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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건축

내시와 절충 고전주의

19세기 영국 역사주의는 절충주의와 빅토리안 고딕의 양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비잔틴 리바이벌, 르네상스 리바이벌, 네오 바로크 등 다양한 절충주의 양식이 유행했으며 영국의 국가 양식으로 고딕을 리바이벌한 빅토리안 고딕이 제일 융성했다.

고전주의는 쇠퇴한 편이었다. 프랑스의 국제적 신고전주의는 없는 쪽에 가까웠고 독일처럼 고전주의를 자국의 전통 정서로 풀어내는 경향도 없었다. 그리크 리바이벌로 좁혀져 명맥을 이었으며 그나마도 순도를 잃고 절충주의와 섞여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로마 고전주의도 사용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영국에서 특히 절충주의가 유행한 것은 사회적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선험적 중앙집중보다 경험적 귀납성과 장식 공예를 즐기는 영국의 전통적 국민성이 큰 요인이었다. 이것이 19세기에 다양성을 즐기는 쪽으로 나타난 것이다.

19세기에 한정하면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자본주의 종주국이라는 시대 상황이 큰 요인이었다. 대륙에는 없던 새로운 건축 수요가 많다는 의미로 그만큼 다양한 레퍼토리가 필요했다. 은행이나 보험회사 같은 금융 건물이 좋은 예로 이런 유형에는 르네상스 리바이벌이 맞았다(도 9-32).

도 9-32 웨스트민스터 생명보험사 및 브리티시 화재보험사

찰스 로버트 코커렐, 런던, 1831-32, 철거.

ⓒ 임석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19세기 영국 고전주의는 절충 고전주의라 부를 수 있는데 존 내시(John Nash, 1752~1837)가 대표적인 건축가였다.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오는 전환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데 가볍고 즉흥적인 혼용 경향으로 19세기 절충 고전주의의 문을 열었다.

이방 양식을 잡다하게 섞어 쓰며 유원지 건축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절충주의를 보여준다. 18세기 후반부에 컨트리 하우스, 농가, 성채 등을 픽처레스크 개념으로 설계하며 동시대 유행을 좇았으나 시대가 바뀌면서 영국 건축이 방향을 잃는 사이 부동산업자로 변신해서 절충주의로 이름을 날렸다.

런던 리젠트 파크(Regents Park, 1812~27)와 리젠트 스트리트(Regent Street, 런던, 1815~30)가 대표작이었다. 리젠트 파크에는 테라스라는 영국 도심형 주거가 세워졌다. 여덟 개의 테라스 단지, 세 개의 빌리지 단지, 파크 스퀘어(Park Square), 파크 크레센트(Park Crescent) 등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주거 단지 개발 사업이었다(도 9-33, 9-34). 규모와 건물 수 면에서 영국 건축을 통틀어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였으며 19세기식 대도시 가로 개발이라는 점에서 페르시에의 파리 리볼리가(街) 개발이나 오스망의 파리 재개발에 비견할 만했다.

도 9-33 리젠트 파크(1812-27) 내 큠버랜드 테라스

존 내시, 런던.

ⓒ 임석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도 9-34 로열 파빌리온 증개축

존 내시, 브라이턴, 영국, 1815-21.

ⓒ 임석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많은 건물들을 한 번에 설계하는 방법으로 당시에는 절충주의가 잘 맞았을 수 있다. 내시는 그리스 고전주의, 로마 고전주의, 르네상스 팔라초, 매너리즘, 바로크, 고딕 등 여러 선례 양식을 적절히 섞어서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가로 경관에 건축적 활력을 불어넣었다. 건축주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열매를 손에 넣기 시작한 부르주아 계층이었는데 특별히 선호하는 양식이 없던 터라 과거 양식의 파노라마로 구성된 흥겨운 분위기를 좋아해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리스 고전주의는 열주 테라스와 신전 파사드를 차용했다. 로마고전주의는 기단과 본체를 분리하는 기법과 아치 등을 차용했다. 르네상스 팔라초는 도심형 주거를 수직 층 쌓기 개념으로 처리하는 기법을 차용했다. 매너리즘은 팔라디오의 거대 기둥을 차용했다. 바로크는 5분법 구성을 통해 중심부를 강조하고 들고 남이 심한 매스 변화 등을 차용했다. 고딕은 첨탑을 차용했다. 선례 양식과 개별 건물들 사이의 대응에 특별한 법칙은 없었고 각 상황에 맞게 여러 양식들을 적절히 혼합했다.

브라이턴(Brighton)의 로열 파빌리온 증개축(Royal Pavillion, 1815~21)은 유럽 절충주의를 넘어 동방 양식과 신재료까지 혼용했다. 인디안 콜로네이드(Indian Colonnade)로 대표되는 인도 양식이 건물 전체를 구성했다. 어니언 돔(onion dome)은 이런 분위기를 도왔다(도 9-35).

실내장식에서는 중국풍이 주를 이루었다. 동방 양식은 이국풍으로 낭만주의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이런 경향은 18세기 낭만주의가 계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재료인 철물도 등장했다. 어니언 돔의 구조와 실내 계단은 주철로 골격을 짰다.

도 9-35 리젠트 스트리트(1815-30) 내 224-80번지의 이오니아식 블록

존 내시,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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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재 집필자 소개

서울공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프랑스 계몽주의 건축에 관한 연구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건축을 소재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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