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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는 고전주의 중심의 고급 건축에는 없는 원시성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함, 그리고 농촌의 자연 풍경과 어울리는 픽처레스크한 분위기를 간직한 낭만주의의 좋은 소재였다. 이런 특징을 낭만주의 예술로 발전시키려는 농가 운동이 나타났다.

농촌과 농업 문명의 산실이자 뿌리로서 농가의 심미성과 가치를 예술성으로 정의하는 운동이었다. 회화와 문학이 적극적이었다. 농가는 풍경화에서 즐겨 그리던 소재였으며 시골의 목가적 자연 풍경을 소재로 한 문학의 중심 무대였다.

건축에서도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큰 방향은 건물을 자연 요소의 하나로 보고 인공적 가공을 최소화해서 손대지 않은 자연 속에 두는 것이었다. 많은 건축가들이 농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농가로 답사를 가는 등 연구 대상이 되었다. 고전주의와 아카데미 중심으로 진행해오던 유럽 건축에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이번에도 영국이 중심지였다. 유럽 각국은 모두 아름다운 농촌 풍경과 농가 건축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지만 영국이 특히 두드러져서 햄프셔의 웨스트 메온(West Meon, Hampshire)이나 워릭셔의 웰포드온에이번(Welford-on-Avon, Warwickshire) 등을 필두로 전역에 아름다운 농가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구체적 내용에서는 독립적 양식 사조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농가 운동의 본고장 영국에서는 회화, 문학, 여행 등과 관련된 문화 현상에 머물렀다. 농가 운동을 실제 건축에 적극 적용한 것은 프랑스다. 루소의 '고결한 원시인(noble savage)' 개념이 대표하듯 프랑스는 낭만주의 사상과 이론에서 앞섰는데 그 영향이 건축에 미친 것이다.

혁명기 건축이 대표적인 예로 르두와 르퀴에의 새로운 실험에는 농가 모티브가 주요 항목으로 들어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실제로 그러한 건물이 지어졌는데, 리샤르 미크(Richard Mique, 1728~94)의 트리아농 시골 마을(Hameau du Trianon, 베르사유궁전 내, 1783~85)^각주1) 이다.

미크는 왕립 건축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왕실을 건축주로 가지면서 베르사유 시내와 궁전에 작품들을 남겼다. 작품 경향은 다양해서 낭만주의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베르사유궁전 내 트리아농 구역에 지은 벨베데레(The Belvedere, 1777)와 사랑의 신전(Temple de l'Amour, 1778)은 정원 속 신전의 좋은 예였다(도 8-41). 두 건물 모두 영국의 건물들보다 더 자유로운 낭만성을 보였는데 벨베데레는 팔각형 파빌리온이었고 사랑의 신전은 코린트식 원형 신전이었다.

트리아농 시골 마을은 모두 열두 채의 농가로 구성되었는데 현재는 열 채가 남아 있다. 여왕의 오두막, 방앗간, 출입 초소, 비둘기 집 등이 주요 건물이었고 나머지는 농부들의 집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 여왕의 농장을 지원하기 위해 지었다(도 8-42).

여왕은 "나무를 심고 밭을 일구고 가지를 다듬고 과일을 따며" 농장 생활을 즐겼다. 건물들의 외관은 농가의 특징을 완벽하게 모방해서 지었지만 실내는 여왕 및 왕족의 생활을 위해 화려하게 꾸몄다. 낭만주의를 건축에 실제로 적용했을 때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는 현상이지만 왕실 건물을 농가 단지로 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파격적인 의미를 갖는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