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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고딕은 통상적 의미의 후기 양식의 특징인 건물 규모가 작아지고 장식이 많아지는 현상에 잘 부합한다. 후기 고딕은 이 기준에 따라 다시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1240년부터 1400년의 레요낭(Rayonnant)양식으로 '태양이 이글거리는 것 같은'이라는 뜻이다.
후반부는 1400년부터 1550년의 플랑부아양(Flamboyant)양식으로 '불꽃이 타는 것 같은'이라는 뜻이다. 모두 후기 고딕의 화려한 장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명칭이며 장식 어휘는 주로 바 트레이서리를 이용해서 창틀에 집중되었다(도 5-43).
후기 고딕의 장식화 경향은 일반적인 후기 양식에 나타나는 '장식을 위한 장식' 이외에 다른 목적도 있었다. 실내에 빛을 더 많이 유입하기 위해 벽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에 수반된 현상이기도 했다. 그 첫 번째 징후는 의외로 성기 고딕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아미앵에서 시작되었다. 1240년대에 시작해서 1269년까지 계속된 성가대석과 트랜셉트의 개축 부분에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트리포리엄의 변화가 제일 두드러졌는데 그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벽체의 건축적 목적이 이전의 정밀한 빛 상징주의에서 직설적 빛 유입으로 바뀐 것이다. 벽체는 여전히 3분법을 유지했지만 트리포리엄에서 통로를 생략해서 단겹의 외벽으로 만든 뒤 유리를 끼웠다. 창이 없는 이중벽으로 구성되던 성기 고딕의 네이브 부분과 달라진 점이다. 3분법을 상징적으로 표시하며 아케이드와 천측창 사이의 조도를 조절하던 트리포리엄의 원래 기능은 사라지고 직접 빛을 받아 들이는 밝은 창이 되었다(도 5-38, 5-44).
- 1도 5-38 아미앵 성당
프랑스, 네이브 1220-36년/성가대석 1236-70년.
- 2도 5-44 아미앵 성당
프랑스, 네이브 1220-36년/성가대석 1236-70년.
둘째, 트리포리엄의 아치창을 구획하는 랜싯인데, 성기 고딕 부분에서는 작은 원형 창 셋을 세 잎 클로버 형태로 뚫었고 벽체도 많이 남아 있었던 데 반해 이 부분에서는 크고 작은 화려한 꽃잎 형태로 뚫었으며 벽체도 거의 사라지고 바 트레이서리만으로 구성했다. 장식이 늘어난 것은 후기 양식의 전형적 현상이며 레요낭양식으로 가는 디딤돌의 의미가 있다. 벽체가 용해되는 현상은 빛을 많이 들어오게 하기 위한 첫 번째 목적과 같은 맥락이다.
셋째, 천측창과 트리포리엄의 랜싯 개수를 여섯 개로 동일하게 맞춘 것이다. 네이브 월에서는 각각 네 개와 여섯 개로 달랐다. 이런 일치는 구조 유기성을 강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어서 천측창과 트리포리엄이 점차 한 몸으로 붙기 시작하는 징조로 볼 수도 있다.
이것은 트리포리엄의 아치창을 구획하는 선형 부재가 천측창까지 이어지느냐 마느냐의 문제인데, 이후의 예들에서 나타난 현상과 함께 생각하면 타당성이 있는 해석이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이어지는 선형 부재가 아직 하나만 있는 데 반해 다음 건물인 성디오니시오에서는 네 개로 늘어난다. 랜싯 개수를 맞춘 처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첫걸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 가지 변화를 합하면 구조가 정밀한 유기성에서 넓은 창을 끼우기 위한 단순 막으로 바뀐다는 뜻이 된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 복잡한 구조는 생략되기 시작하는 등 구조 변화를 수반했다. 직접광을 이용해서 실내 전체에 균등한 조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구조 부재를 집중적으로 모으고 구조 부재의 선형성을 강조하는 변화를 꾀했다. 레요낭양식으로 진행되면서 수직성이나 앙천성 등은 더 이상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었다. 구조가 유기성을 잃으면서 건물은 점점 낮아지며 트리포리엄은 점차 천측창과 하나의 큰 창으로 합해지면서 3분법이 2분법으로 줄어든다(도 5-45).
심한 경우 아예 긴 수직 창 하나만으로 구성되는 단계까지도 나아갔다. 창이 넓어지면서 창틀을 장식할 필요성이 커졌고 바 트레이서리를 이용한 화려한 장식 창틀이 등장한다. 스테인드글라스가 화려해지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며 장미창(rose window)에서 절정에 이른다(도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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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책으로 만나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강의”총 724장의 컬러 도판으로 현장감이 살아 있는, 압축적인 한 권의 서양건축 통사 이 책은..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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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레요낭양식 – 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임석재,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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