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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호크스무어 이외에 영국 바로크건축 2세대를 이끈 또 한 명의 건축가로 존 밴브루 경(Sir John Vanbrugh, 1664~1726)을 들 수 있다. 그는 정식 건축가는 아니었다. 코미디 작가가 주업이었지만 건축에 관심이 지대해서 독학으로 공부한 끝에 영국 바로크의 한 축을 이루는 주요 작품들을 남겼다. 문학 배경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어서 보통 건축가들과는 다른 내용을 제시할 수 있었다. 예술적, 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건물의 큰 방향을 정하고 기술적 세부 사항은 전문 건축가와 협동 작업으로 해결했다.

건축가 그룹을 이끈 것이 호크스무어였다. 두 사람은 역할을 분담하며 파트너십을 성공적으로 이끈 모범적 예에 속한다. 이를 바탕으로 '밴브루-호크스무어 양식'을 창출하여 주로 성채에서 영국다운 바로크건축의 유형을 제시했다. 하워드 성채(Castle Howard, 1699~1712)와 블레넘 궁전(Blenheim Palace, 1705~16/25)이 대표작이다. 이후 밴브루는 경험을 쌓은 뒤에 자신의 저작권을 주장할 만한 작품도 여럿 남기고 왕실 건축 행정에도 참여하는 등 독립적 활동을 벌이며 건축가로 자리매김했다.

밴브루의 건축 경향은 고전 어휘에는 많이 의존하지 않으면서 영국 전통을 살려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렌이나 호크스무어가 영국 전통을 양식 사조나 건축적 선례로 제시한 것과 달리 밴브루는 픽처레스크한 분위기와 플랑부아양 성채를 제시했다.

'성채 분위기(castle air)'라는 말을 즐겨 쓰며 성채를 평생의 건축 모티브로 응용했다. 특히 튜더 양식과 자코비언 양식(Jacobean style)의 성채 모티브에 강하게 집착했는데 '우드스톡 매너(Woodstock Manor)'는 그가 가장 좋아하던 성채였다. 밴부루는 중세 성채, 나아가 중세 성채가 수목, 하늘, 구름, 경치 등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모습이 가장 영국답다고 보았다.

두 대표작은 동시대 바로크 고전주의에 영국 성채 전통을 합친 건물이다. 전체 구성은 5분법을 기준으로 양 끝 측동이 앞으로 많이 돌출했다. 크게 보면 대칭을 유지하되 부분적으로 비대칭을 섞었는데 그 내용이 두 성채가 조금 달랐다. 하워드 성채는 외관 윤곽에서 비대칭이 두드러져서 오른쪽 측동이 더 두꺼웠다. 그 대신 외관 입체는 중앙에 돔을 튀어나오게 해 강한 중심을 잡았다(도 7-101).

블레넘 궁전은 평면에서 상대적으로 대칭을 잘 지킨 편인데 그 대신 외관 구성에서 중심을 약화하고 크고 작은 입체 단위들이 분산하며 어울리는 방식을 택했다(도 7-102, 7-103). 두 방식 모두 엄격한 대칭을 피하면서 주변의 자연 경치와 어울리게 하려는 영국의 픽처레스크 전통에서 즐겨 사용하던 기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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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도 7-102 블레넘 궁전

  존 밴브루, 영국, 1705-1625.

• 2도 7-103 블레넘 궁전

  존 밴브루, 영국, 1705-1625.

디테일 어휘는 건축가 호크스무어의 도움을 받아 처리했지만 그 분위기에서는 코미디 작가 밴브루의 아이디어가 빛났다. 밴브루는 유머와 위트가 뛰어난 사람이었는데 이는 영국 문학 나아가 영국 국민성을 대표하는 기질이다. 당시에는 가면극이 유행했는데 이는 상상력을 자극하며 유머와 위트를 발휘하기에 좋은 배경이었다.

밴브루는 두 성채의 픽처레스크 구성과 잘 어울리는 디테일 분위기로 조형적 흥겨움을 제시했는데 이는 다분히 이런 문학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여백이 많은 벽체에 크고 단순한 창을 명확하게 뚫어 음영을 통해 조형적 흥겨움을 제시했다. 5분법을 이루는 중심부, 측랑, 측동 사이에 입체 단위와 건축 구성의 차이를 두어 리듬감, 음영, 변화감 등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