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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건축

게르트너와 로마네스크 리바이벌

독일의 국가 양식은 로마네스크 리바이벌이었다. 프랑스의 국가 양식인 네오 바로크보다 포괄적이었다. 작업의 성격은, 단순히 과거 독일의 전성기 때 양식을 리바이벌해 사용하는 차원을 넘어 독일 국민의 기본 정서 속에 내재한 기본 원형을 찾으려 했다.

시작은 하인리히 휩슈(Heinrich Hübsch, 1795~1863)의 룬트보겐슈틸(Rundbogen Stil)이었다. '원형 아치 양식'이란 뜻으로 로마네스크의 대표 어휘인 반원 아치에서 나온 말이다. 휩슈는 반원 아치가 가장 독일다운 건축 어휘라는 주장을 펴며 룬트보겐슈틸을 제창했고 이것을 로마네스크 리바이벌로 발전시켰다. 반원 아치가 독일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기후 요소로, 독일의 험한 기후에 고전 오더와 고딕의 뾰족아치는 마모가 심해서 맞지 않고 디테일이 단순하고 형태가 간결한 반원 아치가 맞았다. 다른 하나는 구조적 솔직성에 기초한 실용 정신으로, 고전 오더는 목구조를 석구조로 번안한 것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솔직하지 못한 반면 반원 아치는 처음부터 석구조로 지었기 때문에 재료와 구조 방식이 일치하며 따라서 독일의 중세 정신인 실용성을 대표한다고 보았다. 휩슈는 이를 정리해서 『우리는 어떤 양식으로 지을 것인가?』(1828)라는 책으로 출간하면서 로마네스크 리바이벌이 가장 독일다운 양식이라고 주장했다.

신고전주의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에 제기한 휩슈의 주장은 독일 건축계에 국가 양식에 대한 인식을 싹 틔우면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보혁 대립, 국민주의, 통일 운동 같은 건축 외적인 사회 상황과 맞물리면서 독일다운 양식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어갔다.

건축 내부적으로는 1840년대에 들어 본격화된 절충주의가 중요한 요소였다. 신고전주의 이외의 다른 양식을 리바이벌하는 홍수 속에서 독일 건축의 가장 큰 관심은 로마네스크 리바이벌로 모아졌다. 고딕 리바이벌까지 가세하면서 중세주의라는 더 큰 범위의 문화 운동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이로써 싱켈과 클렌체가 이끄는 그리크 리바이벌과 신고전주의에 중세주의가 맞서는 큰 대립 구도가 형성되었다. 1840년경부터 대세는 중세주의로 기울었다. 같은 중세주의 내에서도 고딕 리바이벌보다 로마네스크 리바이벌이 더 인기가 많았다. 독일의 전통 정서를 되찾으려는 국민주의와 손을 잡고 교회와 지식인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고딕 리바이벌이 교회나 시청사를 중심으로 직설적 복사에 머문 반면 로마네스크 리바이벌은 일정한 창작적 각색을 수반하면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대표작은 휩슈의 카를스루에 예술극장(Kunsthalle, Karlsruhe, 1837~46), 루트비히 폰 찬트(Ludwig von Zanth)의 빌헬마 빌라(Villa Wilhelma, 슈투트가르트, 1842~53),프리드리히 폰 게르트너(Friedrich von Gertner, 1792~1847)의 성 루트비히 교구 대학교회(St. Ludwigs Pfarre und Universitätskirche, 뮌헨, 1829~44) 등이었다. 로마네스크 리바이벌은 독일 건축가들에게는 피하기 힘든 대세여서 고전주의자였던 클렌체도 뮌헨 열성(列聖) 궁정교회(Allerheiligen Hofkirche, 1826~37)를 이 양식으로 지었다.

휩슈는 카를스루에 예술극장에서 반원 아치를 중심으로 로마네스크 표준 어휘를 정확히 구사하며 자신의 주장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삼았다(도 9-27). 장식을 절제하고 단순화해 원형의 순도를 높였다. 반면 빌헬마 빌라에서는 반원 아치를 약한 말발굽 형태로 변형하고 사암의 재료 색을 이용해서 얼룩말 무늬와 섞는 등 장식적으로 활용했다(도 9-28). 열성 궁정교회의 외관은 로마네스크 리바이벌로 처리하고 평면은 비잔틴 중앙집중 구성을 변형한 돔식 바실리카로 짰다(도 9-29).

성 루트비히 교구 대학교회는 독일 로마네스크의 추상 입체 경향을 좇아 장식을 절제한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반원 아치 모티브를 아케이드, 창 상인방, 원형 창 등 세 종류로 다양하게 만든 뒤 1, 2, 3층에 각각 배당해서 기하학적 구성미가 돋보였다(도 9-30). 이 건물이 위치한 루트비히가(街)는 로마네스크 리바이벌 건물들이 집중되면서 이 운동의 산실처럼 되었다. 실내에서는 네이브 월을 2층 구성으로 단순하게 놔두면서 대응 기둥과 볼트에 집중하는 독일 로마네스크 특징을 재현했다(도 9-31).

사진목록
  • 도 9-27 카를스루에 예술극장 도 9-27 카를스루에 예술극장
  • 도 9-28 빌헬마 빌라 도 9-28 빌헬마 빌라
  • 도 9-29 뮌헨 열성(列聖) 궁정교회 도 9-29 뮌헨 열성(列聖) 궁정교회
  • 도 9-30 성 루트비히 교구 대학교회 도 9-30 성 루트비히 교구 대학교회
  • 도 9-31 성 루트비히 교구 대학교회 도 9-31 성 루트비히 교구 대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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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미지1/5 도 9-27 카를스루에 예술극장
도 9-27 카를스루에 예술극장

하인리히 휩슈, 독일, 18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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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재 집필자 소개

서울공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프랑스 계몽주의 건축에 관한 연구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건축을 소재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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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 저자임석재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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