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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메뚜기를 잡는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이 격언은 아무리 잽싼 메뚜기라도 변온동물이어서 선선한 아침나절엔 둔해 잡기 쉽다는 전통 지혜와 함께, 곤충을 먹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도 메뚜기나 누에 번데기를 먹는 오랜 습관이 있었음에도 최근 서구 식생활의 영향을 받아 벌레 먹는 것을 혐오스럽거나 비위생적인 취향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벌레 먹기는 차츰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21세기는 벌레 먹는 시대, 사람이든 가축이든”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왜 곤충이 떠오르는 식량자원이 됐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2050년 90억에 이를 세계 인구를 먹이려면 식량 생산은 현재보다 곱절로 늘어야 한다. 지금도 10억 명이 주린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드는데, 앞으로 농지 확대가 쉽지 않고 바다는 비어가는데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곤충이 주목받는 건 새로운 식량자원이라서가 아니다. 적어도 전 세계 20억 명이 이미 곤충을 먹고 있다. 곤충을 먹지 않는 나라가 오히려 예외일 정도다. 서유럽, 미국, 러시아 그리고 축산 전통이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몽골, 아르헨티나 정도가 ‘비식충 국가’이다. 식량으로 쓰이는 곤충은 무려 1,900여 종에 이른다. 가장 인기 있는 종류는 딱정벌레, 나비나 나방 애벌레, 벌, 개미와 흰개미, 메뚜기, 귀뚜라미, 매미, 잠자리, 파리 등이다. 이러한 곤충은 사람이 직접 먹거나 가축 사료로 쓰이는데, 영양가가 뛰어나고 환경에 도움을 주며 가난한 나라에서 별다른 기술과 자본 없이도 영양과 소득원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지구에서 알려진 생물의 절반 이상이 곤충이며 기록된 것만 100만 종, 전체는 600만~1,000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곤충은 5,000여 종에 불과하다. 곤충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은 근거가 희박하다. 게다가 곤충은 단백질, 지방, 비타민, 섬유질, 미네랄 함량이 높은 건강식에 속한다. 종이나 성장단계에 따라, 또 서식지나 먹이에 따라 다르지만, 예를 들어 갈색거저리 애벌레(밀웜)의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은 소나 돼지보다 높고 등 푸른 물고기에 견줄 만하다.

무엇보다 곤충은 소 · 돼지 · 닭 등 가축 대량사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게 해준다. 축산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 비중의 18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교통 부문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 하지만 100만 종의 곤충 가운데 온실가스인 메탄과 아산화질소를 생성하는 종류는 배 속에서 세균이 발효를 일으키는 바퀴벌레, 흰개미, 쇠똥구리 정도이다. 게다가 곤충은 에너지 변환효율이 높다. 체중 1킬로그램 늘리는 데 필요한 사료량이 소는 10킬로그램, 돼지 5킬로그램, 닭 2.5킬로그램이지만 귀뚜라미는 1.7킬로그램이면 된다. 곤충은 변온동물이라 체온유지에 에너지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먹을 수 있는 부위가 귀뚜라미는 80퍼센트에 이르는 등 가축보다 많아, 귀뚜라미의 실질 변환효율은 소의 12배에 이른다.

곤충 식용화가 개도국만의 일은 아니다. 슬로바키아에선 돼지 분뇨로 구더기를 키워 물고기를 양식하는 시험공장이 돌아가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2008년 곤충농민협회가 만들어져 갈색거저리 애벌레와 메뚜기를 냉동건조해 사료로 만들고 있다.

새우와 메뚜기는 식품으로서 상반된 대접을 받는다. 맛이 문화인 것처럼 곤충 혐오감의 뿌리도 문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은 생물학적으론 가깝다. 메뚜기를 즐겨 먹던 아메리카 원주민은 서양인이 준 새우를 처음 맛보고는 ‘바다 귀뚜라미’라고 했다지 않는가. 곤충 먹는 것이 정 내키지 않는다면 이런 사실을 아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곤충을 이미 먹고 있다. 쌀에 든 바구미 애벌레는 쌀에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하는 효과를 지닌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건강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는 식품 속 곤충 조각의 수는 밀가루 100그램당 150개, 초콜릿 100그램당 60개, 국수 225그램당 225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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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집필자 소개

환경과 과학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통찰력과 이슈가 있는 기사와 칼럼을 써온 우리나라 환경전문기자 1세대이다. 생태보전, 원자력발전, 4대강 개발 등 1980년대 이 후 급부상하는 환경 현안들을..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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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 | 저자조홍섭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동물행동, 생태학부터 진화론, 동물복지, 자연사까지 기초자연과학과 첨단응용과학을 넘나들며 펼치는 흥미롭고 감동적인 생명들의 이야기. 살아 있는 그 모든 것들이 펼쳐내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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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곤충, 뜻밖의 식량자원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 조홍섭,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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