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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째 이야기
행복할 때 짓는 미소는 어떤 미소일까
프랑수아 를로르의 소설 《꾸뻬 씨의 행복여행》에서 화성인 박사는 꾸뻬 씨에게 행복을 측정하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루나 일주일에 즐겁고 기분 좋은 감정을 몇 번이나 느끼는가,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의 삶이 만족스러운가, 끝으로 몰래 카메라 등을 이용해서 얼굴 표정을 관찰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미소는 진정으로 기쁠 때 짓는 미소, 실제로는 화가 났지만 화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짓는 미소 등 12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진정으로 기쁠 때 짓는 미소는 어떤 미소일까요?
‘소리 내지 않고 웃는 작은 웃음’, 미소를 짓는 데 사용하는 얼굴의 근육은 무려 42개, 그중에서도 진짜 미소를 ‘뒤센의 미소’라고 부릅니다. 표정을 짓기 위해 필요한 얼굴의 근육이 무엇인지 밝힌 19세기 프랑스의 신경학자 기욤 뒤센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뒤센의 미소를 지으면 먼저 입술 양 끝이 위로 올라가면서 광대뼈가 약간 들립니다. 그리고 눈꺼풀이 내려가면서 눈꼬리 주름이 생기는 표정이 됩니다.
여기에 반대되는 가짜 미소가 ‘팬암(Pan Am) 미소’입니다. 미국 항공사의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해 짓는 미소에서 유래했습니다. 팬암 미소의 특징은 입가만 살짝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뒤센의 미소보다 한참 윗길인 미소가 있습니다. 그 미소를 지을 때의 얼굴이 어떠한지 직접 본 적 있는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말로의 표현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인간 존재의 가장 청정하고, 가장 원만하며, 가장 영원한 모습의 상징이다.”
바로, 일본의 교토 코류지에 있는 목조 반가사유상입니다. 우리나라 국보 83호 금동 반가사유상과 많이 닮아서 고대 한국 문화가 일본으로 전파된 사실을 입증하는 유물이기도 합니다.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입가에 머금은 미소는 1천4백 년 전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합니다. 억지로 지으려고 해서 지을 수 있는 미소가 아닙니다. 마음이 빛으로 충만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포시 입가에 떠오른,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절대 미소입니다.
그 행복의 원천이 무엇이었을까 추측하면, 생각에 깊이 잠긴 모습으로 짐작컨대 깨달음이 아니었을까요. 청년은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은 차라리 고통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의 고뇌와 번민, 갈등, 그로 인한 고통이 일시에 사라지고 그 무엇도 방해할 수 없고,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내면의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고요하고 맑은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청년은 무엇에 대해서 그토록 열심히 생각했을까요.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말했습니다.
코류지의 미륵보살상은 진실로 완벽한 실존의 최고 경지를 한 점 미망 없이 완전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나는 이 표정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조화로우며 세속적 잡사의 한계상황을 뛰어넘은 인간 실존의 영원한 모습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철학자로서 지내온 지난 수십 년간 인간 실존의 진정한 평화로움을 구현한 이 같은 예술품은 달리 본 적이 없다. 이 불상은 모든 인간이 다다르고자 하는 영원한 평화와 조화가 어울린 절대 이상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다소 거창하고 어렵게 들리지만, 사는 동안 누구나 몇 번쯤 하는 생각과 다르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다함이 있는 유한한 생명이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물음입니다. 참으로 무거운 물음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답해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깨우쳐야 합니다. 그래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고뇌합니다. 욕망과 깨달음 사이에서 아직도 아파합니다. 그러나 미륵반가사유상은 그 단계를 넘어서 마침내 기쁘고 행복하고 평화롭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남은 생 내내 미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 아티스트 : J. S. B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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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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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행복할 때 짓는 미소는 어떤 미소일까 –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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