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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신경증 환자들의 치료에 임했던 의사였고, 그의 이론은 현장의 구체적 사례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런 개별적인 경험들의 축적을 통해 프로이트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좀더 거시적인 이론틀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일컬어 메타심리학 이론이라고 부른다. 프로이트의 메타심리학적 틀은 지형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무의식, 의식, 전의식’의 틀이 첫번째 시기의 것이고, 1920년대 초기에 새로이 도입된 모델 ‘이드, 자아, 초자아’의 체계가 두번째 시기의 것이다.
첫번째 시기의 지형학에서는 쾌락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유동하는 정신적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는 무의식과, 현실원칙에 따라 에너지를 구속하고 통제함으로써 형성되는 의식의 구분이, 그리고 각각의 작동방식에 대한 해명이 중요한 요소였다. 이에 비해 두번째 지형학에서는, ‘이드, 자아, 초자아’로 구분되어 있는 정신의 세 요소의 상호작용과 역학관계가 좀더 중요한 것으로 부각된다.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힘의 저장고로서 이드가 있고 그 반대편에는 재판관처럼 자아를 감시하고 압박하는 초자아가 있다. 이드와 초자아 사이에서,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밀려오는 이 두 개의 난폭한 힘을 제어하고 방어하여 현실에 맞게 순화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 자아이다. 이 세 영역의 상호관계와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 두번째 시기의 지형학이었다.
이드라는 말은 프로이트의 영어판 번역 과정에서 채택된 라틴어로, 본래 프로이트가 썼던 용어는 독일어 das Es이다. 둘 모두, 직역하자면 대문자로 표시된 삼인칭 대명사 ‘그것’이고, 어감을 살리자면 ‘거시기’쯤에 해당된다. 특정한 단어로 명확하게 지칭하기 어렵거나 곤란한 것을 일컫는 말이라 이해할 수 있겠다. 이드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초적인 본능의 저장고이며 비유적인 의미에서 그 힘 자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드의 힘은 어떤 금지도 유예도 알지 못한다. 오로지 소망의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충족을 위해 달음질칠 뿐이다. 프로이트가 쾌락원칙이라 불렀던 것도 이 힘의 기제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에서 쾌락이란 불쾌한 긴장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부풀어오른 방광이나 쪼그라든 위장은 불쾌한 긴장을 만든다. 방광을 비우고 위장을 채우기 위해, 곧 불쾌한 긴장의 저하와 해소를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곧바로 나가는 힘이 이드인 것이다.
초자아는 이와 반대로 욕망의 실현에 대한 무조건적인 금지를 명령하는 힘이다. 개체의 성장 과정에서 유아에게 가해진 부모의 금지와 훈육의 목소리가 내면화되고 추상화된 것이 초자아이다. 초자아는 자아에게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하며 부추기기도 하고, 양심의 가책과 같은 가혹한 채찍질로 야단을 치기도 함으로써 자아를 자기가 생각하는 도덕적 완전성의 영역으로 몰아간다. 이 같은 초자아의 작용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것은 이드가 지니고 있는 충동적 힘에 대한 완전한 근절이다. 초자아는 자아를 몰아붙이는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인 힘이라는 점에서 이드와 동일한 위상을 지닌다. 초자아와 이드는 그 방향만 다를 뿐, 비현실적이고 비타협적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은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
자아는 이 두 개의 난폭한 힘을 제어하고 조절해냄으로써 자기 영역을 확보한다. 이 두 힘과 자아 사이의 대결은 흡사 땅뺏기 싸움과 같아서, 자아의 방어력이 클수록 초자아와 이드의 영역과 위력은 줄어든다. 아무 생각 없는 이드가 자기 욕망만을 내세우며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달려들 때 초자아는 당위만을 앞세우며 절대로 안 된다고 하지만, 자아는 이드가 원하는 욕망의 실현을 현실적 조건에 맞게 연기시킨다. “나는 할 거야”라고 외치며 달려드는 이드의 욕망을 향해, 초자아가 “절대로 안 돼”라고 한다면 자아는 “조금만 기다려봐”라고 말하는 식이다. 초자아의 억제력과는 달리 자아의 억제력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욕망의 만족밖에 모르는 짐승과 금지명령만 입력된 로봇 사이에 놓여 있는 존재, 그것이 곧 자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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