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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득, 묻다
: 두 번
째 이야기

옛날에는 시간약속을 어떻게 했을까

옛날에는 시간약속을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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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까지 출근하고, 몇 시에 회의를 하고, 몇 시에 점심을 먹고, 몇 시에 퇴근해서 몇 시에 만나고 하는 식으로 우리의 일정은 대부분 시계에 맞춰 세워지고 지켜집니다. 만약 그 몇 시를 가리키는 시계가 없다면 현대의 인류는 대혼란에 빠지고 말겠지요. 그렇지만 시계가 없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서로 시간약속을 했습니다. 어떤 방식이었을까요?

드라마 사극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자시에 만나자”, “신시에 만나자”는 식으로 서로 약속을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림자를 열두 구간으로 나누어서 표시한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는 두 시간 간격이라서 시간약속을 하기엔 너무 광범위합니다. 자시가 시작될 때 만나냐, 끝날 때 만나냐에 따라서 밤 열한 시가 될 수도 있고 새벽 한 시가 될 수도 있어서 잘못하면 두 시간이나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참 얼마나 긴 두 시간인가요.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간을 다퉈가며 사는 우리 생각이고, 옛날의 시간 개념은 지금 우리와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갔던 옛날에 두 시간은 별로 긴 시간이 아니었다는 거지요.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그 차이를 아빠와 아이를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열다섯 살짜리 아이가 마흔다섯 살인 아빠에게 자동차를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아빠는 아직 차를 운전할 나이가 되지 못했으니까 3년 만 더 기다리라고 하지요. 하지만 아이에게 3년은 결코 3년 ‘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아이를 보고 아빠는 조급하다고 여기지요. 토플러는 이런 갈등이 서로의 시간 인식이 달라서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같은 3년이라도 아이에게는 살아온 삶의 5분의 1이나 되고, 아빠에게는 15분의 1밖에 안 되니까요.

이처럼 시간의 개념은 상대적입니다. 현대사회에서 1분 1초까지 세밀하게 시간이 분류되고 중요해진 이유는 시장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국경을 초월해 기업 대 기업, 국가와 국가가 약속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옛날에는 나라끼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이웃동네하고도 별다른 교류가 없었지요. ‘먼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낫다’는 속담은 그처럼 물리적인 거리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데서 나왔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옛날에는 가까이 사는 사람들하고만 교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거지요.

이러다 보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 장소라는 것도 뻔해서 그냥 찾아가면 됐습니다. 조금 멀리 약속장소를 잡는다면 “보름달 뜰 때쯤 물레방앗간에서 만나자”라거나 “다음 장날에 국밥집에서 만나자”는 식이었을 테고, 가깝게 약속한다면 “내일 아침쯤에 만나자” 정도였겠지요. 그런 약속을 하면 내가 아침 먹었으니 이때쯤 상대도 그 시간이겠거니 대충 짐작하고 약속장소에 나타나는 식이었습니다.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다들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약속해도 알아들었으며, 시계가 없었지만 있어도 딱히 큰 소용은 없었을 것입니다.

“보름달이 뜰 때쯤 만나자.” 이렇게 대충 말해도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약속, 무엇보다 그런 사람과의 만남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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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 Henry Clay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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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경 집필자 소개

1970년 전북 부안 출생,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 [그가 말했다] 등의 글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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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 저자유선경 | cp명지식너머 도서 소개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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