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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근대적 사유는 근대적 사유가 지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 다양한 생각들을 폭넓게 지칭하는 말이다. 근대성의 핵심적인 논리틀, 예를 들자면 주체성의 원리, 이성중심주의, 자본주의와 국민국가 체제 등에 대한 비판적 사유들이 그 핵심을 이룬다. 20세기 후반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지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푸코, 데리다, 리오타르, 라캉, 들뢰즈, 가타리, 네그리 등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며, 좀더 큰 관점에서 보자면, 근대성 자체를 미완의 기획이라고 간주하여 일견 탈근대적 사상가들과 대립적인 입장에 있는 것으로 보였던 하버마스도 근본적으로는 동일한 문제의식에 입각해 있다.
근대성에 대한 비판은 근대성의 출현과 동시에 시작된 것이어서, 탈근대적 사유의 원천은 니체와 프로이트, 마르크스 등 19세기의 지적 거인들에게서 발견된다. 니체는 이성중심주의적 사유를 정면으로 비판함으로써 근대적 이성의 외부에 대해 사유했고, 프로이트는 인간 내부에서 무의식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타자를 발견함으로써 그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근대가 기반하고 있던 데카르트적 주체와 합리성의 개념을 전복시켰다. 또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핵심으로 들어가 자본의 작동방식에 대해 분석해냄으로써 그 외부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어냈다.
탈근대적 사유는 근본적으로 이 정신적 거인들에 의해 제기된 문제의식의 연장에 있으며, 20세기 전반기에 있었던 파시즘의 발흥과 두 차례 세계대전의 비극, 그리고 전체주의로 타락해버린 현실 사회주의권의 실패 등을 목전의 현실로 지니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분명해진 것은, 근대가 꿈꾸었던 이성적인 세계가 결국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위생적인 감옥으로서의 세계 상태를 초래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전복하고자 했던 마르크스주의 운동도 관료주의의 악몽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이다.
탈근대적 사유는 이런 현실에 대해, 타자를 생산하고 배제함으로써 자기만의 영역을 고수하고자 하는 동일성(identity) 사유가 문제의 핵심임을 지적한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라캉은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주체가 미리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여러 계기를 통해 그때그때 생산되는 것임을 지적함으로써 근대가 기반하고 있던 주체의 자명성에 대해 타격을 가했고, 푸코는 미시정치(micro-politics)라는 개념을 통해, 통제와 지배의 정치가 생활과 동떨어진 정치권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병원, 감옥, 군대와 같은 구체적 일상의 영역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동일성의 정치가 어떻게 생산되고 작동하는지를 적시해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현실 권력의 체제에 포획되지 않고 그것을 전복시키기 위해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차이를 생산하여 동일성의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고, 하버마스는 근대적 사유가 근본적으로 자기 이외의 모든 것들을 대상화함으로써 그들 또한 주체일 수 있는 가능성을 박탈해버리는 주체철학의 산물임을 지적하면서, 서로의 주체됨을 인정하고 그들 사이의 대화와 합의를 통해 상호주체성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의 생각은 모두 주체로서의 인간이 세계의 중심에 섬으로써 생겨난 근대성의 원리, 즉 주체와 이성과 동일성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이자 전복이라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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