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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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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 등과 같은 뜻으로 ‘멘토(Mento)’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멘토는 누구일까요?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그리스 연합군의 승리로 끝낸 주역은 단연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입니다. 책략가인 그가 고안한 거대한 목마가 트로이를 멸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이니 앞장서서 전쟁을 선동했을 것 같지만 오디세우스는 애초부터 전쟁에 나서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페넬로페와 달콤한 신혼생활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아들 텔레마코스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이기도 했습니다.

파리스에게 헬레네를 빼앗긴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가 거듭 도움을 요청했지만 오디세우스는 도무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때 헬레네의 구혼자로서 그녀가 위험에 처하면 다른 구혼자들과 함께 힘을 합쳐 보호하기로 약속했던 오디세우스였습니다. 그리스인에게 약속이란 신에게 하는 것이었으니, 과거의 약속을 환기시키며 트로이에 빼앗긴 헬레네를 구해야 한다는 메넬라오스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신에 대한 맹세나 다름없는 약속을 어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디세우스는 미친 사람 행세를 합니다. 소에다 쟁기를 매고 밭을 간 후에 모래나 소금을 뿌리는 식이었지요.

그러나 트로이 전쟁의 또 다른 영웅이 될 팔라메데스는 오디세우스보다 지략이 뛰어난 자였습니다. 주사위를 발명한 것도 그였다고 합니다. 팔라메데스는 아직 갓난아기인 텔레마코스를 안아다 밭 한가운데 내려놓았습니다. 미치지 않은 오디세우스는 아들을 피해 밭을 갈았고 이로써 연극이 들통나버렸습니다. 그는 싫은 일을 하게 만든 팔라메데스를 끝까지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전쟁 중에 팔라메데스를 함정에 빠뜨려 적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씌우고 돌팔매질을 당하는 형벌을 받아 죽게 만들지요. 오디세우스가 가진 성격의 일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얼마나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기 싫었는지 알려줍니다. 그러나 이런 그 역시 참전을 피하기 위해 숨어 있던 아킬레우스를 찾아내서 끝까지 설득해 출전시켰습니다. 아킬레우스는 파리스가 쏜 화살에 맞아 죽고 말지요.

오디세우스는 기약 없는 원정을 떠나면서 아들 텔레마코스를 친구인 멘토르(Mentor)에게 부탁합니다. 트로이 전쟁 10년, 트로이를 지원한 신들의 노여움을 사 전쟁이 끝나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중해를 떠돈 10년, 도합 20년 동안 멘토르는 텔레마코스를 아버지로서, 스승으로서, 상담자로서 이끌었고 덕분에 텔레마코스는 아버지 없이도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합니다. 그 후에 그의 이름은 ‘한 사람의 인생을 지혜와 신뢰로 이끌어주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가 되는데요. 하지만 멘토가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에서만 유래한 말은 아닙니다.

텔레마코스는 트로이 전쟁이 끝났는데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행방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이 길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위험으로부터 지켜준 이가 멘토르의 모습을 한 아테나 여신이었습니다. 굳이 멘토르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텔레마코스가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 멘토르였기 때문이겠지요. 오디세우스가 없을 때는 멘토르가, 멘토르가 없을 때는 아테나 여신이 텔레마코스를 이끌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 멘토는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시대에 왜 멘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지 그 이면을 이해할 수 있지요. 진정한 아버지가 부재하는 시대, 우리는 어떤 순간에 간절히 멘토를 필요로 할까요.

한 대기업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불확실한 미래로 두려울 때’, ‘지식이나 노하우가 부족할 때’,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을 때’라는 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누구라도 사는 동안 피하기 힘든 어려움이니, 동시에 멘토가 꼭 필요한 이유가 됩니다.

