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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건축

영국 르네상스 건축

이니고 존스와 영국 르네상스

영국의 르네상스 건축은 프랑스보다 1세기가량 늦어서 1600년이 되어야 시작한다. 고딕 양식이 늦게까지 지속되었으며 이탈리아와 지리적으로 멀었다. 로마 시대에도 잉글랜드 지역까지 속주이긴 했지만 로마 고전건축의 뿌리는 미약했다.

종교개혁의 여파 때문에 1534년에 교황청과 단절되는 등 가톨릭 로마와 교류하는 것이 어려웠다. 엘리자베스 1세(재위 1558~1603) 때부터 권력층의 성채나 생활환경 등에서 이탈리아풍이 유행하는 형식으로 르네상스 건축이 단편적으로 등장했지만 양식 운동은 17세기가 되어서야 나타났다(도 6-87).

도 6-87 버글리 하우스(Burghley Houuse)

노샘프턴셔, 영국, 1577-87.

ⓒ 임석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영국의 르네상스는 매우 인위적으로 시작되었고, 자연스러운 예술운동이 아니라 왕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다. 스튜어트왕조(1603~88)의 제임스 1세(재위 1603~25)와 찰스 1세(재위 1625~49)가 신교와 연합하면서 자신들의 정치 이상을 상징할 새로운 건축양식이 필요했다. 중세 가톨릭을 이끌던 고딕을 밀어내고 르네상스 고전주의를 선택했다. 이것을 이끈 것은 이니고 존스(Inigo Jones, 1573~1652)였다.

이니고 존스는 제임스 1세의 왕실에서 가면극과 무대 디자인을 담당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아 건물 설계로 옮겨갔는데 그의 건축적 욕구와 왕실의 정치적 목적이 맞아떨어지면서 르네상스 건축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귀족을 대동한 1613~15년의 두 번째 이탈리아 여행에서 르네상스 도서와 도면 등 많은 자료를 구입해서 돌아온 뒤 이를 연구해서 르네상스 양식의 작품을 남기기 시작했다. 초반 2~3년의 탐색기 동안은 영국 전통 양식을 혼용해서 들로름식의 지역주의 양식을 시도했으나 곧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정착했다.

영국 르네상스는 존스 한 명이 이끌었을 정도이며 내용에서도 이탈리아 표준 고전주의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었다. 이 때문에 존스 개인적으로나 양식 전체적으로나 이렇다 할 독창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이 처한 시대적 상황 탓이 컸다. 17세기면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바로크가 시작되고 있었는데 영국에서는 르네상스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인위적 급조가 필요했던 것이다. 앞에 얘기한 정치적 상황도 건축가의 창작욕을 압도했다.

그리니치 궁전 ・ 연회 홀 ・ 성 바오로 교회

영국의 르네상스를 이끈 이니고 존스(Inigo Jones, 1573~1652)의 대표작은 그리니치 궁전(Greenwich Palace, 1616년경~1635년)각주1) , 연회 홀(Banquet House, 런던, 1619~22)각주2) , 성 제임스 궁전 내 여왕의 예배당(Queen's Chapel, Saint James's Palace, 런던, 1623~25), 성 바오로 교회(St. Paul's Church, 런던, 1631~37/1795년 화재 후 1798년 재건축) 등이다.

그리니치 궁전은 영국 건축사에서 최초로, 그리고 갑작스럽게 고전주의 표준 어휘가 등장한 건물이었다. 북쪽 면은 아직 전환기의 고민을 보여준다. 고전 어휘는 1층의 창 상인방에 쓰인 평아치 정도가 전부였다. 장식을 극도로 절제한 추상 평활면은 이후 고전주의의 정착을 예견하고 있지만 영국의 전통적인 계단을 덧붙인 점은 아직 지역주의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도 6-88).

반면 남쪽 면에서는 브라만테의 라파엘 하우스 모티브와 팔라디오의 빌라 모티브를 혼합하며 순도 높은 고전 어휘를 선보였다(도 6-89). 1층은 북쪽 면과 유사하게 모르타르 선을 두껍게 처리한 돌쌓기와 평아치를 이용해서 러스티케이션을 암시했다.

2층 중앙부는 이오니아식 오더 여섯 개로 이뤄진 로지아로 처리했다. 5베이 가운데 정중앙의 것을 측면보다 조금 넓게 하여 작은 파격을 가했다. 남쪽 면도 북쪽 면과 마찬가지로 추상적 평활면으로 처리했는데 이로써 중세의 장식 전통이 사라지고 극기적인 분위기를 수반한 고전주의가 정착했다.

    • 1도 6-88 그리니치 궁전

      이니고 존스, 영국, 1616년경-35.

    • 2도 6-89 그리니치 궁전

      이니고 존스, 영국, 1616년경-35.

연회 홀은 고전주의를 확실하게 정착시킨 건물이었다. 브라만테의 라파엘 하우스를 기본 모티브로 삼아 높은 기단 위에 2층과 3층을 얹었다. 존스로서는 그리니치 궁전을 발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오니아식 기둥 열이 건물 전면을 분할하고 창의 상인방에 신전 박공과 반원 아치를 교대로 사용하는 등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원본과 동일하게 구사했다.

그리니치 궁전의 불안한 느낌은 완전히 사라지고 표준 어휘를 정확하게 구사하며 고전주의에 대해 자신감을 과시했다. 2층 주두에 꽃띠 문양을 높은 돋을 새김으로 처리한 것은 연회 홀이라는 건물 기능에 맞춰 흥을 돋우기 위해서였다(도 6-90).

도 6-90 연회 홀(화이트홀 궁전)

이니고 존스, 런던, 16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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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오로 교회는 신교 교회였다. 개혁 정신에 맞게 검소한 이미지가 핵심 조건이었고 '헛간(barn)'을 기본 개념으로 선택했다. 이에 맞게 투스칸 오더를 사용했으며 프리즈를 생략한 가장 단순한 형태로 처리했다. 여백도 장식을 극도로 절제하고 단순 평활면으로 처리했다(도 6-91).

박공의 세 면을 돌아가는 코니스에는 서까래를 번안한 작은 사각 부재를 넣어 오두막의 목구조를 상징적으로 암시했다. 실내 역시 오두막 이미지에 맞게 아무 구획 없는 큰 단일 공간으로 처리했으며 유일한 장식은 제단 벽면을 입면 모양의 판재로 마감한 것이었다.

도 6-91 성 바오로 교회

이니고 존스, 런던, 1631-37/1795년 화재 후 1798년에 토머스 하드윅이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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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재 집필자 소개

서울공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프랑스 계몽주의 건축에 관한 연구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건축을 소재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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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 저자임석재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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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I 바로크건축 1. 바로크건축의 성립과 초기 바로크 2. 성기 바로크 3. 후기 바로크 4. 프랑스 바로크건축 5. 영국 바로크 6. 중부 유럽 바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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