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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포 산소비노(Jacopo Sansovino, 1486~1570)는 카프레제에서 태어나 피렌체에서 조각을 배우고 로마의 브라만테 공방에서 고전주의건축을 배운 뒤 로마에 건축 작품을 남기기 시작했다. 초창기 활동은 활발하지 못한 편이었지만 로마 대 약탈을 피해 베네치아로 이주한 뒤 16세기 베네치아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활약했다. 미켈란젤로와는 동향이면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미켈란젤로와 마찬가지로 조각가로서도 이름을 날렸으며 조각적 소질을 바탕으로 차분한 북부 이탈리아 고전주의를 창출했다.

산미켈리와도 좋은 비교 대상이다. 산소비노는 돌을 잘 다루어서 매끄럽고 탄력적인 표면 질감을 만들어냈으며 덩어리 느낌의 힘과 섬세한 조각 디테일을 적절히 혼합한 건축 경향을 보였는데 이런 특징은 산미켈리와 마찬가지로 성기 르네상스와 매너리즘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았으며 베네치아가 주된 활동 무대인 점도 같았다. 영향 관계에서는 산소비노가 산미켈리에게 끼친 영향이 더 컸다는 것이 통설이다.

16세기 르네상스 건축 전체에서 보면 산소비노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실히 더 크다. 정통 고급 건축가로서 부침 없는 균질한 고전주의를 구사했다. 로마의 위치를 물려받은 베네치아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산미켈리는 좀 부족했으며 산소비노가 이를 대표할 만했다. 작품으로 남긴 기능 유형도 대형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팔라초, 교회, 수도원, 교육 시설 등으로 산미켈리보다 다양했다.

산소비노의 대표작은 산마르코 광장 확장공사 및 그에 수반된 세채의 건물이었다. 베네치아가 전성기에 들어서면서 베로나와 마찬가지로 근대적 도시계획이 필요했고 산마르코 광장 확장을 단행했다. 당시 베네치아에는 이를 맡아서 할 만한 대표 건축가가 없었고 이주자 산소비노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이전의 광장은 대운하를 면한 부두 쪽에 산마르코 교회와 총독궁을 중심으로 오래된 중세 광장이 있었다(도 6-56). 산소비노는 이것을 소 광장으로 정리했으며 'ㄱ'자로 꺾은 안쪽에 대 광장을 추가로 만들어 광장 전체를 이원화했다(도 6-57).

소 광장은 총독궁을 마주한 자리에 산마르코 도서관(Libreria di San Marco, 1536~60)을 세워 공적 공간으로 정의했다. 처음에는 도서관이 부두를 가로막게 계획했으나 광장이 대운하를 통해 베네치아로 들어오는 관문이라는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안쪽으로 길게 세워서 개방했다.

도서관 측면에는 조폐국(Zecca, 1535~47)을 이어 붙여서 공적 기능을 강화했다. 대 광장은 일반 가게들이 늘어선 시민 공간이었으며 도심과 접한 면에는 문을 세워 연결했다. 소 광장에서 대 광장으로 꺾이는 모퉁이에는 로제타(Loggetta, 1537~40)를 세웠다.

도서관은 1층에 상가, 2층에 시립도서관이 입주하면서 맞은편의 총독궁 및 산마르코 교회와 적절한 관계가 필요했다. 높이는 낮은 대신 길이를 85미터까지 늘여 수평적 안정감을 통해 두 건물과 균형을 이루었다(도 6-58). 건축 어휘는 성기 르네상스의 고전주의와 조각적 섬세함이 뛰어난 조화를 이루었다.

힘 있는 고전 오더와 풍부한 디테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3차원 덩어리 느낌과 깊은 음영은 맞은편의 두 건물과 어깨를 겨루기에 충분했다. 광장의 한쪽 면을 당당히 담당하며 산마르코의 비잔틴과 총독궁의 고딕에 이어 르네상스를 세 번째 양식으로 더해 광장을 베네치아 건축의 역사 기록장으로 만들었다.

로제타는 건축적으로는 로마네스크 때 세운 캄파닐레에 대한 기단 개념으로, 사회적으로는 베네치아 귀족들의 회합 장소였다. 좀 더 넓게 보면 옆의 도서관을 광장 안쪽으로 마감하는 성격과 광장의 안쪽 관문 성격도 있었다. 여러 기능이 필요했는데 로마 시대의 개선 아치를 사용해서 이를 두루 만족시켰다.

원형 기둥을 여덟 개나 돌출시키고 대리석을 주재료로 사용했으며 돋을새김과 조각물을 넘쳐나게 새기는 등 개선 아치의 성격 가운데 장식성을 강조해서 이런 목적에 맞췄다(도 6-59). 이런 처리는 베네치아가 로마제국의 자리를 물려받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