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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임석재
의 서... 19세기 건축
그리크 리바이벌 ・ 탈프랑스 ・ 낭만성 ・ 시민 민주주의
그리크 리바이벌은 대륙에서도 유행하던 양식이었지만 영국에서 특히 융성했다. 독일에서 낭만적 해석의 대상이 되었던 것과 달리 영국에서는 하나의 양식으로 독립한 뒤 절충주의와 섞여 절충 고전주의의 한 형식으로 전개되었다. 19세기 영국에서, 특히 그리크 리바이벌이 유행한 이유는 여럿이다.
이미 18세기 낭만주의 때 '정원 속 신전' 경향의 소재로 사용된 전례가 있었다. 19세기 초에는 나폴레옹의 이탈리아 점령으로 로마로 가는 그랜드 투어가 순조롭지 않자 영국 사람들은 그리스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로마 고전주의에 기반을 둔 프랑스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 성격도 컸다.
시작은 윌리엄 윌킨스(William Wilkins, 1778~1839)였다. 고고학자 출신으로 시칠리아, 그리스, 소아시아 등의 그리스 신전 발굴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스 고전주의를 설계에 응용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고딕, 고전주의, 르네상스 등도 함께 구사한 절충주의 건축자였으나 그리크 리바이벌에 한해서는 고고학자 출신답게 절충주의를 섞지 않고 원본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경향을 유지했다.
이런 점에서 그리크 리바이벌의 초창기 정착에 기여했다. 대표작은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다우닝 칼리지(Downing College, 1805~22)로 그리스 신전 원형에 충실하며 아직 18세기 원시주의 분위기를 지켰다(도 9-36). 에레크테움을 모델로 삼아 이오니아 양식의 원형을 보여주며 영국에 프랑스식 고전주의 영향에서 벗어날 대안을 제시했다. 에레크테움의 가볍고 여성적인 분위기 대신 추상성 강한 엄격함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윌킨스를 이어 1820년경부터 그리크 리바이벌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윌킨스의 엄격한 원형주의를 최소한 지키면서 절충주의를 섞기 시작했다. 인우드(Inwood) 부자의 세인트판크라스(St. Pancras Church, 런던, 1819~22), 로버트 스머크 경(Sir Robert Smirke, 1780~1867)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런던, 1823~46), 찰스 코커렐(Charles Cockerell, 1788~1863)의 옥스퍼드 대학교 애슈몰린 박물관(Ashmolean Museum, 1841~45) 등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세인트판크라스는 기브스가 광야의 성 마르티노에서 처음 사용했던 신전 파사드 모티프를 그리스 고전주의 개념으로 재해석해서 발전시킨 작품이었다(도 9-37). 기브스의 작품에 남아 있던 로마 고전주의의 특징을 줄이고 그리스 원형에 좀 더 가까워졌다.
신전 파사드가 커지면서 그리스 원형을 부각했으며 첨탑은 반대로 작아지면서 신전 파사드와 균형을 이루었다. 그리스 이오니아 양식을 열주에 사용하면서 비례가 장중해졌으며 수평 혹은 정사각형 비례가 전체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런 점에서 아직은 윌킨스의 원형주의를 지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영박물관도 아직은 윌킨스의 영향 안에 머물렀다. 이오니아식 오더 열주가 건물 전면을 돌아가며 에워쌌다(도 9-38). 그리스건축의 의미를 낭만적 원형보다 가구식 구조의 합리성에서 찾아 강하게 표현했다. 건물 윤곽도 사각형의 기하주의를 유지했다. 출입구에 사용한 신전 파사드의 박공 안에 장식이 늘어난 점 정도가 눈에 띄는 변화였다.
애슈몰린 박물관부터 절충주의 혼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체 구성은 다우닝 칼리지와 대영박물관을 혼합해서 짰다. 이오니아 주두의 소용돌이 장식을 유난히 크게 했으며 조각과 돋을새김 등 전체적으로 장식이 대폭 늘었다. 측동의 벽체 구조에는 팔라초 모티브를 사용했으며 부속 건물인 테일러리안 인스티튜트에는 로마의 개선 아치, 팔라디오의 거대 기둥, 알베르티의 성 안드레아 파사드 등의 모티브를 섞어 썼다(도 9-39).
스코틀랜드도 그리크 리바이벌이 유행한 지역인데 처음부터 절충주의 특징이 강하게 나타났다. 에든버러의 토머스 해밀턴(Thomas Hamilton, 1784~1858)과 글래스고의 알렉산더 톰슨(Alexander Thompson, 1817~75)이 대표적 건축가였다.
해밀턴은 에든버러 왕립 고등학교(Royal High School, 1825~29)에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모델로 삼아 영국의 픽처레스크 구성과 그리스 신전 파사드의 열주를 혼합했다(도 9-40). 전체 구성을 몇 개의 큰 입체로 나눈 뒤 높낮이 차이와 들고 남등을 이용하여 리듬감 넘치는 픽처레스크 구성으로 조합했다. 중심 건물은 신전 파사드로, 측랑은 열주랑으로 각각 처리해서 다양성을 높였다.
톰슨은 칼레도니아 자유 교회(Caledonia Road Free Church, 1856~57, 철거)와 퀸스 파크 통일 장로교회(Queen's Park United Church, 1867~69, 철거)를 대표작으로 남겼다. 앞의 예에서는 에레크테움, 18세기 그리크 리바이벌, 싱켈 고전주의 등을 혼용했다.
뒤의 예에서는 이집트 건축, 그리스 고전주의, 인도 건축 등을 혼용해서 동시대의 대표 양식이던 빅토리안 고딕과 제2 제정 양식의 분위기를 표현했다. 이런 절충주의는 글래스고의 우울한 날씨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그리스 신전을 중심으로 도시의 골격을 잡은 뒤 주위에 다양한 역사 양식을 더해서 흥겨운 분위기를 돋우는 전략이었다(도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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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그리크 리바이벌 ・ 탈프랑스 ・ 낭만성 ・ 시민 민주주의 – 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임석재,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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