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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이다. 니체는 이 두 신을 그리스비극의 특징을 분석하는 데 동원함으로써 예술의 특징을 지칭하는 두 개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그는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의 차이를 꿈과 도취의 차이로 구별했다. 꿈은 아폴론적 예술이 지니고 있는 조형적 특성을 표상한다. 여기에서중요한 것은 형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들이다. 중용과 절도, 평정, 자기의식 등이 그것이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걸려 있는, 소크라테스에 의해 유명해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모토가 이들을 대표한다. 형상예술이 지니고 있는 조형적인 속성을 일컬어 니체는 아폴론적인 것이라고 불렀다.

이에 비해 디오니소스를 지칭하는 도취라는 말은 무정형적이고 비형상적이라는 점에서 아폴론적인 것과 정반대의 힘을 상징한다. 디오니소스가 대표하는 덕목은 과도함과 망아(忘我), 도를 넘어선 성적 방종, 고통스러운 쾌락 등이다. 디오니소스의 마법의 음료(포도주)가 흘러넘치는 곳에서 사람들은 무아지경의 황홀감에 빠지고, 고통스러운 쾌락의 도가니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간의 일체감을 확인한다. 여기에는 단지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뿐 아니라, 사람과 자연 사이의 일체감도 포함되어 있다. 술 취하면 누구하고나 얼싸안고 개나 나무와, 심지어는 전봇대와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이런 디오니소스적인 힘의 예술적 표현은 비형상적인 예술, 추상적인 의지 자체를 표현하는 예술로서의 음악이다.

니체는 이 두 개의 힘이 결합함으로써 그리스비극이 생겨났다고 했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아폴론적인 형상예술에 해당되고, 그리스비극 전체를 감싸 안는 코러스는 디오니소스적인 비형상예술에 해당된다. 아폴론적인 이야기문학과 디오니소스적인 음악이 결합함으로써 비극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비극이라는 양식 속에서 이 두 요소는 정반대되는 힘이면서도 서로 보완적인 형태로 결합되어 있다. 아폴론적인 힘은 절도 있는 개인주의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이것이 극단화되면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개별자들의 세계에 도달한다.

또 디오니소스적인 힘은 타자들 사이의 유대감이 강조되는 집단주의적인 것이므로 이것이 극단화되면 개체성을 초월한 탈혼망아(脫魂忘我)의 거대한 심연에 이르게 된다. 이 두 개의 힘은 서사와 음악이라는 형태로 비극 속에서 결합되는데, 여기에서 서사가 지니고 있는 절도는 음악에 내재되어 있는 디오니소스적인 힘 곧 허무에의 의지를 제어하고, 또 음악은 신화적인 서사에 형이상학적 의의를 부여함으로써 한 개인이 처한 비극적 고통을 한 집단이 공유할 수 있는 정서로 고양시킨다. 그리스비극을 매개로 하여 만들어진 이 두 개의 개념은 이처럼, 그 자체는 대조적이면서도 기능적으로는 서로 보완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니체에게 그리스비극은 이 두 힘이 서로를 견제하며 고도로 조화된 상태에서 생겨난 예술적 정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