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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득, 묻다
: 두 번
째 이야기

영혼의 무게를 측정할 있을까

영혼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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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무게는 21그램’, 1907년 미국 매사추세츠 병원 의사 던컨 맥두걸이 발표한 논문에 실린 수치입니다. 그는 결핵환자가 숨을 거두는 순간 특별히 개조한 침대 아래쪽의 저울로 몸무게 차이를 확인했는데, 환자 6명 모두 숨을 거두는 순간 갑자기 몸무게가 21그램 줄어들었다고 했습니다.

맥두걸이 이런 실험을 한 것은 인간의 영혼 역시 하나의 물질이라는 가정과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돼 있다는 데카르트식 이분법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백 년 후인 2007년, 스웨덴의 룬데 박사팀이 정밀 컴퓨터 제어장치로 맥두걸 실험을 검증했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임종 시 일어나는 체중 변동이 정확히 21.26214그램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의 실험결과를 믿느냐 마느냐는 인간에게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 그 영혼 역시 육체처럼 물질이냐 아니냐, 그리고 육체와 영혼은 같은 것이냐 다른 것이냐에 따라 상당히 많은 다른 견해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직관적이었던 고대인이 생각한 영혼의 무게는 얼마였을까요?

고대 이집트인은 사람이 죽으면 관 속에 미라와 함께 〈사자의 서〉라는 장례문서를 넣었습니다. 죽은 자의 부활과 영생에 도움을 주는 사후세계 안내서로 파피루스에 내용을 상세하게 그리기도 했는데요. 그림에 등장하는 수평저울의 이름은 ‘라의 천칭’입니다. 오른편 인간의 몸에 따오기 머리를 하고 서 있는 자는 토트 신입니다. 토트는 지혜의 신으로 신들의 세계에서 서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라의 천칭으로 잰 결과를 갈대 펜으로 파피루스에 적어 죽음의 신 오시리스에게 보고했고, 오시리스는 그 결과에 따라 죽은 자를 심판했습니다.

<사자의 서>가 그려진 파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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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의 천칭 왼편에 죽은 자의 심장이, 오른편에 마아트의 깃털이 놓여 있습니다. 둘의 무게가 수평을 이루면 성스러운 술을 받습니다. 이 술을 마시고 성자가 되어 사후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평을 이루지 못하면 토트 신의 뒤에 있는 괴물 아미트에게 영혼이 먹히고 말 것입니다.

이집트인들이 많은 신체기관 중에서도 심장을 사후세계를 결정하는 라의 천칭에 올려놓은 것은 심장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주는 기관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라를 만들 때도 심장을 따로 보관했습니다. 그런데 심장의 무게를 재는 단 하나의 기준이 ‘마아트의 깃털’이라 불리는 타조 깃털 한 개뿐입니다.

마아트는 진실과 정의를 수호하는 신으로, 인간은 물론 신도 그녀의 심판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진실과 정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우주의 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고대 이집트인이 영혼의 무게를 잰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닌 진실과 정의입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기독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천사 미카엘이 인간의 영혼의 무게를 달고 있습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저울의 이름은 ‘정의의 저울’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정의의 저울을 정의롭게 재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정문 팀파눔에는 이런 부조가 새겨져 있습니다. 미카엘이 죽은 자의 영혼을 천국으로 보낼지 지옥으로 보낼지 분류하기 위해 영혼의 무게를 재고 있는데, 악마들이 죄가 덜 나가는 영혼을 슬그머니 누르는가 하면 노골적으로 바닥으로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악마들이 많은 영혼을 지옥으로 끌고 가는데도 미카엘은 못 본 척 외면합니다. 대천사 미카엘이 악마들에게 뒷돈이라도 받은 걸까요?

천사는 사람을 악마로부터 보호해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천사의 부름에 응할 것인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갈 것인지는 사람 스스로의 선택이지요. 대천사 미카엘이 보는 앞에서 악마들이 태연하게 사람들을 누르고 바닥으로 잡아당겨 죄의 무게를 무겁게 한다는 것은 그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또한 죄라는 뜻입니다. “이거 봐요~ 악마가 자꾸 나를 누르고 있어요. 그래서 영혼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 거예요. 저는 절대 지옥 갈 사람이 아니에요.”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습니다. 세상의 많은 죄가 사실은 인간 자체가 악해서라기보다 이런 식으로 순간적인 유혹에 넘어가 저질러지지요. 그럴지라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 희비극적인 부조가 알려주고 있습니다.

맥두걸이 당시에 가장 정교하다는 저울로 쟀다는 영혼의 무게, 21그램! 그러나 그보다 고대인이 상상 속에서 정의의 저울로 쟀던,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영혼의 무게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 영혼이 진실과 정의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 혹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정문의 팀파눔에 새겨진 것처럼 악마들이 자꾸 나를 누르고 끌어내리는 것은 아닌가, 이런 질문까지 외면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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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 Michael J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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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경 집필자 소개

1970년 전북 부안 출생,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 [그가 말했다] 등의 글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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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 저자유선경 | cp명지식너머 도서 소개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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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2. 매일 하다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까? 새벽은 어떻게 올까? 아침 일찍 일어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개미와 꿀벌은 정말 부지런할까? 사람의 눈은 왜 두 개일까? 곤충과 동물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세대차이는 인류의 난제일까? 표정은 감정과 일치할까? 행복할 때 짓는 미소는 어떤 미소일까? 화장은 왜 하기 시작했을까? 인간에게 털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키스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독사가 자기 혀를 깨물면 죽게 될까?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문자가 없는 사회는 미개할까? 손짓은 무엇을 의미할까? 옛날에는 시간약속을 어떻게 했을까? 18세기 유럽에서는 연주회의 시작시간을 어떻게 정했을까?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스로 원하는 꿈을 꿀 수 있을까? 꿈을 사면 효과가 있을까? 나이가 들면 왜 잠이 없어질까? 곰은 왜 겨울잠을 잘까, 물고기도 겨울잠을 잘까? 인간은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을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는 구분은 어떻게 생겼을까? 호주머니와 핸드백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남자들도 하이힐을 신었을까? 왜 8등신일까? 만 원권 지폐에는 몇 개의 문화재가 들어 있을까? 냄새를 맡을 수 없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언제부터 쌀을 먹었을까? 트림과 방귀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을까? 왜 정신이 없을까? 책상을 청소하면 공부를 잘하게 될까? 디지털 치매, 진짜 해로울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중독일까? 영혼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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