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읽는 임석재
의 서... 고딕건축
로마네스크와 고딕 사이
이탈리아 고딕 역시 독일 고딕과 마찬가지로 어렵게 시작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독일보다 더 힘들었다. 로마네스크 전통뿐 아니라 로마 고전주의의 본산이라는 더 큰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딕 양식으로 지은 건물 수는 프랑스, 영국, 독일에 뒤지지 않았으나 건축 내용에서는 세 나라와 아주 달랐다.
세 나라가 서로 다른 가운데에도 프랑스 고딕을 씨앗으로 삼는 최소한의 공통점이 있었던 데 반해 이탈리아 고딕에서는 이것마저 찾기 힘들었다. 그만큼 프랑스의 국제주의 표준 양식과 거리가 멀었다. 고전주의가 섞여 나타난 이탈리아만의 특징으로 볼 수도 있고 후진성으로 볼 수도 있다(도 5-137). 정치적, 문화적으로는 로마 교황청이 유럽 전체에 대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중세 문명을 이끌었지만 건축은 달랐다.
이탈리아에서 고딕 시기의 프랑스 건축을 처음 접한 것은 12세기 시토 수도회를 통해서였다. 건축양식은 고딕이 아닌 부르고뉴 지방의 후기 로마네스크였다. 이 양식에는 프로토고딕 형식으로 고딕 어휘를 개별적으로 사용했다. 유기 구조를 기본 체계로 삼은 완성된 양식 단위가 아닌 개별 어휘였다. 이런 상황은 이탈리아가 프랑스 고딕을 쉬운 양식으로 여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프로토고딕은 이탈리아에서도 이미 12세기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었기 때문에 프랑스 고딕을 자신들의 고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게 했을 것이다. 반면 유기적 종합 구조로 짓는 제대로 된 프랑스 고딕은 이탈리아에게는 너무 이질적이고 낯선 양식이었다. 구조적 정밀성이나 합리적 기술력 같은 것은 이탈리아에서 별 관심을 못 끌었다. 이탈리아는 고딕이라는 새 양식에서조차 자신들의 고전 전통과 비슷한 것만 찾으려 들었다.
베르첼리(Vercelli)의 성 안드레아 성당(Sant'Andrea, 1219~24)은 좋은 예다. 실내외 모두 고딕 어휘를 갖추긴 했지만 고딕 양식으로 보기 힘들었다(도 5-138). 고딕 어휘는 구조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개별 장식 어휘에 가까우며 기본 골격에 고전 기독교나 로마네스크의 잔재도 많이 남았다.
네이브 월은 갤러리가 없는 2단 구성이었으며 크로싱 천장은 펜덴티브 돔으로 처리했다. 창도 기둥에 맞춘 수직 분할이 아니라 내력벽을 먼저 세운 뒤 구멍을 뚫듯이 만든 수평 분할이었다. 고전 기독교와 중세 기독교 사이에서 어중간한 상태에 머문 것이다.
이런 요인들이 함께 작용하면서 이탈리아 고딕은 자국의 고전주의와 로마네스크 전통을 바탕으로 삼아 프랑스 고딕을 어휘별로 차용하는 방향으로 시작되었다. 두 전통 가운데 고전의 잔재는 많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로마네스크의 연속성은 비교적 큰 편이었다.
이탈리아 로마네스크는 다시 초기 기독교 건축의 연속인 측면이 많았기 때문에 이탈리아 고딕은 전반적으로 강한 고전 기독교의 특징이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이탈리아 고딕은 이탈리아만의 로마네스크 전통이 강했던 토스카나 지방에서 융성했다. 반면 로마 시내에는 고딕 성당을 단한 채만 지었을 뿐이다(도 5-139).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출처
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책으로 만나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강의”총 724장의 컬러 도판으로 현장감이 살아 있는, 압축적인 한 권의 서양건축 통사 이 책은..펼쳐보기
전체목차
건축양식과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백과사전 본문 인쇄하기 레이어
[Daum백과] 로마네스크와 고딕 사이 – 한 권으로 읽는 임석재의 서양건축사, 임석재, 북하우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