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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임석재
의 서... 그리스건축
아트레우스의 보고와 둥근 천장
무덤에서는 두 가지가 중요한데, 매장 형식이 다양해진 점과 이것을 집대성한 원형 공간이 등장한 점이다. 미케네의 무덤은 성채와 한 몸이 된 왕궁의 일부로 부속되면서 피라미드 같은 독립성은 없어졌지만 매장 형식이 다양해지는 발전이 있었다.
원시시대부터 고대 문명을 거치면서 나타났던 대표적인 매장 형식인 석관묘, 갱묘(坑墓), 묘실형, 톨로스(tholos) 등의 네 가지가 모두 쓰였다. 이 가운데 파일로스가 원형 공간의 모태가 되었는데 이전의 톨로스가 원형 지붕까지 갖추지 못하고 평면만 원형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미케네에서는 지붕까지도 원형으로 해서 평면과 일체가 되는 종합적 구성을 완성했다.
〈아트레우스의 보고〉는 대표적인 예이다. 미케네문명 전반에 걸쳐 왕의 무덤이 여럿 지어졌는데 대부분 톨로스 형태였다. 순장 전통이 남아 있어서 많은 금은보화도 함께 묻었기 때문에 무덤 대신 '보고'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보통 톨로스는 암벽을 둥글게 파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둥근 천장을 만들었는데 〈아트레우스의 보고〉는 이것을 모델로 삼아 돌을 쌓아서 둥근 천장을 만든 점에서 건축 기술의 발전에서 중요한 분기점을 이룬다.
보존 상태가 제일 좋고 원형 공간의 구조 기술이 가장 발전하였다.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원시적 영웅주의와 결부된 상징성에 치중한 반면 이 보고는 규모는 작아진 대신 원형 공간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 윤곽이 처음 잡히기 시작했으며 이것을 구조물로 구현하는 기술 발전이 있었다.
전체 구성은 드로모스(dromos)라고 부르는 30여 미터 길이의 통로를 거쳐 출입문을 지나 원형묘실에 이르는 순서로 이루어진다(도 1-7). 출입문 위에는 120톤이 나가는 석판이 상인방으로 놓였는데 6×7미터의 크기에 두께는 1.4미터였다. 둔탁한 고대 거석 구조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두께를 얇게 하면서 위쪽 벽체에서 내리누르는 무게가 문제가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벽체를 파내 진공 부로 만들었다. 이런 처리 방식을 릴리빙 아치(relieving arch)라고 부르는데 벽을 파낸 만큼 가벼워져서 무게의 부감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었다.
관건은 둥근 천장인데 여기에서는 아직 완전한 반구에 이르지 못하고 기다란 역깔때기 모양에 머물렀다. 조적술로 완전한 반구의 둥근 천장을 만드는 기술은 아치를 3차원으로 회전해야 가능한 매우 어려운 기술이어서 로마의 판테온에나 가서 완성된다. 〈아트레우스의 보고〉에서는 내어쌓기(squinch)라는 다소 원시적인 기술을 이용해서 꼭대기가 뾰쪽한 역깔때기를 만드는 데 만족해야 했다(도 1-8).
33단의 원형 벽을 위로 올라갈수록 안으로 조금씩 들어오게 쌓은 뒤 맨 위 단은 뚜껑을 덮듯이 막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만든 원형 공간은 지름이 13.2미터, 높이는 14.5미터였다. 원은 그 자체가 하늘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등 기하학적 특수성이 강한 도형이다. 원형 공간을 축조하기 시작하면서 서양 건축은 사각형 중심의 고대 오리엔트 건축과 차별화 되며 진일보한 단계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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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아트레우스의 보고와 둥근 천장 – 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임석재,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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