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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건축은 중세를 대표하는 양식으로 중세다움이 지닌 낭만적 속성 때문에 낭만주의의 대상이 되었다. 중세 건축에 대해서는 프랑스, 영국, 독일 세 국민 모두 적쟎은 향수를 가지고 있었다. 르네상스에서 바로크에 이르는 3세기 동안 고전주의기를 거치면서 규범 중심의 엄격한 건축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며 이것이 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18세기에 과학적 엄밀주의가 유행하고 산업화의 초기 바람이 불면서 중세에 대한 향수가 더욱 강해졌다. 중세는 기독교가 이끈 영적 문명의 시대였으며 고딕 성당은 섬세한 수공예를 통해 영성을 신비로운 구조물로 구현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성스러운 증거였다.

18세기 문명의 급박한 진행에 지친 사람들은 이런 중세 고딕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리움은 리바이벌로 나타나면서 고딕 리바이벌이라는 큰 흐름이 낭만주의의 하부 운동으로 형성되었다. 중심지는 영국이었다. 사실 고딕건축의 종주국은 프랑스였지만 이에 대한 향수는 영국이 더 컸다. 그 이유는 두 나라 고딕건축의 차이에 있었다. 프랑스는 고딕건축을 유기 구조의 개념으로 정의했기 때문에 18세기에는 그레코-고딕 아이디얼의 구조 합리주의가 탄생하는 배경 역할을 했다.

반면 영국은 고딕건축을 수평선과 공예 장식 중심으로 정의하면서 자연과 어울리는 범위 내에서 낭만적 향유 개념으로 정의했다. 이런 전통은 영국의 기본적인 국민성이기도 했으며 18세기 낭만주의의 대상이 되었고 이런 움직임이 고딕 리바이벌로 집단화된 것이다(도 8-43).

고딕은 낭만주의의 기본 정신과 잘 맞는 측면이 많았다. 고전주의와 대별되는 대표성, 기독교를 배경으로 한 신비주의, 자연 해석에 의존한 유기성, 고전의 선험적 규범에 반대되는 경험적 귀납성 등이 대표적 내용이었다. 폐허로 발견되는 고딕 성당은 픽처레스크와 숭고미와도 잘 어울리는 대상이었다.

체임버스의 고딕 옹호론은 고딕건축이 낭만주의의 대표적 건축양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체임버스는 연상주의와 조지프 애디슨(Joseph Addison)의 상상력 이론을 적용해서 고딕건축의 가치를 밝혀냈다. 고딕은 종교적 심미성과 공학적 창의력을 하나로 합친 점에서 예술과 과학의 종합체라는 건축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양식이라고 했다. 고딕 가운데서도 특히 영국 고딕만이 이런 기능과 가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유일한 건축양식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체임버스는 당시 영국 사회가 자국의 고딕 전통에 많은 관심을 쏟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런 배경 아래 영국에서는 고딕 리바이벌이 낭만주의의 중요한 하부 운동으로 구체화되었으며 일부 건축가들은 18세기를 대표하는 국가 양식으로 인식하기도 했다(도 8-44). 이미 켄트 때부터 정통 고전주의자가 아닌 일부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고딕 양식을 실내장식에 구사하는 능력이 필수로 되어 있었다.

체임버스, 댄스 2세, 손 등을 거치면서 건물 전체 차원의 고딕 리바이벌은 아닐지라도 부분 고딕 혹은 부분적 고딕 리바이벌 형식으로 고딕 어휘가 건물에도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영국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애덤을 공격 목표로 삼아 공동 전선을 형성하며 영국의 고전주의는 고딕 정신으로 중화한 낭만적 고전주의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