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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로마네스크 건축은 대륙 양식을 수입해서 시작되었으며 초기와 성기의 구별도 없었다. 주로 해안선을 맞대고 있던 노르망디 지방에서 수입했는데 이 지역이 한때는 영국에 속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수입만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도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자생 양식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시작 시점도 정확히 확정짓기 어렵다. 바이킹의 남하와 노르망디와 교류를 기점으로 대륙 문명에 눈 뜨며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굳이 숫자를 빌려 이야기하면 1045년경이 중요한 분기점이다. 참회왕 에드워드 3세가 이 시기를 전후해서 대륙의 건축 양식을 처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대륙에서 자랐기 때문에 대륙 문화에 친숙한 점이 중요한 배경이었다. 1045년경부터 영국에도 바실리카 교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륙에서는 로마네스크 건축의 표준 구성이 정착되던 시기인데 이를 받아들여 영국의 상황에 맞게 적용, 변형해 사용했다. 1065년까지 계속된 현상인데, 쥐미에주의 노트르담 수도원 교회를 모델로 삼아 웨스트민스터 수도원 교회를 짓는 등 십여 채에 육박하는 적지 않은 수의 교회를 지으면서 영국 로마네스크 건축의 기초를 닦았다.

대륙과 본격적인 교류는 1066년 노르만 정복과 함께 일어났다. 노르망디 공이었던 윌리엄이 영국을 점령하고 영국의 왕이 되면서 노르만 영국, 즉 영국 내 프랑스 족보가 형성되었다. 정치사에서는 앵글로 노르만 영국에 해당하며 연대기로는 1070년대가 중심 시기이다.

정복왕 윌리엄은 대륙의 중세 체제였던 봉건제도를 영국에 수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봉건제도의 건축양식이었던 대륙의 로마네스크도 함께 들어갔다. 반대로 노르망디의 성기 로마네스크 건축을 지은 것도 당시 이 지역을 함께 다스리던 윌리엄이었다. 캉의 두 건물인 생테티엔과 성 삼위일체를 지었으며 사후에는 생테티엔에 묻혔다.

노르망디의 성기 로마네스크가 영국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 생베르탱의 고셀린이었다. 1058년에 영국에 건너와 새로 지을 교회 건축에 대한 지침을 정리했다. 큰 방향은 영국의 전통 건축 방식을 잊고 대륙, 특히 노르망디의 새로운 로마네스크를 받아들이라는 것이었다. 구체적 내용은 "위엄 있고, 경이롭고, 극단적으로 길고, 확 트이고, 빛으로 가득 차고, 특별히 아름다워야 한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