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 1404~72)는 인문학적 지성으로 무장한 르네상스 전인상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인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정통해서 많은 책을 썼으며 여러 분야에서 다재다능했다. 건축조차도 인문학적 관점으로 정의해서 건축이 갖는 인문학적 특성을 가장 모범적으로 완성한 대표적인 건축가였다. 여러 면에서 브루넬레스키와 반대되는 이력을 보였지만 한 세대 늦은 알베르티는 자신의 저서를 헌정하는 등 브루넬레스키를 존중하며 그가 문을 열었던 초기 르네상스 건축을 완성했다.

알베르티의 중요성은 로마 고전주의를 부활해 르네상스에 끌어들인 점에 있다. 인본주의 건축을 정의할 구체적인 창작 소재를 찾은 점에서 르네상스 건축이 비로소 완성된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되었다. 피렌체를 너머 리미니, 만토바, 우르비노 등으로 르네상스의 지평을 넓혔으며 니콜라오 5세 때인 1447년부터 1455년에는 로마 재건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했다(도 6-10). 르네상스 최초의 건축 이론서인 『건축십서(De Re Aedificatoria)』(1452)를 남겼는데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십서』를 모델로 삼아 르네상스에 필요한 건축의 내용을 폭넓게 정리하였다.

알베르티는 고전에 대해 실증적 방법으로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한 뒤 인문학적 해석을 가하는 방법론을 사용했다. 여러 지역과 시대에 걸쳐 분산된 수많은 건축물을 직접 찾아가 조사했으며 이렇게 모은 수많은 자료들을 르네상스의 이상에 맞는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이론화했다.

비례, 기능 유형, 종교건물, 로마 시대의 시공 기술 등 비트루비우스가 제시했던 주제들을 다루기는 했지만 이 각각을 훨씬 자세하고 세분화된 내용으로 확장하였을 뿐 아니라 이것을 이론으로 법칙화했다. '인상(lineaments)', '재료', '건설', '장식', '종교건물의 장식', '공공 세속건물의 장식', '건물의 복원' 등 자신만의 새로운 기준을 다양하게 추가했다.

이런 작업은 시민 인본주의의 전형적인 학문 방식이었다. 발품을 팔아 뛰어다니며 몸으로 부딪혀 현장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이것을 인문학적 기준에 따라 재해석, 분류, 이론화해 건축을 지성 학문의 한 분야로 승격했다. 실제로 그는 시민 인본주의에서 제시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을 건축의 중요한 임무로 여겼다. 예를 들어 개인 주택은 가족의 건강이란 관점과 연결해 건강한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환경 조건인 편리성, 쾌적성, 장식의 절제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는 정식 건축가는 아니었지만 보조 건축가를 대동하고 적지 않은 작품을 남겼다. 로마 재건 사업에 참여했던 경험과 『건축십서』에서 정리한 이론을 바탕으로 로마 고전 어휘를 직접 작품에 사용해 로마 고전주의의 부활을 완성할 수 있었다(도 6-11). 삼박자를 두루 갖춘 셈이다.

피렌체에서 토스카나 로마네스크를 차용하던 브루넬레스키의 지리적, 역사적 한계를 벗어난 확장의 의미가 있다. 대표적인 건축 어휘도 브루넬레스키가 단독 원형 기둥, 아케이드, 펜덴티브 돔 등 중세적 특징이 강했던 데 반해 알베르티는 벽체, 벽기둥, 볼트, 개선 아치 등 로마 고전주의를 대표하던 것들이 주류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