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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도는 갈망이나 욕망을 뜻하는 라틴어이다. 프로이트는 유기체의 내부에 존재하는 성적인 에너지를 지칭하기 위해 이 말을 사용했다. 그런 힘의 존재를 어떻게 확인할 수가 있는가. 사랑을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 짝짓기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바치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의 행동이 있다. 그런 행동을 가능케 하는 힘을 일컬어 프로이트는 리비도라 불렀다.
리비도는 이처럼 에너지나 힘의 형태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힘이라는 속성 자체가 그렇듯이 좀더 구체적으로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형되는 것으로 표현된다. 특정 대상을 향해 쏟아지거나 그로부터 빠져나오고 잠재적인 상태로 고여 있거나 집중된 강도로 드러나기도 하는 것이다. 또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리비도는 다양한 형태로 조직되어 단계에 따라 상이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젖먹이 때의 빠는 행위나 배변을 통제하는 행위, 좀더 커서는 짝짓기의 대상을 찾고 다양한 형태로 섹스를 즐기는 행위 등이 그것이다.
프로이트는 리비도가 조직되어 나타나는 이 같은 단계를 구순기(oral stage), 항문기(anal stage), 남근기(phallic stage), 성기기(genital stage) 등으로 명명했다. 각 단계들은 말 그대로 입과 항문, 남근, 남녀의 성기 등을 중심으로 리비도가 조직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런 프로이트의 생각은 물론 처음부터 완성된 채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이 전개됨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온 결과이다. 프로이트는 초기에 사춘기 이후의 성욕이 있는 단계와 그 이전의 성욕 없는 단계를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나중에는 리비도가 조직화된 단계를 위와 같은 순서로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이중에서 성기기와 남근기는 중첩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기기는 사춘기 때로, 남녀 성기를 중심으로 리비도가 조직화되는 시기를 뜻하며, 남근기는 그 이전에 남녀의 구분 없이 모두 남성 성기에만 집중하게 되는 시기를 뜻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리비도의 개념은 프로이트가 새롭게 정의한 성욕이나 성 충동의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는 성욕의 개념을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구사하여 유아들에게도 성욕이 있다고 했다. 순진무구한 아이들에게 성욕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프로이트의 이론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스캔들처럼 다가갔던 것은, 인간의 모든 사고와 행위를 오로지 성욕이라는 원천으로 환원시킨다는 오해 이외에도 이와 같은 유아 성욕이라는 개념에 대해 언급했던 것이 한몫을 했다.
프로이트가 정의하는 성욕이란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섹스 행위(성기의 교접)로만 환원되지 않는 좀더 넓은 범위의 쾌감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마치 인간의 심리적인 것이 모두 의식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무의식이라는 엄청난 실체와 연결되어 있음을 적시해낸 것과 흡사하다. 성욕은 신체기관을 통해 느끼는 쾌감을 가리키는 것이되, 생식기관의 활동이나 쾌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기관 자체의 생리적 욕구와는 무관하게 작동하는 쾌감 일반을 뜻한다. 이를테면 젖먹이가 젖을 빠는 행위는 영양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지만,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행해지는 손가락 빨기나 가짜 젖꼭지 빨기는 생리적 욕구의 나머지에 해당되며, 빠는 행위 자체에서 쾌감을 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리적 욕구 이외의 모든 행위들이 성욕의 산물이라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생리적 기본 욕구의 나머지이자 잉여로서 존재하며 성장한 뒤에 성숙한 상태의 성감을 통해 다시 확인되는 신체기관의 광범위한 쾌감을 프로이트는 성욕이라 했다. 이런 정의에 의할 때 성욕은 유아기 때부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정신과 신체의 광범위한 활동에 해당되는 것이며, 젖먹이에게 빨기는 생명 유지의 행위임과 동시에 성행위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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