멘토와 멘티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지요. 지혜의 여신조차 텔레마코스가 가장 신뢰하는 멘토르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둘 사이에 신뢰가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지혜나 지식도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멘토르와 텔레마코스는 가장 이상적인 멘토와 멘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경우 멘토는 가까이에서 지혜와 용기를 주며 이끌어주는 인물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길에서 우연찮게 만나는 누군가일 때도 적지 않습니다. 짧은 인연을 통해 순간적인 깨달음을 얻고, 성숙해지는 일이 곧잘 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멘토들이 있었을까요. 그들 모두 사실은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장하고 나타난 멘토였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만날 수 있겠지요. 사람의 형상으로, 자연의 형상으로, 혹은 책이나 예술작품의 형상으로 나타나 지혜와 용기를 줄 아테나 여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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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경 집필자 소개

1970년 전북 부안 출생,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 [그가 말했다] 등의 글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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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 저자유선경 | cp명지식너머 도서 소개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전체목차
Chapter 01. 그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생텍쥐페리를 격추시켰을까? 윤동주와 백석이 동시에 사랑한 시인은 누구일까?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킨 미인은 누구일까? 아메리칸 이브는 누구일까? 댄디즘의 시조는 누구일까? 뱀파이어는 누구일까? 프랑켄슈타인은 누구일까? 〈미녀와 야수〉의 야수는 누구일까? 누가 디즈니 성을 지었을까? 혼자서 궁전을 지은 사람이 있을까? 세계 최초의 건축가는 누구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는 누구일까? 멘토는 누구일까? 〈아테네 학당〉에 여성이 있을까, 없을까? 고대에 광선총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발을 유행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옴브라 마이 푸〉를 부른 세르세는 누구일까? 우산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화투의 ‘비광’ 속 우산 쓴 사람은 누구일까? 바다의 무법자, 해적왕은 누구일까? 보물선을 발견하면 주인은 누구일까? 클레멘타인의 아버지는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누구를 위한 노래일까? 백만 송이 장미를 받은 여인은 누구일까? 누가 살리에리를 모차르트를 시기한 자로 만들었을까? 신사의 결투로 죽음을 맞이한 시인은 누구일까? 세계 3대 악처는 누구일까? 누가 온달을 바보로 만들었을까? 지리산의 산신은 누구일까? 고수레는 누구를 위한 말일까? 돌하르방은 누구일까? 도깨비는 누구일까? 갑은 누구일까? 교활, 낭패, 유예는 누구일까? 최초의 실루엣 그림 속 인물은 누구일까? 산타클로스와 루돌프는 누구일까? 누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을까? 1등보다 유명한 2등은 누구일까?
Chapter 02. 매일 하다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까? 새벽은 어떻게 올까? 아침 일찍 일어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개미와 꿀벌은 정말 부지런할까? 사람의 눈은 왜 두 개일까? 곤충과 동물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세대차이는 인류의 난제일까? 표정은 감정과 일치할까? 행복할 때 짓는 미소는 어떤 미소일까? 화장은 왜 하기 시작했을까? 인간에게 털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키스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독사가 자기 혀를 깨물면 죽게 될까?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문자가 없는 사회는 미개할까? 손짓은 무엇을 의미할까? 옛날에는 시간약속을 어떻게 했을까? 18세기 유럽에서는 연주회의 시작시간을 어떻게 정했을까?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스로 원하는 꿈을 꿀 수 있을까? 꿈을 사면 효과가 있을까? 나이가 들면 왜 잠이 없어질까? 곰은 왜 겨울잠을 잘까, 물고기도 겨울잠을 잘까? 인간은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을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는 구분은 어떻게 생겼을까? 호주머니와 핸드백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남자들도 하이힐을 신었을까? 왜 8등신일까? 만 원권 지폐에는 몇 개의 문화재가 들어 있을까? 냄새를 맡을 수 없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언제부터 쌀을 먹었을까? 트림과 방귀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을까? 왜 정신이 없을까? 책상을 청소하면 공부를 잘하게 될까? 디지털 치매, 진짜 해로울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중독일까? 영혼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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