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스토아는 정면이 기둥 열로 이루어지고 후면은 벽으로 막힌 반 개방형 건물이었다(도 1-32). 후면은 보통 가게가 들어가는 방이 일렬로 늘어섰지만 방 없이 기둥 열만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아테네 아고라에 있는 아탈루스 스토아가 대표적인 예인데 2층 구조로 각 층에 21개씩, 총 42개의 방을 가게로 썼다(도 1-33). 스토아는 보통 수십 미터, 긴 경우는 100미터 이상에 달하면서 아고라의 경계부를 형성했다. 아고라가 경사지에 불규칙한 형태로 놓일 경우 정형적 윤곽을 잡아주는 역할도 했다(도 1-30, 1-31).

직접민주주의는 집회 시설의 발전을 가져왔다. 정치 토론과 결정을 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였는데 불레우테리온, 프리타네이온, 텔레스테리온, 레스케, 프닉스 등 다양한 집회 시설이 등장했다. 미세한 차이에 따른 분류인데, 크게 보면 블레우테리온을 대표적 예로 볼 수 있다. 'ㄷ'자형 극장 형태로 중앙의 연단을 중심으로 세 면을 객석이 에워싸는 구성이었다.

지붕은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지붕이 있는 경우 이것을 받치기 위해 기둥이 필요했다. 객석 맨 뒷면을 따라 서너 개의 기둥이 지붕을 받쳤고 객석과 연단 쪽으로는 시선 확보를 위해 무주 공간으로 가야 했다. 도시국가에서 직접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최소 집회 인원은 500명에서 700명으로 이 정도 인원을 수용하기 위한 무주(無柱) 공간의 길이는 평균 40미터 안팎이었다. 이를 위해 목조 트러스를 천장 구조로 사용했다(도 1-34).

극장은 집회 시설의 정수였다. 극장의 기원은 크노소스궁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본격적인 발전과 완성은 그리스 시대 때 있었다. 처음에는 종교 시설에서 시작되었다. 제물로 바친 동물을 죽이거나 그 사체를 가지고 벌이는 종교 행위는 볼 만한 구경거리였다. 종교적 몰입을 위해 제단을 초점으로 삼고 객석이 계단식으로 올라가는 중앙집중형 구도가 만들어졌다. 불레우테리온을 원형으로 만든 것을 보면 된다.

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전 7세기의 아르카이크기 때에 오면 종교 행사 공간으로서 초기 골격이 잡힌다. 여기에 춤과 노래를 첨가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 시기 종교 행위는 디오니소스를 모시는 의식이 유행했는데 술의 신이었기 때문에 유흥 요소를 가미한 축제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것이 기원전 5세기로 접어들면서 종교 행사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한 것이 비극이라는 연극 장르였다.

이때부터 극장은 종교 공간에서 공연 공간으로 독립하기 시작했는데 프리에네 극장(기원전 5세기~ 기원전 4세기)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기능이 세분화되는 발전이 있었다. 연극 공연이 벌어지는 무대를 오케스트라로 통칭했는데 원형 형태였다. 오케스트라 뒤에는 스테이지 빌딩을 세웠는데 연극의 배경과 배우의 탈의실을 겸한 기능을 가졌다. 객석은 오디토리엄이라 불렀다(도 1-35).

기원전 5세기 이후 그리스 연극의 유행이 비극에서 점차 희극으로 옮겨가면서 스테이지 빌딩도 따라서 커지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배경 건물도 2층이 되고 오더 열로 장식하는 등 화려하게 변화했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기원전 4세기는 그리스 극장 건축의 전성기로 델피 극장(기원전 4세기)과 델로스 극장(Theater of Delos, 기원전 4세기 말) 등이 지어졌다.

그리스 극장은 대부분 도시 교외 자연환경 속에 세워졌다. 경사지를 활용해서 객석을 만들었기 때문에 경사면만 잘 다듬어서 돌 의자를 깔면 되어서 시공에도 유리했다(도 1-36). 극장 건설에서는 객석 밑부분을 채우는 일이 큰일인데 이것이 면제된 것이었다. 그리스 연극 자체도 자연을 배경으로 자연과 교감하는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 극장은 반원형 형태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자연 지형에 맞춰 인공적 기하 윤곽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기본 틀이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