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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오 로마노(Giulio Romano, 1499~1546)는 매너리즘을 대표하는 건축가다. 로마에서 태어나 1505년의 이른 나이에 교황청 공방에 라파엘로의 조수로 들어가면서 예술가의 길에 들어섰다. 라파엘로의 가장 충실한 제자로 그의 건축에 나타났던 매너리즘의 단서들을 완성된 양식으로 발전시켰다.
라파엘로가 사망하자 그의 미완성 작품을 물려받아 마무리하는 일을 하다 1524년에 만토바의 페데리코 곤차가 대공(Duke Federico Gonzaga)의 초청을 받아 근거지를 옮겼다. 처음에는 궁정 화가로 들어갔으나 곧 건물들을 설계해서 대공을 만족시켰다. 이후 만토바에 정착해서 주요 건물들을 설계했고 1526년에는 만토바의 귀족 직위를 획득했다.
라파엘로도 인정한 현란한 기교의 화가이기도 했다. 스승과 마찬가지로 회화적 천재성을 바탕으로 그림의 배경 장면에서 건축적 실험을 한 뒤 실제 건물에 적용했다. 상상과 파격이 더 많이 허용되는 회화에서 먼저 새로운 시도를 했기 때문에 그의 건축은 파격으로 넘쳐났다. 회화적 상상력에 의존했기 때문에 그의 건축에서는 구조와 장식이 분리되었다. 페루치가 전체 구성을 흐트러트렸고 미켈란젤로가 축조 원리를 뒤집었던 데 반해 그는 개별 부재의 변형에 치중했다.
심한 기교적 일탈 때문에 한동안 그의 건축은 반(反)고전주의를 대표하는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그 바탕에는 고전주의에 대해 탄탄한 기본기도 함께 갖춘 양면성을 보였다. 변형과 일탈이 건축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문법에 충실한 표준 구성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의 건축의 정수는 단순한 변형과 일탈이 아닌 이런 양면적 요소 사이의 복합적 이중성에 있었다(도 6-44).
테 팔라초와 총독궁 모스트라 안마당
테 팔라초(Palazzo del Te, 1525~34)는 그의 대표작이자 매너리즘 전체를 대표한다. 곤차가 대공의 우량 말들을 키우던 마구간을 개조한 건물로 안마당을 갖는 큰 'ㅁ'자형으로 전체 구성을 이루었고 방들을 각 변에 단겹으로 배열했다(도 6-45).
이런 구성은 교외 빌라와 도심 팔라초의 성격을 동시에 만족하기 위한 것이었다. 휴양용 빌라였음에도 자연에 대해서 닫힌 곤차가의 휴양 방식에 맞춘 결과이다. 내부에 집중해서 실내를 벽화로 채웠으며 건물 입면에 일탈과 유머를 가해서 이것을 보고 즐겼다.
매너리즘의 정수는 입면에 나타났다. 건물의 주요 면들을 각기 다른 고전 유형으로 처리했다. 정면은 거친 표면 처리를 통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안마당 입면은 오더와 신전 파사드를 이용한 개별 부재의 파격을, 정원 입면은 세를리안 모티브(Serlian motive)와 쌍기둥으로 처리된 아케이드를, 아트리움 홀은 오더 네 개를 한 다발로 묶은 기둥군이 받치는 볼트 천장을 각각 대표적 특징으로 한다.
안마당 입면은 매너리즘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일탈이 심한 반고전주의를 보여준다. 기둥 간격은 비례 법칙을 벗어나 애매해졌고 벽의 돌 나누기는 크기, 형태, 표면 처리 등에서 규칙적 축조를 거부하고 분산적으로 처리했다. 프리즈의 트리글리프는 군데군데 이빨 빠지듯 아래로 내려앉았다(도 6-46, 6-47).
중앙 출입구는 아치 위에 신전 박공을 얹어 고전 부재의 구성 위계 및 구조적 안정성 모두를 해쳤다. 박공 양 끝에서 까치발을 받쳐서 소품 느낌을 강조했다. 큰 창의 상인방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는데 이번에는 박공의 밑변을 이루는 코니스를 지우고 경사선 두 개로만 삼각형 윤곽을 짰다. 박공 속은 평아치의 홍예돌로 꽉 채워서 상인방이 두 겹이 되었다.
- 1도 6-46 테 팔라초
줄리오 로마노, 만토바, 이탈리아, 1525-34.
- 2도 6-47 테 팔라초
줄리오 로마노, 만토바, 이탈리아, 1525-34.
총독궁 모스트라 안마당(Cortile della Mostra, Palazzo Ducale, 1538~39)은 건물 전면에 거친 돌 처리를 하여 불안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그 위에 나선형 벽기둥을 덧붙였는데 이마저도 간격과 기울기가 일정하지 않았다. 나란히 서 있는 두 개의 나선 방향도 서로 반대였다. 나선형 벽기둥을 2층에 사용하여 공중에 떠 있게 처리해 중력 법칙에 대한 역설(逆說)을 표현했다. 바로크 때 대표 기둥이 된 나선형을 처음 사용한 건물 가운데 하나인데 이보다 먼저 자신의 그림에서 그렸던 것을 건물에 구현한 것이다.
아치도 불안하게 처리해서 이런 분위기를 더했다. 창의 상인방 위에 조각 아치를 더했는데 조각 아치로 처리해서 만들다 만 것처럼 보이게 했다. 창틀은 별도로 만들지 않고 벽돌을 하나 걸러 돌출하는 방식으로 대신했다. 언뜻 블록을 끼운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처리는 이후 바로크건축에서 블록 끼우기로 발전한다. 기단 정면은 타원 아치로 처리했는데 폭이 넓은 것과 좁은 것, 두 겹인 것과 한 겹인 것을 섞어서 통일성을 파괴했다. 아치의 홍예돌과 나선형 기둥을 받치는 까치발이 경쟁하듯 불안한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도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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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책으로 만나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강의”총 724장의 컬러 도판으로 현장감이 살아 있는, 압축적인 한 권의 서양건축 통사 이 책은..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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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줄리오 로마노 – 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임석재,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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