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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건축의 문을 연 건축가는 자코모 바로지 다비뇰라(Giacomo Barozzi da Vignola, 1507~73)였다. 볼로냐에서 태어나 바티칸 소속 화가로 경력을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건축도 접했다. 페루치와 안토니오 다상갈로 일 조반네의 일에 참여했으며 아카데미아 비트루비아나(Academia Vitruviana)에서 로마 유적을 배웠다. 1541년부터 1543년 사이에 프랑스에 체류하면서 세를리오를 만나 건축으로 전업했다. 활동 연대로 보면 비뇰라는 매너리즘 2세대 건축가였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다른 건축가들은 16세기 후반에 나타난 새로운 시대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고 16세기 건축의 종합화로 시대를 마감하려 했다. 팔라디오조차도 마찬가지였다. 비뇰라는 이와 달리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건축을 시도하며 바로크의 문을 열었다.

또 대약탈 이후 황폐해진 로마를 지키며 제자들을 키워 바로크를 이끌게 했다. 새로운 경향을 추구하면서도 정통 고전주의를 잘 지킨 점에서 '브라만테-라파엘-미켈란젤로-세를리오'의 뒤를 이어 로마 스쿨을 이루었으며 이를 바로크로 넘겨 바로크 고전주의의 기틀을 닦았다. 비뇰라의 건축은 크게 두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 가지는 가톨릭의 부활과 예수회의 등장에 따른 새로운 기독교 건축 유형을 창출한 것이다. 당시 새롭게 창설된 예수회는 르네상스와 다른 바로크 가톨릭만의 교회 유형을 원고 새로 짓는 예수회의 총본산인 일 제수(IlGesu, 1568~73)에 바로 적용했다. 미켈란젤로가 시작했다가 중단한 것을 비뇰라가 이어받아 완성했다.

평면과 실내가 비뇰라 작품인데, 특별히 새로 창출한 것은 없었고 종교개혁 이후 신교의 영향으로 유행한 중앙집중형에서 탈피해서 로마 기독교의 원형으로 돌아간 것이 핵심이었다(도 7-1). 트랜셉트 없는 3랑식 바실리카로 전체 구성을 짰다. 알베르티의 성 안드레아가 가까운 선례지만 알베르티가 선형 구성을 약화시킨 것과 달리 비뇰라는 바실리카 원형을 지키며 세 개의 선형 축을 드러냈다.

실내 공간 골격은 로마 고전주의의 벽체 구조로 짰다. 극기주의를 내건 예수회의 강령에 따라 실내는 회반죽으로 검소하게 처리했다. 지금의 장식은 비뇰라 사후인 17세기 후반부에 더한 것이다(도 7-2). 장식은 없었지만 건축 처리에서는 중세 기법을 도입했다.

천장 채광을 강조해서 초대교회에서 중세 교회에 이르는 가톨릭 건축의 상징성을 살렸다. 천장에 루넷을 뚫어 빛을 끌어들여서 석재 구조인 볼트를 돌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탈물질을 가했다. 루넷을 뚫어서 생긴 구조적 약점은 버트레스를 세워 보강했다. 돔에도 드럼에 창을 뚫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강조했다. 이런 처리들은 나중에 더한 장식과도 잘 어울리면서 실내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른 한 가지는 연속 공간과 장경주의의 도입으로, 줄리아 빌라(Villa Giulia, 1550~55)가 대표적 예다. 100미터에 가까운 길이를 몇 영역으로 나눈 뒤 이것들의 연속적 합으로 전체 구성을 짰다. 각 영역은 고유한 특징을 가지면서 연속성의 의미를 결정했다.

다양성을 이루는 기법은 세 방향으로 시도했다. 실내 기능을 계단, 각 실, 전실, 로지아, 복도, 열주 복도, 님파이움(nymphaeum), 안마당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었으며 이것을 이루는 기하 형태는 원과 사각형의 크기를 달리하며 다양하게 사용했다(도 7-3). 평면은 건축도면이라기보다는 기하 작도에 가까웠다(도 7-4). 동선도 일직선, 돌아가기, 멈추기, 숨기기, 트이기, 틀기, 높낮이 차이, 실내외 교대 등으로 다양했다.

• 1
• 2

• 1도 7-3 줄리아 빌라

  쟈코모 바로지 다비뇰라, 로마, 1550-55.

• 2도 7-4 줄리아 빌라

  쟈코모 바로지 다비뇰라, 로마, 1550-55.

이런 다양한 구성이 혼란으로 흐르지 않고 연속 공간으로 남도록 최소한의 공통점도 부여했다. 장축을 중심으로 전체 구성을 짜서 연속 구성의 뼈대를 잡았으며 각 공간 단위마다 표준 고전 어휘를 사용했다. 공간은 파노라마처럼 변했지만 어디를 가도 표준 고전 어휘를 마주쳐 안정감과 질서를 잃지 않았다. 장경주의는 연속 공간을 감상하기 위한 중간 장치로 더했다. 연속 공간 사이사이에 무대를 옮겨 놓은 것 같은 장소들이 나타나면서 이동 중에 잠시 쉬면서 공간을 감상하게 만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