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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회와 카타콤은 시기적으로 형성기를 구성하는 짝일 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기독교 건축의 두 축을 이루는 짝이다. 기독교 건축은 집회와 매장을 주요한 두 기능으로 갖는다. 집회는 당연히 미사이다. 매장은 우리나라 기독교 건축에서는 낯선 개념일 수 있는데 서양 가톨릭교회는 주요 성인들의 무덤을 겸하기 때문에 매장 역시 교회에 요구되는 중요한 기능이다.

중세 건축으로 넘어 가면서 매장 기능은 방사선 예배당과 지하 납골당 등으로 정리되면서 교회 건축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는데 초기 기독교 건축에서는 이것의 전 단계로서 매장 기능이 건축 형식으로 구체화되는 형성 과정이 있었다. 형성기 때에는 이런 두 기능에 해당하는 기초적 건축 형식이 형성되었다. 가정교회는 집회 기능을, 카타콤은 매장 기능을 각각 담당했다.

가정교회는 말 그대로 로마의 주택을 교회로 개조한 것이다. 로마시대 주택은 크게 도무스와 인슐라에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도무스는 주로 부유층을 위한 개인 저택이고 인슐라에는 도심의 집합주택이다. 개인 주택이 교회의 출발점이 된 것은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한국의 개척 교회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인데, 기독교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알의 밀알"에서 시작해서 "나중에 심히 창대하게"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인 주택을 출발점으로 삼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보아도 탄압을 받는 상황에서 감시의 눈길을 피해 안전하게 종교 집회를 갖기에는 개인 주택이 적합했을 것이다. 다행히 교회의 기능과 잘 맞았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사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탄압기의 기독교가 구휼을 중요한 기치로 내걸었기 때문에 주택이라는 이미지가 여기에 잘 맞기도 했다. 초창기 교회에 필요했던 기능은 집회, 세례, 식사, 교육의 네 가지였는데 당시 기독교가 처했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것을 가장 잘 만족시키는 것이 도무스라는 개인 주택이었다.

현재 남아 있는 가정교회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보존되어 있는 예로 도무스를 개조해서 지은 두라-에우로푸스의 가정교회(House Church of Dura-Europus, 250년경)를 들 수 있다(도 3-4). 도무스의 건축 구성은 다행히 기독교의 집회 기능에 대응할 소지가 컸다. 중정은 교회의 안마당에, 중심 방은 예배실에, 중심 방의 오른쪽 위쪽 방은 세례실에, 왼쪽 위쪽 방은 예비신도를 위한 학업실 등에 각각 대응했다. 부엌은 식당에 대응했다.

세례실에는 벽감과 벽화 등의 장식을 가했다(도 3-5). 벽화에는 가장 오래된 예수상을 비롯해서 성경 내용과 예수의 행적 등을 그려넣었다. 예배실은 가로 5미터, 세로 13미터로 50~60명을 수용했다. 이런 구성은 나중에 바실리카 교회가 등장하면서 일직선으로 펴지기는 하지만 교회의 집회 기능을 최초로 건축 구성으로 구체화한 점에서 중요성이 있다.

인슐라에(Insulae)를 개조한 가정교회는 티툴루스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불렸다. 티툴루스는 원래 인슐라에에 붙이는 대리석 문패를 의미했다. 티툴루스를 가정교회로 개조할 경우에는 봉헌된 성인의 이름을 더했다. 티툴루스 클레멘티스나 티툴루스 비잔티스 같은 식이다. 티툴루스는 2~3세기 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교회 유형으로 기독교 아파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4세기 초에는 로마 교구가 25개의 티툴루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티툴루스 에퀴치오(Titulus Equizio)나 성 마르티노 인 몬티(St. Martino in Monti) 등은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예이다(도 3-6, 3-7). 도무스를 개조한 가정교회가 한 채만 남고 모두 사라진 데 반해 티툴루스는 4~6세기 때 기독교 세력이 커지면서 그 위에 정식 교회를 증축한 경우가 많았다. 성 요한과 성 바오로나 성 클레멘테가 대표적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