조로 삼았으며 이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철물의 건축적 가능성을 구조적 솔직성에서 찾았다. 하중의 역학 작용을 다이어그램처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뜻이다. 대표작은 파리 국립도서관(Bibliotheque Nationale, 1854~75)이었다. 개방 열람실이 라브루스트의 생각을 특히 잘 보여주는 곳이다. 최대한 가늘게 처리한 주철 기둥이 돔을 받치고 기둥에서 뻗어 나온 트러스 아치가 펜덴티브의 아래 곡면을 형성하는 구조였다(도 9-57).
이렇게 짠 구조 골격 위에 석재 셸로 원형 천장을 만들어 덮었고 정상부에는 원형 창을 뚫었다. 내력 부재와 피내력 부재를 각각 철물과 석재로 분리한 이런 처리는 '다이어그램식 고전주의'라 부를 수 있다. 하중의 흐름과 역학 작용이 복잡한 펜덴티브 돔의 구조 체계를 다이어그램처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단순화했다는 의미로 이것이 라브루스트가 본 철물 구조의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이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력 부재를 가는 기둥 하나로 단순화해서 역학 작용과 정확히 일치시켰다.
이런 구조는 도서관의 상징성을 채광이라는 기능적 목적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었다. 개방 열람실은 한 변이 약 30미터인 정사각형 평면이었기 때문에 측면 창만으로는 채광에 불리했고 이를 보강하기 위해 펜덴티브 돔을 사용해서 천장 채광을 도입한 것이다. 가는 기둥은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이 책상 위로 골고루 퍼지게 했다. 라브루스트 자신은 이런 장면을 '나무가 줄 지어 서 있는 옥외 공간'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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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책으로 만나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강의”총 724장의 컬러 도판으로 현장감이 살아 있는, 압축적인 한 권의 서양건축 통사 이 책은..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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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부알로와 라브루스트 – 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임석재,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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