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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신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그렇다면 오늘날 어떤 작가가 옛날의 신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만든다면 신화가 될까. 그렇다고 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신이 등장한다고 해서 신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등장하는지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신화가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아마도 증권계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의 성공담, 또는 맨손으로 시작해서 재벌그룹을 만들어낸 정주영의 이야기 같은 것이 우리 시대의 신화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야기가 신화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신화란 단순히 신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수용자들에 의해 신성시되는 이야기를 뜻한다. 신이라는 개념 자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초자연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 힘을 성스럽게 생각하는 숭배자가 없고 그 신이 다스릴 영토가 없다면 악마나 도깨비 같은 잡귀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그리스신화 같은 고대의 신화들은 이미 신화일 수 없다. 구비문학으로서, 단지 한때 신화였던 이야기일 뿐이다.
전설이나 민담이라는 개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다. 전설은 신화보다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상당히 신빙성 있는 이야기로 생각했던, 그래서 많은 경우 증거물이 남아 있는 이야기를 뜻한다. 민담은 신화도 전설도 아닌 것, 즉 이야기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구비전승된 설화문학의 갈래들인 신화, 전설, 민담은 이렇게 구분될 수 있다. 이 셋을 구분케 해주는 힘은 이야기 자체의 본성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용자들에게 주어져 있다. 어떤 신화도 영원한 것일 수는 없다. 또 모두에게 신화인 것이 그 모두에 속하지 않는 어떤 한 사람에게는 허무맹랑한 바보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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