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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째 이야기
승자독식은 무엇을 낳을까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어떤 종이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멸망해 버리는 일, 이것을 멸종이라고 합니다. 지구 역사에서 생물들이 대량 절멸한 경우는 다섯 번가량 있었다고 하는데요. 3억6천만 년 전에는 그때까지 존재하던 생물 종의 70퍼센트가 갑자기 사라졌고, 2억5천만 년 전에는 바다에 살던 생물 종의 96퍼센트, 육지에 살던 생물 종의 70퍼센트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학자들은 소행성과의 충돌로 지구환경과 기후가 달라져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먹이사슬이 끊긴 생물들이 멸종했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지요. 이때만 해도 인간의 책임은 없다는 것, 왜냐하면 아직 인간이 등장하기 전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앞서 다섯 번의 절멸사태와 달리 인간이 멸종시킨 동물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제6의 절멸사태라고 불리는데요. 인간에 의해 최초로 멸종된 동물은 도도새, 무인도였던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살았습니다. 포식자가 없어서 날 필요가 없었고, 그래서 날개가 퇴화했고, 체중이 25킬로그램이나 나갔습니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이 천하태평한 새를 보고 “어리석다”고 했는데 그 말, ‘도도’가 그대로 이름이 됐습니다. 날지 못하는 새는 모리셔스 섬에 정착하기 시작한 인간의 먹잇감이 돼서 1681년을 끝으로 지구에서 사라졌습니다. 두 번째로 멸종한 동물은 파란 영양. 마치 신화에 나오는 영물처럼 털가죽이 파란색이라서 사냥꾼들의 표적이 됐습니다.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세운 유럽인들이 파란 모피를 얻기 위해서 무차별로 포획했기 때문입니다.
토니 주니퍼가 쓴 《스픽스의 앵무새》라는 책이 있습니다. ‘세상 하나뿐인 앵무새 살리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요. 스픽스는 이 앵무새를 발견해서 박제로 만들어 유럽에 소개한 독일 과학자의 이름이고, 정확하게는 ‘스픽스유리금강앵무새’입니다. 이 새는 1819년에 발견되자마자 부유한 조류 수집가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아름답기도 했지만 말을 하는 데다 무엇보다 희귀했기 때문입니다. 곧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새가 됐고, 가격이 오를수록 갖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당연히 사냥꾼들이 늘었고, 새의 운명은 멸종으로 치닫고 말았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숲의 파괴보다 부유한 수집가들의 탐욕 때문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유욕과 멸종의 관계는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름답고 귀한 것, 그래서 가지고 싶은 것, 능력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유하고 싶은 것, 갖게 될수록 더 많이 갖고 싶은 것, 그래서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것. 그 결과 멸종하고 만 것이 도도새, 파란 영양, 스픽스유리금강앵무새뿐일까요. 어쩌면 사랑, 지식, 재능, 돈, 권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혼자서 그 달콤한 열매를 다 독식하려고 할 때 그 진정한 의미는 멸종하고, 모든 멸종한 것들이 그렇듯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져버릴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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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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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승자독식은 무엇을 낳을까 –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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